군ㆍ외교ㆍ금융ㆍ체육...부패와의 전방위 전쟁 중국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박성훈 2023. 8. 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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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최근 중국에서는 국유기업부터 금융계, 외교부에서 인민해방군에 이르기까지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조사와 해임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한 달간 20기 당 중앙위원 3명이 낙마했고 올해 들어 조사 대상 고위 간부 수는 30명으로 늘었다. 당국은 부패에 대한 엄단 의지를 강조했지만 반대로 지난 10년간 이어진 척결에도 강화된 권력에 기생하는 비리가 여전히 온존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최근 한달동안 중국 20기 당 중앙위원 3명이 연달아 낙마했다. 왼쪽부터 리위차오 전 중국 로켓군 사령관과 쉬중보 장군, 친강 전 외교부장. 사진 바이두백과 캡처

가장 충격적인 사태는 리위차오(60·李玉超) 인민해방군 로켓군 사령관과 쉬중보(62·徐忠波) 중앙위원의 동시 교체였다. 미ㆍ중 군비 경쟁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두 4성 장군이 지난해 10월 20차 당대회에서 중앙위원에 입성한 지 9개월 만에 날아갔다.


핵미사일 수뇌부 2명 동시 교체


로켓군은 육해공군에 이은 네번째 부대로 핵미사일을 관장하는 중국군 핵억지 전력의 핵심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총괄하고 대만 해협 문제를 놓고 최일선에서 대처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군의 수뇌부 전격 교체는 내부 비리의 심각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관련 정보를 받은 외국 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이 군사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미 공군대학이 중국 로켓군의 구조와 기지 배치 관련 내부 정보를 세밀히 공개한 것과 연관성이 있다는 얘기도 돌았다. 홍콩사우스차이나포닝포스트(SCMP)는 국방 관련 기업과의 비리 가능성을 제기했다. 류광빈(劉光斌) 로켓군 부사령관과 창전중(張振中) 전 부사령관도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2015년 로켓군 창설 이래 최대 비리가 됐다.

우궈화 로켓군 전 부사령관은 사망 26일 뒤 부고가 공개됐으며 사망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 웨이보 캡처

지난달 4일 우궈화(吳國華) 전 로켓군 부사령관의 갑작스런 사망도 미궁이다. 숨진 지 3주가 지난 뒤 부고가 공개됐으며 이로 인해 비리 연루, 자살설이 나돌고 있으나 확인된 건 없다.


부사령관 사망 놓곤 자살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24일 정치국 회의에서 “전면적인 군사 거버넌스 강화와 엄격한 규율로 군비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지시했다. 이날 군사위원회 장비개발국은 2017년 10월 이후 장비 입찰에 관한 규율 위반을 제보하라는 통지를 발표했다. 일련의 흐름은 모두 중국군 내부 부패와 비리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로켓군 신임 사령관으로 임명된 왕허우빈(王厚斌) 장군과 쉬시성(徐西盛) 신임 중앙위원은 각각 해군, 공군 출신이다. 다른 조직에서 사령관을 임명한 것은 지도부가 로켓군 내부 인원들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쥐첸성(巨乾生) 중국 전략지원군 사령관도 지난 1일 건군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군 비리가 로켓군에만 국한되지 않을 조짐이다.

친강 전 외교부장과의 불륜설이 제기된 홍콩 봉황TV 앵커 푸샤오톈. 사진 웨이보 캡처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당 중앙위원인 친강(秦剛) 외교부장도 공식 해명 없이 해임됐다. 추문이 난무하지만 당국은 이에 대한 반박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군 핵심 사령관과 외교 수장이 동시에 날아간 건 중국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2012년 시 주석이 집권한 이후 반부패 운동은 그의 핵심 정책이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국에서 370만 명의 간부가 당의 반부패 감시기구에 의해 처벌됐고 이중 중앙·지방 지도자급도 3만7000여명에 달한다.

중국 중앙기율위는 지난달 왕용성 중국 개발은행 전 부회장과 샤오싱 중국 태평보험 부회장을 체포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사진 바이두 캡처

지난 7월 한 달 왕용성(王用生) 중국 개발은행 전 부회장과 샤오싱(肖星) 중국 국영 태평보험 부회장이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조사를 받았고, 리궈화(李國華) 중국 우정사업본부 전 회장은 6645만위안(약 120억원)의 뇌물을 받고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쑨궈샹(孫國相) 랴오닝성 전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9765만 위안(177억원)이 넘는 뇌물 수수로 1심에서 종신형이 선고됐다. 하오춘예 랴오닝성 전 부성장은 22년간 1883만 위안(34억원)을 착복해 징역 12년 형을 받았다.


운전사가 당서기보다 더 많이 수뢰


엄격한 처벌에도 부패한 ‘호랑이’(고위 부패 관리)가 계속 나온다는 건 중국 관료 사회의 비리가 오랜 관행 임을 시사한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유기업 및 금융 관련 간부 36명을 비롯해 성(省)급 장관 이상 간부 18명이 각종 뇌물 수수와 직권 남용 혐의로 처벌받았고 재산도 몰수됐다. 산시성(山西省) 타이위안시(太原市) 전 당서기는 뇌물로 91만 위안(1억6500만원)을 받았는데 그의 운전기사와 비서가 이보다 많은 93만 위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는 등 권력에 빌붙어 대가를 챙기는 주변부의 부패도 심각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체육계에선 리톄(李鐵) 중국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조사 6개월 만에 기소됐고 체육협회 전현직 간부와 선수 등 수십 명의 비리 조사가 진행 중이다.


“당 노선 통제 강화로 확장”


이같은 중국의 부패 청산 드라이브는 시진핑 3기 정부 들어서 더욱 강도 높게 전개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공직 사회를 정화하려는 적법 절차지만 이면엔 관료들에 대한 통제 강화 의도가 담겨 있다. 웬웬앙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관용 없는 조사가 중국의 ‘뉴노멀’(new normal)이 됐다”며 “부정부패에 맞서는 것을 넘어 당 노선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순응을 강요하는 것으로 확장됐다”고 지적했다.

본질적으로 부패는 권력의 중앙집중화에서 비롯된다. 힘이 한곳에 쏠릴수록 고위층의 권력은 막강해지고 견제는 지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링리 비엔나 대학 중국학 교수는 “중국 공산당의 위계 구조가 부패의 온상”이라며 “투명성의 부족은 권위주의적 통치자와 파렴치한 간부 모두에 은신처가 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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