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잼버리, 마무리에 최선 다하되 부실 책임 꼭 규명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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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에 미국·영국 대표단 철수 결정
행사 준비보다 ‘관련 예산 따내기’ 골몰 의심
장소 선정부터 대회 전 과정 진상 따져봐야
전북 새만금 야영장에서 진행 중인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결국 국제적 망신을 면치 못했다. 미국 대표단 1500여 명은 어제 대회장을 떠나 경기도 평택의 미군기지로 향했다. 대회 참가국 중 인원이 가장 많은 영국 대표단은 그제부터 순차적으로 퇴영해 수도권 호텔에 짐을 풀었다. 한낮 땡볕과 폭염에 온열질환자가 속출한 데다 야영장 운영과 시설 관리 부실 등이 겹친 탓이다. 외신들은 이번 대회 참가자들이 폭염 외에도 화장실·식사·숙박 등에서 총체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시달렸다고 보도했다. 대회 준비기간이 6년이나 있었는데 이렇게 준비가 부실했던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세계 13위 경제 대국을 자부하는 대한민국으로선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대회의 유치 과정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12년 김완주 전북지사는 새만금의 세계 잼버리 유치 신청서를 한국스카우트연맹에 냈다. 앞서 1982년 8월 무주 덕유산국립공원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잼버리를 개최한 경험이 있었다. 자연 그늘이 풍부한 덕유산을 제쳐놓고 한낮 땡볕을 피할 수 없는 새만금을 선택한 것부터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은 2015년 전북 새만금을 세계 잼버리의 국내 후보지로 선정했다. 새만금 잼버리 유치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이주영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맡았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8월 세계스카우트연맹 총회에서 새만금을 2023년 잼버리 개최지로 선정했다.
이후 대회의 성공적 개최보다는 새만금 잼버리를 내세워 인프라 관련 ‘예산 따내기’에 골몰했던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대표적인 게 새만금의 동서와 남북 방향 십자형 간선도로(43.6㎞)다.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남북 도로 1단계는 2017년 말 공사에 들어가 지난해 말 완성했고, 남북 2단계는 2018년 말 착공해 지난달 개통했다. 2015년 11월 착공했던 새만금 동서 도로를 포함한 총사업비는 1조4000억원에 이른다.
새만금 신공항을 둘러싼 경제성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 23개 가운데 새만금 신공항(사업비 8000억원)을 포함시켰다.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신공항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잼버리 유치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국외 견학 명분의 출장을 다녀온 것도 99회에 이른다. 이 중에는 해외 유명 관광지 방문 등 외유성 출장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부가 임시 국무회의까지 열고 총력 대응에 나서면서 어수선했던 대회장 분위기도 달라져 가고는 있다. 공동위원장에 장관이 세 명이나 있는데도 그 전에는 왜 현장을 챙기지 않고, 곳곳에 부실이 발생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일단 대회를 무사히 마무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되 대회 이후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이 있어야 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무엇이 문제였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진상을 밝힐 필요가 있다. 특히 감사원은 예산 집행 과정에서 과도하고 무용한 인건비 지출이나 낭비, 납품 비리 등은 없었는지 엄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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