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제주서 일냈다…바람도 밀어준 우승

성호준 2023. 8. 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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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투어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임진희. 고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늦깎이’ 임진희는 경쟁자들과의 실력 차를 줄이기 위해 ‘하루 30분 더 노력한다’는 각오로 훈련한 끝에 정상급 반열에 올랐다. [사진 KLPGA]

‘제주의 딸’ 임진희(25)가 6일 제주도의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원)에서 우승했다. 임진희는 4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3개로 2타를 까먹었지만, 합계 5언더파를 기록하면서 황유민(20)을 1타 차로 제쳤다. 우승 상금은 1억8000만원. 이소영과 박현경·최민경이 합계 3언더파 공동 3위에 올랐다.

제주 출신 임진희는 전남 함평골프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늦깎이 임진희는 다른 선수들과의 실력 차이를 줄이기 위해 ‘하루 30분 더 노력’을 선택했다. 임진희의 매니지먼트사인 넥스트 스포츠의 김주택 대표는 “KLPGA 선수 중 가장 열심히, 가장 많이 훈련하는 선수가 바로 임진희”라고 했다.

임진희는 2018년 1부 투어에 진출했다. 그러나 3년이 넘도록 우승하지 못했다. 그러다 2021년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13위로 경기를 시작했다가 다른 선수들이 타수를 줄줄이 까먹는 바람에 행운의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지난해 맥콜·모나파크 오픈에서 두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는 지난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이어 벌써 2승 째다. 올 시즌 다승을 거둔 선수는 박민지·박지영에 이어 임진희가 세 번째다. 뒤늦게 골프를 시작해 열심히 샷을 갈고 닦은 임진희가 이제 KLPGA 투어 정상급 반열에 올랐다는 의미다. 임진희는 올해 상금 5위, 대상 포인트 5위를 달리고 있다.

임진희는 3라운드를 마친 뒤 “바람이 많이 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 출신이라 제주 바람에 익숙한 데다 버티기에는 자신 있기 때문이다. 임진희는 더위와 바람에 지쳐 다른 선수들이 버디를 잡지 못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경기 초반 장타를 치는 수퍼 루키 황유민의 기세가 대단했다. 4타 차 7위로 마지막 날 경기를 시작한 황유민은 폭염과 바람을 뚫고 첫 홀부터 버디를 잡더니 7~9번 홀에서 또 타수를 줄였다. 황유민은 전반 2타를 잃은 임진희를 2타 차로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우승컵을 들고 통산 4승을 뜻하는 ‘네 손가락 세리머니’를 펼친 임진희. [사진 KLPGA]

지난 7월 대유위니아 MBN 오픈에 이어 자신이 참가한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눈앞에 뒀던 황유민에겐 15번 홀이 뼈아팠다. 왼쪽으로 굽은 홀에서 티샷한 공이 숲속에 빠졌다. 여기서 더블보기를 하면서 황유민은 임진희에게 리드를 빼앗겼다.

다시 선두로 올라선 임진희는 지키기 작전으로 나섰다. 마지막 홀에서 드라이버 대신 우드로 티샷했다. 또박또박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2퍼트로 파를 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임진희는 “전반 2오버파를 기록한 뒤에도 서두르지 않고 차곡차곡 공략하는 작전이 통했다”고 말했다.

한편 황유민은 신인상 포인트 1605점으로 이 부문 1위를 달렸다. 이번 대회에서 컷 탈락한 김민별(1412점)·방신실(1050점)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지난달 9일 첫 우승 당시 대상포진으로 고생했던 황유민은 7월 13일 제주시 더시에나 골프장에서 열린 에버콜라겐·더시에나 퀸즈크라운 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한편 여자골프 세계랭킹 2위 고진영은 2라운드 도중 어깨 담 증세로 기권했다. 그는 지난주 프랑스에서 열린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제주도로 건너왔다. 후원사인 삼다수가 주최하는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급히 귀국했다가 10일 개막하는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AIG 여자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다시 영국으로 떠났다.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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