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도, 경찰도 무서워요” 불안한 시민들
지난 3일 분당에서 일어난 묻지마 칼부림 사건 이후로 시민들 사이에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온라인 상으로 만연하게 퍼진 살인 예고와 언제 어디서 나타날 지 모르는 예비 범죄자들, 그리고 지역 곳곳에 배치된 경찰들까지 삭막한 분위기에 시민들은 출퇴근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성남에서 강남까지 출퇴근하는 이재민(가명·38세)씨는 “강남, 잠실 등 지하철역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돼 있는 모습을 요새 자주 본다. 최근 사건이 터진 이후로 지하철역 분위기가 삭막하다. 범죄자가 나타날까 무섭기도 하지만 자칫 내가 범죄자로 의심받으면 어떡하나 행동거지에 유의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경찰은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며 인파가 몰리는 지하철역, 백화점 등 전국 247개 장소에 경찰관 1만2000명을 배치했다. 서울 강남역, 부산 서면역, 성남 서현역과 판교역, 수원역 등 인터넷에 게시된 살인 예고글에서 범행장소로 지목되거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11곳에는 전술 장갑차를 투입했다.
또한 대통령실은 6일 브리핑을 통해 살인 예고나 흉기 난동 예고가 나왔던 89개 지역에 기동대와 특공대, 지역 경찰 형사 등 경찰력을 배치하고, 범죄 발생이 우려되는 다중이용시설 등 3444개소를 선정해 자율 방범 등 협력 단체를 둔다고 밝혔다.
정부측은 이를 통해 신속한 사건 진압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높아진 감시 체계만큼이나 오보, 오해에 따른 피해가 있진 않을 지 시민들의 우려가 크다.
실제로 지난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중학교 3학년 아들A를 둔 한 학부모가 글을 올리고 “의정부시 금오동 칼부림 관련 오보로 인해 아이가 피해를 입었다. 경찰들은 신분과 소속을 밝히지 않고, 미란다원칙도 고하지 않은 채 아이를 강압적으로 제압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당시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남자가 칼을 들고 다닌다고 제보를 받은 경찰이 인근 공원에서 러닝하던 A군을 발견, 지구대까지 연행한 것. 그 과정에서 아이는 전신 찰과상까지 입었지만 경찰들은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글쓴이는 “형사들은 칼부림 사건으로 범인 검거에 혈안이 돼 있다. 무고한 피해자들이 없도록 미리 검거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에 저도 동의하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잘못된 신고로 무자비하고 강압적인 검거가 이뤄져 미성년자 피해자까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해당 글과 관련 기사를 접했다는 박원진(가명·29세)씨는 “익명의 누군가가 언제 어느 때 범죄를 일으킬지 모르니 경찰은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 아이가 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무섭다”며 “요새 쇼핑몰이고 지하철역이고 경찰들이 무장하고 지켜보는데 괜히 겁이 덜컥 난다”고 언급했다.
조현지(가명·35세)씨는 “온라인에 급속도로 퍼지는 살인예고부터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절반 이상은 장난글이라는데 경찰 인력은 인력대로 낭비고, 갑자기 자기가 이용하는 시설에 경찰들이 무장하고 대거 모여있으면 시민들 불안도 더 커진다”며 “더 근본적인 대응은 없는 건지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틱장애, 혹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ADHD·틱장애·자폐성 장애 관련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한 부모는 틱 장애가 있는 자신의 아이가 밖으로 나갔다가 괜한 오해를 받을까 고민이 된다고 밝혔다.
21세 틱 장애 아이를 둔 해당 글쓴이는 “아이가 지하철을 타고 센터를 오가는데, 욕을 하거나 소리를 크게 내는 틱이 있어 가끔 주변의 오해를 받는다”며 “묻지마 칼부림 사건 이후 아이가 걱정돼 같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지만 주변 이용객의 경계하는 눈빛이 부쩍 심해진 것 같다. 경찰을 지나칠 때도 괜한 의심을 받을까 걱정이 된다. 당분간 집 밖으로 내보내지 말아야하나 고민 중이다”라고 호소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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