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도 野도 벗어날 수 없는 ‘잔인한 8월’ [신율의 정치 읽기]

2023. 8. 6. 21: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지지율 20% 그쳐 정계 개편 가능성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 리스크도 여전해
불체포특권 포기 두고 친명-비명 갈등 우려

지난 7월 28일 공개된 한국갤럽 정례조사(7월 25일부터 27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14.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타난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5%, 더불어민주당 29%, 무당층 31%였다.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 대비 2%포인트 오른 35%였다. 7월 20일 발표된 NBS 조사(7월 17일부터 19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16.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민주당 지지율 23%, 국민의힘 지지율 30%, 그리고 대통령 지지율은 34%였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 정당 지지도 측면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서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압도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 둘째, 그래서 총선 구도는 안갯속이라는 것. 셋째, 민주당 지지율이 20%대로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당 지지율이 20%대로 진입했다는 것은 야당발 정계 개편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행 지표다. 2015년 20대 총선을 240여일 앞둔 시점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지지율은 21%였다(한국갤럽).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분당 사태에 직면한 배경이다.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면, 정당 구성원은 불안해진다. 해당 정당의 이름으로 출마했을 때 오히려 총선 승리 가도에 먹구름이 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불안감이 지속되면 분당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이번 수해로 많은 피해를 겪은 대전·세종·충청에서도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10% 이상 앞섰다. 수해를 입었음에도 여당이 야당을 크게 앞선다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 또한, 서울과 인천·경기 지역에서도 근소하지만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서고 있다. 광주·전라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대부분 50%를 웃돌지만, 무당층 비율이 평균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 광주·전라에서 ‘방황하는’ 민심 역시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 지역을 근거지로 하는 신당 출현은 충분히 가능하다. 신당이 다른 지역 유력 정치인과 손잡을 수 있다면, 총선 상황은 달라질 테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8월에 또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바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8월 중순경 다시 한 번 국회로 넘어올 가능성이 있다. 이때 민주당은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논란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민주당이 꺼낸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가 과연 지켜질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당 혁신위가 주장하는 체포동의안 ‘기명 표결’ 문제다.

불체포특권 포기는 민주당 혁신위가 먼저 꺼내들었다. 혁신위가 특권 포기를 요구할 당시만 해도, 민주당은 미온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러다 31명의 비명계 의원이 선제적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니, 그제야 의총을 열고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의사’를 밝혔다고 표현한 이유가 있다. ‘정당한 영장 청구 시’에만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당한’이라는 전제는 영장 청구 상황에 대한 ‘자의적 해석 가능성’을 내포한다. 따라서 불체포특권 포기라고 단언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다시 국회로 넘어오면 민주당은 상당한 딜레마에 빠질 테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체포동의안이 ‘정당하지 못하다’ 판단하더라도, 이미 조건 없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밝힌 31명의 민주당 의원이 가결 표를 던지고, 여기에 국민의힘 의원과 정의당 의원이 가세하면, 나머지 민주당 의원 의사에 상관없이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 있다. 이때 민주당 의원이 부결 표를 던졌다가는,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 채 방탄이라는 비난만 들을 수밖에 없다. 둘째, 민주당 의원 전체가 부결 표를 던져 ‘체포동의안 부결’이라는 목적을 달성한다 해도, ‘특권 포기 불가 정당’이라는 오명과 함께 방탄 이미지는 굳어질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회기 중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면, 회기를 잠시 중단하고 이재명 대표가 직접 법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거론한다. 이때 이재명 대표 출두를 위한 회기 중단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 있다.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두 번째 문제점은, 민주당 혁신위가 주장한 ‘기명 투표’ 제안이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이런 제안은 상당한 타당성을 가진다. 미국은 물론이고, 독일과 일본 역시 의회에서 행해지는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기명 투표를 한다. 우리나라처럼 사안 성격에 따라 무기명 투표를 하는 선진국 의회는 거의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 31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이것이 왜 민주당 내에서 논란이 될까? 이유는 친명과 비명 사이 갈등에서 찾을 수 있다. 친명과 비명 간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는 이른바 ‘명낙 회동’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총리가 7월 29일 회동을 가졌다. 분위기가 좋았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회동 후 나온 보도자료를 보면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재명 대표 측에서는 ‘당의 단합’을 강조했지만, 이낙연 전 총리는 ‘도덕성 회복’을 강조했다. 이 전 총리 측은, 강성 친명 지지자에 대한 문제도 간접 거론했다. 때문에 두 사람 회동은, 화합의 시작이라기보다는 갈등의 확인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명 투표 문제는 민주당 내부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수 있는 사안이 될 수 있다. 기명 투표로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면 누가 가결에 표를 던졌는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강성 친명 지지층은 친명과 비명을 더욱 선명하게 구분할 수 있다. 당연히 가결 표를 던진 의원들은 공천에서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대의원제가 폐지되면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현재 혁신위가 ‘검토’한다는 대의원제 폐지 문제와 기명 투표 문제는 서로 연결해 파악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그래서 비명계는, 해당 사안이 자신들의 정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반면 부결 표를 던진 의원들도 걱정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이 부결 표를 던진 의원을 ‘방탄조끼’라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공천은 모르지만 본선에서는 부결 표를 던진 것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명 투표로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경우, 민주당 의원의 고민은 이래저래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민주당 상황 외에 8월에 예정된 일본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정국의 뇌관이 될 수 있다. 해당 상황은 여권 전체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여야 모두에 ‘잔인한 8월’이 될 것이라 예상해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1호 (2023.08.09~2023.08.15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