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미터 앞에서 만난 멸종위기종 담비... 실태조사 필요한 이유

정수근 2023. 8. 6.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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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유역환경청은 하천 정비사업 전면 중단, 금호강 지구지정 전반 재검토해야"

[정수근 기자]

 금호강 팔현습지서 목격된 멸종위기종 담비의 이쁜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멸종위기종 담비가 목격됐다. 지난 1일(화) 오후 2시경 대구환경운동연합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실사팀과 함께 팔현습지 생태조사차 이곳을 들렀다가 산지 절벽 능선에 서 있는 멸종위기종 담비를 20미터 앞에서 목격했다고 밝혔다.

담비는 호랑이나 표범 같은 대형 포유류가 사라진 대한민국에서 삵과 더불어 육상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다. 담비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돼 국가가 보호하고 있는 법정 보호종 야생생물이다.

금호강 팔현습지서 멸종위기종 담비 목격... 모두 총 9종 법정보호종 
 

담비의 출몰은 팔현습지의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하고 보전 가치가 있는 곳인지를 단적으로 증명해준다. 대구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왜냐하면 팔현습지는 '제봉'이라는 낮은 산지와 금호강이 만나는 곳으로 산과 강의 생태계가 온전히 연결돼 있는 흔치 않은 곳으로 생태적으로 너무 중요한 핵심 생태 공간이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수리부엉이 유조 둘 마리가 동시에 한 나무에 앉는 경우는 잘 없는데, 8월 5일 목격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담비의 출몰로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실시한 생태조사에 의하면 팔현습지에는 얼룩새코미꾸리(멸종위기 1급)와 수리부엉이(멸종위기 2급, 천연기념물)와 더불어 수달(멸종위기 1급, 천연기념물), 삵(멸종위기 2급), 흰목물떼새(멸종위기 2급), 황조롱이(천연기념물), 남생이(멸종위기 2급, 천연기념물), 원앙(천연기념물)까지 총 9종의 법정 보호종의 서식이 확인됐다.

그러나 이러한 생태적으로 중요한 팔현습지에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곳에 슈퍼제방 확장공사에 이어 교량형 보도교 건설사업까지 벌이려 하고 있다.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를 파괴하는 공사를 벌이려 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 '대구시 금호강 사색이 있는 산책로 조성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수달과 삵 그리고 원앙의 언급만 있을 뿐 대구환경운동연합이 목격한 나머지 다섯 종들이 모두 누락돼 있다.

이에 대해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이하 '금호강 공대위') 박호석 대표는 "이 정도면 환경영향평가가 엉터리로 실시됐다는 것이 증명된 것으로 평가를 맡았던 대구지방환경청은 즉시 사과하고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검토위원회를 열어서 잘못된 환경영향평가서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또한 그는 "문제의 사업을 강행하려 하는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해당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할 것"이리 주장했다. 왜냐하면 "환경부가 나서서 스스로 보호하고 있는 멸종위기종의 중요한 서식처를 망가뜨리는 토목공사를 실시한다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박대표는 "4계절 전면 생태조사를 통해서 팔현습지에 멸종위기종을 비롯 얼마나 많은 야생생물이 살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서 팔현습지가 더 이상의 개발 압력에서 벗어나 온전히 보전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환경부가 해야 할 참 역할이기 때문"이라 강조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팔현습지가 금호강 지구지정에서 친구지구로 지정돼 있다. 엉터리 조사가 아닐 수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보존지구라든가 친수지구 같은 금호강의 지구지정이 엉터리로 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구환경운동연합 이승렬 의장은 "먼저 엉터리 지구지정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이토록 생태적으로 중요한 생태 공간인 팔현습지 일대가 보존지구가 아닌, 정말로 엉뚱하게도 친수지구로 지정돼 있다. 이런 현실이니 이곳에 개발사업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금호강 지구지정이 엉터리 졸속으로 이루어졌다는 방증이다. 차제에 금호강 지구지정 전반에 대한 재검토 또한 시급히 필요해 보인다." 주장했다.

담비 목격의 의미

이번에 팔현습지에서 목격된 담비의 생태에 대해서는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박사는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담비의 다른 이름으로 노란목도리담비, 대륙목도리담비, 담보(사투리)가 있고, 영명은 Yellow-throated marten이고, 학명 Martes flavigula (Boddaert, 1785)이다.
 
포유강 식육목 족제비과에 속하는 담비는 전 세계의 담비 종류에서 가장 체구가 큰 포유동물이다. 전국 내륙의 산지를 거점으로 산과 붙어있는 강, 하천, 계곡, 댐 및 산기슭 민가 주변까지 출몰한다.
 
머리와 몸길이는 50~70cm에 이르며 꼬리 길이도 몸길이만큼 긴 것이 특징이다. 주로 아침과 저녁 무렵에 활발히 활동하며, 한시도 가만히 있는 것을 싫어하여 잠시도 쉬지 않고 여기저기 살펴보고 뛰어다니기를 좋아하는 매우 활동성이 강한 포유동물이라 행동 영역도 체구에 비해 표범이나 반달가슴곰처럼 매우 넓은 지역을 이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긴 몸에 비해 다리가 짧아 토끼처럼 앞발과 뒷발 양발을 모아 껑충껑충 뛰듯이 움직인다. 평상시 소형동물을 즐겨 사냥하는 포식동물이지만, 가을철에는 나무에 올라가 식물 열매 고욤이나 감 등 과일도 잘 먹는 잡식성 동물로 실제 야생생활의 담비 생태와 행동에 대해 아직 밝혀진 내용은 매우 적다.
 
1980년대까지는 털과 모피를 이용하기 위해 밀렵이 성행하였으나, 1998년 이후 국가가 보호하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어 전국 내륙 산지에 담비의 수와 분포는 최근 20여 년 사이 증가하는 추세다."
 
'금호강 공동위'박호석 대표는 또 "팔현습지에서 담비까지 목격됨으로써 이곳의 생태적 가치가 크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모든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민간 전문가가 포함된 생태조사단을 즉시 꾸려서 전면 실태조사를 시급히 벌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금호강은 야생동물의 집이다. 보도고 공사 즉각 중단하라! 대구경북기독교연대 목사님들이 팔현습지 순례 후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 대구환경운운동연합 정수근
   
그러면서 "팔현습지에 더 이상의 개발사업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가 해야 할 일은 생태환경의 보전이지 개발사업이 아니다. 환경부가 제발 제자릴 찾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한편, '금호강 공대위'는 "팔현습지에서 최근 수리부엉이 가족에 이어 담비까지 목격됨으로써 이곳의 우수한 생태적 가치를 시급히 알리기 위한, 전문가 참여 현장 기자회견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이에 금호강 공대위는 "8월 10일(목) 오전 10시 30분 팔현습지 현장에서 육상동물 전문가로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박사 그리고 조류 전문가로 꾸룩새연구소 정다미 소장과 임봉희 부소장을. 마지막으로 어류 전문가로 담수생태연구소 채병수 박사를 모시고 팔현습지 현장에서 전문가 참여 기자회견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야생과의 공존의 철학을 위하여

팔현습지에서 깊은 산중에서 주로 목격되는 담비까지 목격됨으로써 금호강 공대위가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했던 바대로 "금호강 팔현습지가 야생동물의 집"임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야생동물의 집에 인간의 개발 행위가 계속해서 이어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난 6월 목격된 수리부엉이 가족과 이번 8월에 목격된 담비까지 그들과 진정으로 공존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려면 불필요한 개발사업은 지양돼야 하고 꼭 필요한 사업만 진행돼야 한다.
 
 야생과의 공존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개발사업들으 철저히 사라져야 한다. 대구경북기독교연대 목사님들이 팔현습지를 찾아 걷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번 사업에서 박대표의 말처럼 "제방공사는 치수사업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은 나름의 명분이 있지만 길도 없는 산지 절벽 앞으로 다리를 놓아서까지 산책로를 딲겠다는 것은 꼭 필요한 사업이 아닌 인간 탐욕의 개발사업일 뿐으로 전혀 명분이 없는 사업"이라 주장했다.

따라서 환경단체들의 주장처럼 "팔현습지 보도교 건설사업은 즉시 철회되어야 한다. 그래야지만이 팔현습지의 수많은 멸종위기종들과 인간이 비로소 공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의 결단이 필요하다.
 
 야생과의 공존을 위해서 팔현습지 망치는 보도교 건설사업 중단 촉구 서명운동이 매주 토요일 팔현습지기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2019년 10월 9일 강원도 양구에서 만난 멸종위기종 담비
ⓒ 한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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