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돌파 ‘밀수’의 류승완 감독 “영화를 특별하게 하는 건… 의외성, 그리고 한 스푼의 유머”

임세정 2023. 8. 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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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 두려워… 새 작품 선보일 때 긴장감 늘 같아
‘투톱’ 김혜수는 용광로, 염정아는 차가운 물
조인성, 비중 작지만 역대급 비주얼로 연출
최근 개봉한 영화 '밀수'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 이 영화는 개성 강한 배우들의 연기와 수중 액션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호평을 받고 있다. 외유내강 제공


‘베테랑’ ‘모가디슈’ ‘부당거래’ 등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밀수’로 돌아왔다. 류 감독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밀수’는 개성 강한 배우들의 연기와 수중 액션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호평을 받으며 여름 극장가를 순항 중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류 감독은 “여성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펼치는 활극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시도가 될 것 같았다. 사람들이 보기엔 비슷비슷한 영화를 하는 것 같지만 만드는 사람들은 ‘재탕’하는 걸 두려워한다”며 “배경을 가상 도시 군천으로 설정하고 장르의 세계를 만들었다. 장르물이라면 균형감에서 좀 더 자유로워져 극단적인 시도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제작사 외유내강의 조선민 부사장이 영화 ‘시동’(2019) 촬영차 군산에 갔다가 지역 박물관에서 해녀들이 밀수에 가담했다는 사료를 발견하면서 출발했다. 공교롭게도 류 감독이 한 장르 잡지에서 1970년대 부산에서 벌어진 여성 밀수단 이야기를 보고 구체적인 내용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류 감독은 주인공으로 배우 김혜수와 염정아를 선택했다. 그는 “친구관계인 두 사람이라는 설정에서 본능적으로 김혜수와 염정아가 떠올랐다. 영화 ‘히트’(1996)를 보고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같이 나온 게 정말 처음이란 말인가’ 했던 기억이 있다”며 “의외로 두 사람이 같이 한 작품을 찾기 어려웠고 ‘그럼 내가 해야지’ 했다. 그냥 여배우도 아니고 김혜수, 염정아다. 부담을 느끼기보다 흥분됐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연기의 조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류 감독은 “김혜수가 펄펄 끓는 용광로라면 염정아는 차가운 물같았다. 춘자가 그 정도로 온도가 왔다갔다하는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건 진숙이 쿨톤을 유지했기 때문”이라며 “원톱 영화였다면 (춘자의 모습이) 위험한 연기 경연대회처럼 보였을 수 있지만 진숙이 쿨톤이기 때문에 장도리(박정민)를 포함한 모든 배우들이 마음껏 오버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주인공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의 진한 워맨스, 춘자와 권상사(조인성) 사이의 긴장감은 영화 내내 지속된다. 그리고 인물들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밀수'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나온 배우 조인성(왼쪽부터), 김혜수, 류 감독, 염정아, 박정민. 연합뉴스


류 감독은 “‘밀수’는 정확히 얘기하자면 군상 활극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 투톱 영화라고 쉽게 읽힐 수도 있지만 모든 인물들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중심에 진숙이 있고 주변부가 변해가는 얘기”라며 “주인공들의 서사도 자세히 나오지 않는데, 여백은 관객들이 채워준다고 생각한다. 삶의 궤적을 찾아 끼워맞춰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액션에 많은 공을 들였다. 지상 액션은 그간의 노하우가 있지만 수중 액션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류 감독은 ”수중에서 어떤 걸 보여주고 싶었다기보다 ‘물 속에 들어가면 이런 게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호기심이 있었다”며 “첫째로 내가 해보지 않았고 남들도 잘 하지 않는 것이어서, 둘째로 중력의 작용이 지상에서와 다를 때 나오는 움직임이 카메라와 인물들의 동선을 얼마나 자유롭게 해줄지 알고 싶어서 시도했다”고 밝혔다.

물의 저항을 받기 때문에 남자가 뭍에서 아무리 강하더라도 물 속에서 남녀가 대결했을 때의 상황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류 감독은 “현실적이면서 환상적인 걸 찾고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무술팀과 싱크로나이즈 팀이 끊임없이 회의를 했다”며 “처음이라 무모한 시도도 있었지만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군천의 호텔에서 벌어지는 권상사와 장도리의 대규모 액션신은 영화의 주요 포인트다. 류 감독은 “사람들은 강력한 액션도 좋아하지만 그걸 넘어서는 감정적인 효과를 오래 기억한다. 배우 자체가 가진 매력도 있겠지만 어떤 감정에 이르게 하는 전후상황의 배치가 중요하다”며 “영화를 특별하게 해주는 건 의외성, 그리고 한 스푼의 유머다. 예상치 못한 위기, 액션이 발생하는 동안 또 다른 서스펜스를 발생시키는 제3의 요소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춘자와 권 상사의 감정을 풍부하게 한 건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다. 그러다보니 분위기가 예상치 못하게 흘러간 지점도 있었고, 음악 효과가 있었다. 액션 시퀀스의 마무리가 예상을 벗어나며 서스펜스가 유지돼 만족도가 높은 장면”이라는 자평을 덧붙였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비중이 작은 조인성은 역대 가장 멋진 비주얼로 담았다. 류 감독은 “전작에서 너무 사람을 망가뜨려놔서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는 부채에 대한 이자를 갚다가 액션에서 원금상환하는 느낌으로 작업했다”며 웃었다.

류 감독과 조인성은 영화 ‘모가디슈’ 촬영 당시 모로코에서 동고동락하면서 절친한 동료가 됐다. 류 감독은 조인성을 ‘말과 행동이 예쁜 사람, 멋진 배우이자 멋진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조인성과 일하고 나면 그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를 관리할 줄 알고 자신을 배우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대중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이기에 앞으로 더 사랑받는 스타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류 감독은 이번 작품에 영화의 재미 요소를 다양하게 집어넣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나를 매혹했던 영화의 요소들과 그 시절의 대중문화, 음악, 패션에 대한 기억들을 담았다. 과정이 전반적으로 편하고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가수 장기하를 음악감독으로 세웠다. 류 감독은 “1970년대 대중가요에 진심인 사람을 찾았다. 장기하가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작업에 참여한 걸 알고 있었고, 그 노래를 좋아하기도 했다”며 “일찍 선곡해 대본에 표시된 곡들은 배우들이 미리부터 들었고 현장에선 장 감독이 보낸 음악을 틀어놓고 촬영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팬데믹 이후에도 작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내년엔 그에게 ‘천만 감독’ 타이틀을 안겨준 ‘베테랑’의 후속편이 공개된다. 황정민, 오대환, 장윤주 등 기존 멤버에 새로운 빌런으로 정해인이 합류했다. 하지만 콘텐츠 소비 환경의 변화는 천만 감독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모가디슈’가 개봉한 2년 전과 비교하면 극장 상황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을까. 류 감독은 “상영시간 제한이 있고 띄어앉기를 하던 당시의 극장은 웃음이 나올 수 없는 분위기였다. 올초 ‘밀수’ 개봉 시기를 정하면서 ‘설마 그 때보다 나쁘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왔다”며 “하지만 그 때는 그 때의 긴장이, 지금은 지금의 긴장이 있다. ‘베테랑’ 때도 마찬가지였다. 새 작품을 선보이는 긴장감은 늘 같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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