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활동을 "극기훈련" 치부한 안일함의 새만금 '망신'
[이영일 기자]
▲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관련 정부 입장 밝히는 한덕수 국무총리 한덕수 국무총리가 5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 프레스룸에서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관련 정부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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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세계스카우트연맹도 행사 중단을 권고하자 우리 정부가 지난 토요일, 잼버리 중단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세계 잼버리 대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각국 대표단 회의 결과를 그 근거로 들었다. 또 여러 문제가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불만족스러운 경우가 많아 "참가 청소년들이 만족할 때까지 노력하기 위해서 행사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대 인원을 파견한 영국, 그리고 미국 등이 이미 퇴영을 결정한 후였다.
발등에 불 떨어지자 정부 대책 쏟아져, 결국 준비부족을 정부가 스스로 자인한 것
필자는 정부 발표가 토요일 오전에서 오후로 연기되자 행사 중단까지는 아니더라도 축소 운영을 하지 않을까, 그렇게 예상했다. 하지만 대단히 유감스러운 발표였다.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1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행사장에서 한 참가자가 그늘에 들어가 쉬고 있다. 이날 부안군에는 폭염경보가 발표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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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논란이 계속되자 여러 대책들을 줄줄이 쏟아냈다. 예비비 69억 원을 긴급 투입해 폭염과 의료대책에 쓰고 청소 인력 700명 투입, 쿨링버스와 그늘막, 캐노피 추가 배치, 야간 클리닉 운영 시간 연장, 의료인력 60여명 추가 배치등이 발표됐다.
하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폭염이야 그렇다치고 너무 기본적인 화장실과 샤워실이 도마위에 오르자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로 허둥지둥하며 정부가 발표한 이런 대책들이 왜 사전에 검토되지 못했는지는, 만반의 대책이 다 준비되어 있다는 정부의 자만과 잼버리를 이해하는 인식에서 찾을 수 있다.
청소년수련활동을 극기훈련쯤으로 치부하다니...
필자는 청소년 수련활동을 극기훈련 수준으로 치부하는 우리 사회의 전근대적 인식을 먼저 들고자 한다.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것은 피서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생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스카우트 정신으로 그런 역경등을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은 기반 시설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점검을 해이하게 한 원인으로 작동했을 수 있다.
'무언가 조금 부족해도 불만보다는 이해가 앞서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장관이 3명이나 공동조직위원장이면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야영장의 편익과 안전을 확보하지 못해놓고선 '스카우트 정신'을 내세워 심각한 폭염속에 행사를 계속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뻔뻔하기까지 하다.
▲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를 위해 한시적으로 문을 연 잼버리 소방서의 구급차가 2일 행사가 열리는 부안군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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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직위원회는 공식석상에서 여전히 '스카우트 정신'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면서 폭염이나 벌레 등의 문제를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가벼운 문제인 것처럼 말한다.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정부 관계자들과 어리숙한 조직위의 현실이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편의점 앞에서 긴 줄을 서 시중보다 더 비싼 돈을 주면서 물과 얼음을 사고 있었는데, 김현숙 여가부장관은 물론, 조직위 관계자들은 에어컨이 빵빵한 다른 곳에 숙소를 잡았다니 새만금 잼버리를 누구를 위해 개최한 것인지 그 근본적 질문까지 하게 한다.
객관적 위험상황... 안전 우려를 비난하는 일부 지도자들도 문제
"우리는 괜찮은데 왜 난리냐"는 일부 잼버리 참가 지도자들의 이기적 태도도 문제다. 4만여명이나 모였으니 이들중에는 폭염에도 크게 아프지 않은 청소년도 있을 수 있고 또 힘들지만 극복하고 준비된 행사에 즐겁게 참여하는 청소년도 있을 수 있다.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는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 내에 쓰레기와 재활용품이 가득 차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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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야영에 갖춰야 할 5가지 기준인 ▲기반(텐트)시설 ▲편익시설 ▲위생시설 ▲체육시설 ▲안전시설중 새만금에서는 무려 세가지 시설(편익, 위생, 안전)이 미비했기에 정부와 조직위가 비판을 피해 갈 수 없는 그런 상황인 지경이다.
이에 참가자들의 안전을 우려하고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는 괜찮고 참가자들은 재미있어 하는데 왜 행사에 부정적인 부분만 주장하냐"며 이를 비판하는 모습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한다. 새만금 잼버리가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은 매한가지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세계 잼버리때도 폭염은 있었지만... 새만금과 달랐다.
돌이켜보면 새만금 잼버리만 지금 폭염으로 힘든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5년도 일본 세계 잼버리에서도 우리나라하고 비슷한 상황이었고 4년후 북미 잼버리에서도 온열환자가 많이 발생했었다.
▲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 이렇게 할 거였으면 새만금에서 하지 않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시민단체, 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강행했으면 부대시설을 잘 갖출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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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오판이고 자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일본 잼버리때도 온열환자가 많이 발생했지만 우리와 다른 점은 잼버리를 치를 여타 기반시설 준비가 대부분 잘 갖춰져 있었다는 점이다.
북미 세계 잼버리때도 국립공원에서 열려 어느 정도의 그늘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만금은 잼버리때 이용하자는 얘기가 나왔던 신공항은 시작도 못한 상황인데다가 새만금 부지에 건립될 예정인 글로벌 청소년리더센터는 아직 완공조차 못한 상황이다.
코로나 때문에 준비를 못했다기보다는 전형적인 준비 부족, 열의 부족, 책임감 부족, 어영부영 말로만 대책이 다 준비되어 있다는 정부의 그 자만은 잼버리 종료후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는 국격 추락의 원인이다.
대한민국 이미지 추락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쏟아낸 대책 실천해야
많은 국민들이 하루하루 마치 외줄을 타는 심정으로 새만금에서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심정이지만, 해외에서 자기 자녀들을 우리나라로 보낸 외국 스카우트 대원들의 부모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혹여 우리나라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훼손될까 안타까운 상황인데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급선무인 것은 우리 국격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퇴영을 결정한 국가의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자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의 조치를 잘해야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남아 있는 해외 청소년들,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더 이상 안 좋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과연 청소년을 위해 새만금 세계 잼버리를 유치한 것인지, 새만금 홍보와 경제적 손익 계산으로 잼버리가 유치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청소년 행사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안전'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남은 기간, 전 정부 탓으로 그 책임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체면을 차리기 위해서라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까지 허둥지둥 쏟아낸 대책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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