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전 세계에 사과하길"... 미국인 학부모의 분노

하성태 2023. 8. 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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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비평] 잼버리 참가한 청소년 둔 전세계 부모, "대회 엉망"

[하성태 기자]

 (부안=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5일 오전 전북 부안군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에서 영국 참가자들이 퇴소 준비를 하고 있다. 2023.8.5
ⓒ 연합뉴스
 
지난 5일 영국과 미국 참가단이 새만금 잼버리에서 철수한 가운데, 앞선 4일 정부는 "중앙정부가 이제 직접 관리할 것"이라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5일 정부와 조직위 측은 영국과 미국을 제외한 각국 대표단과 논의 결과 대회 중단이 아닌 강행을 결정했다. 이후에도 외신 보도를 포함해 새만금 잼버리를 둘러싼 논란과 운영 미숙 등 잡음과 비판은 그치질 않고 있다.

국내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6일 오전 대회장 내 샤워실 성추행 사건이 제기됐고, 이와 관련해 전북 스카우트 80명이 퇴소를 결정하는 등 논란이 계속됐다. 이날 세계스카우트연맹은 "개인의 단순 실수"란 입장을 내놨고, 조직위는 "문화적 차이에서 온 오해"라고 해명했다.

또 전날(5일) 조직위는 6일 저녁 공연이 예정됐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케이팝 슈퍼 라이브' 공연을 전격 취소했다. 참가자 안전 문제 등이 이유였다. 조직위 측은 "일정 조율 중"이란 답을 내놨다. 이후 폐영식(11일) 날로 일정을 연기하는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는 중이다.

영미권 외신들은 5일(현지시간)까지 철수한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들의 반응이나 학부모들의 반응을 담은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즈>는 <폭염에 시달린 스카우트들이 잼버리를 일찍 떠나고 있다>는 기사에서 아들이 새만금 잼버리에 참가했다는 미국 콜로라도 주 출신 저스틴 코우던씨의 반응을 게재했다. 이 학부모는 우리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었다. 

이어지는 영미권 학부모들의 분통

"한국 정부가 전 세계에 사과하기를 바란다."

한국 정부를 믿고 14살 아들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이하 새만금 잼버리)에 보낸 미국 학부모는 분통을 터트리는 듯 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이 학부모의 14살 아들은 금요일인 4일 밤 심각한 탈수로 구토 끝에 병원을 찾았지만 병원 문이 닫혀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이 학부모는 "조직위원회가 충분한 음식과 시원한 실내 공간 등 스카우트들에게 필요한 기본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며 "우리 부부는 (미국이 새만금에서 철수 중인) 현시점에서 아들이 안전하게 귀가하기를 바란다"면서 한국 정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뉴욕타임즈>가 부정적 의견만 전한 것은 아니다. 영국 출신 20대 자원봉사자는 "날씨는 좋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이 서로 돕는 모습을 보고 기뻤다"고 말했다 반면 뉴욕시에 거주하는 학부모 로라 펠레그리니의 미국 보이스카우트 소속 두 10대 아들은 대회 개막일인 지난 1일 미군 기지에 머물렀고, 대회 현장에서도 물과 전기 등 곤란을 겪어야 했다. 이 학부모는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더 잘 준비하지 못한 것이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영국 <가디언>은 온열 질환자들이 속출한 직후인 지난 3일부터 새만금 잼보리에 관한 탐사 보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5일 <가디언>은 16세 아들을 한국으로 보낸 익명의 학부모가 "이 상황을 참을 수 없다"라며 분개하는 인터뷰 기사를 헤드라인으로 장식했다.

이 학부모는 아들이 5일 영국 스카우트연맹의 결정에 따라 잼버리에서 철수했으며, 아들이 이날 세 명의 다른 참가자들과 공항 근처 비좁은 호텔 방 바닥에서 잠을 잤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학부모는 "아들은 (잼버리) 상황을 난장판이라고 불렀다"며 "스카우트 모토는 '준비하라'인데 한국 정부는 그렇지 않았다. 더위가 정부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아마도 폭염이 아닌 폭우만 대비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이 학부모의 아들이 잼버리 장소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벌레에 물려서 약국에 가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학부모가 통화를 통해 전해들은 아들의 설명에 따르면, 대회장 내 매립지라 벌레가 많았고 화장실은 더럽고 캠프장은 그늘이 제한적이라 무척이나 더웠다. 또 물리적 활동을 요하는 일정이 취소돼 거의 할 일이 없었다고 한다. 아들은 "어제(4일) 너무 심심해서 땅에 구멍을 파며 놀았다"고 말했다.

5일 영국 <스카이뉴스>는 잼버리 대회장에서 퇴소한 영국 참가단의 반응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국 참가단 지도자는 이 매체에 "아이들이 일생에 한 번뿐인 이 기회가 조직위 측의 준비 부족으로 낭비되었다는 사실에 속상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또 두 자녀의 참가비용으로 9천 파운드를 지불했다는 영국인 부모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이 학부모는 "한국이 대회를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중앙정부가 관리하겠다고 나섰지만 여전히 엉망인 것 같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한국 여행이나 한국 문화의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CNN, 로이터, NPR 등 영미권 다수 주요 매체들이 영국과 미국 참가단의 연쇄 철수를 보도했다. 특히 홈페이지 내 특별 페이지를 구성한 <가디언>에 이어 영국 공영방송인 BBC는 새만금 잼버리 참가자들의 경험담을 제보 받고 있어 주목된다.

이처럼 자녀들을 새만금 잼버리에 참가시킨 영미권 부모들의 분통이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된 가운데 6일 오전 딸을 퇴소시켰다는 한 학부모의 커뮤니티 글이 온라인 상에서 관심을 모았다.

퇴소한 딸의 분노, K팝 콘서트를 둘러싼 설왕설래
 
 영국 스카우트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캠프장 철수를 보도하는 <인디펜던트>
ⓒ 인디펜던트
 
"아이가 끝까지 퇴영을 고민한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다음 주에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고 (이번 주에 제대로 한 게 물총놀이와 시장방문밖에 없었거든요) 그리고 일요일 밤에 있을 콘서트였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아이돌들이 등장하니 듣기로 주변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 콘서트를 바라보고 견뎌왔던 것 같았습니다.
 
제 딸아이가 짐을 싸고 퇴영준비를 하는 도중 내부에서 콘서트가 취소됐다는 소문이 먼저 돌았던 것같습니다. 아이들이 무척 분노했다고 하는군요. 취소가 아닌 연기라고 하지만 누가 믿을까요. 가수들 스케줄을 재조정하는 것, 공연장에서 음향장비와 무대를 만드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6일 오전 한 인터넷 커뮤니에 게시된 <잼버리에 참가한 딸을 오늘 직접 복귀시켰습니다>란 글 중 일부다. 글쓴이는 "중학교 2학년인 제 딸이 참가했고, 토요일 아침 아이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것을 감지하고, 인솔교사와 아이와 소통하며 퇴영을 결심했고, 그래서 직접 새만금으로 내려가서 아홉시 경 아이를 태우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라며 밝힌 뒤 그 과정에서 느낀 점들을 열거했다.
글쓴이에 따르면, 새만금 잼버리에 참가한 청소년들 대부분 K팝 콘서트를 기대해왔고, 5일 연기 소식에 분통을 터트렸다고 한다. 글쓴이는 "일요일 밤에 있을 콘서트를 생각했을 때 덜컥 겁이 났습니다"라며 이런 소회를 털어놨다.
 
"개영식보다 훨씬 뜨겁고 열정적일텐데, 꿈에나 그리던 아이돌들을 실제로 보는 친구들이 많을텐데 그들이 본의아니게 사고를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 콘서트는 절대 참가시키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조직위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하루를 남겨놓고 이 콘서트를 취소시켜버리네요. 더 큰 사고를 막은 것에 감사해야할지. 하지만 해외에서 아이돌들을 만나기 위해 꿈에 부풀어 일주일의 폭염을 견디었을지도 모를 외국학생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네요."
 
이와 관련, 6일 오후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팝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새만금 잼버리 참가자들이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K팝 콘서트가 차질 없이 개최될 수 있을지, 문체부 장관까지 직접 일정 조율에 나선 만큼 더 이상 잡음이 나오지 않을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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