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가고 초전도체 올까? [편집장 레터]
구현만 할 수 있다면 전력 시스템에 일대 혁신 일어날 테지만…
8월 첫 주 가장 ‘hot’했던 단어는 아마도 ‘초전도체’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지난 7월 22일 한국 민간 연구 기업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약 30℃ 상온에서 전기 저항 없는 초전도체 ‘LK-99’를 개발했다는 논문을 공개하면서, 그야말로 전 세계가 들썩였습니다. 지금까지 초전도체는 극저온(-140도), 초고압에서만 가능하고 일상적인 온도나 압력에서는 구현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상온, 상압에서 초전도체가 작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면 ‘노벨 물리학상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얘기까지 돌았죠.
다들 긴가민가하고 있는 와중에 기름을 부은 사건이 일어났으니,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소속 연구원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해당 물질에서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봤고 계산 결과 전자들이 초전도성을 띨 수 있는 경로가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초전도체가 뭐냐고요? 금속처럼 전기가 잘 통하는 물질은 ‘도체’, 나무같이 전기가 아예 통하지 않는 물질은 ‘부도체’라 부른다는 것은 다 알고 있을 겁니다. 선택적으로 전기가 통하는 물질이 바로 ‘반만 도체’인 ‘반도체’지요. ‘초전도체’는 도체보다 엄청나게 전기가 잘 통하는 물질입니다. 이론상 전기 저항이 ‘0’인 물질이죠.
초전도체가 구현되면 뭐가 좋냐고요? 난리가 납니다. 도체는 전기 저항이 낮아서 전기가 잘 흐르지만 그렇다고 전기 저항이 0은 아니기에 ‘발열’이 발생합니다. 초전도체가 가능해진다면 스마트폰 발열, 컴퓨터 발열… 이런 것을 모두 없앨 수 있다는 얘기죠. 송전선, 변압선을 다 초전도체로 바꾸면 전력 시스템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테고요. 영하 269도 상태를 만들어 초전도체 현상을 일으킴으로써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내는 MRI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무한동력을 구현해낼 수 있는 만큼 2차전지 이런 것은 깡그리 쓸어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 확인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LK-99가 한 세대에 한 번 나올 법한 과학적 돌파구일 수도 있지만, 큰 실망거리에 그칠지도 모른다(블룸버그통신)”는 조심스러운 진단이 나오고 있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2차전지 이후 주도주를 찾던 이들의 안테나에 걸린 ‘초전도체’ 수혜주는 이미 광란의 파티에 들어갔습니다. 퀀텀에너지연구소와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기업 혹은 초전도체 기술 개발 이력이 있거나 관련 장비·원료를 생산하는 기업 주가가 급상승했죠. “초 단어만 스쳐도 상한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중국에서도 초전도체 기업들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모양새는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그뿐인가요. 그러다 또 급락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가 정신없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한국 증시를 휩쓴 2차전지 광풍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그 광풍을 이어받을 다음 주도주 중 하나로 ‘초전도체’가 올라설 수 있을까요? ‘2차전지 7일간의 추적’이란 제목을 붙인 이번 호 ‘스페셜리포트’에 힌트가 있을까요?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1호 (2023.08.09~2023.08.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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