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근로자 절반 “잘릴까 봐 휴가 눈치 본다” [US REPORT]
“휴가를 못 갈 정도로 힘들게 일하는 상황인데 고용이 탄탄하다는 게 말이 되는 걸까요.”
최근 월스트리트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문이다.
겉으로 본 미국 노동 시장은 아직 탄탄하기 그지없다. 지난 7월 6일(현지 시간) 민간고용정보업체 ADP(Automatic Data Processing)연구소가 발표한 6월 고용 통계는 충격이었다. 민간 일자리가 전월 대비 49만7000개 증가했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전문가 예상치(22만개) 두 배를 뛰어넘는 결과이자 지난해 7월 이후 최대폭 증가였다. 하지만 다음 날인 7일 미국 노동부는 6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20만9000명 증가했다며 ADP 조사 결과를 크게 밑도는 내용을 발표해 시장을 혼란스럽게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ELVTR의 최근 연구는 고용 지표에 오차가 있다고 주장하는 쪽이 선호할 만한 대표 자료라 할 만하다. 이 연구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 중 55%는 직장에서 잘릴까 두려워 휴가 계획을 취소하거나 휴가 일정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지난 5월 미국인 1800명의 참가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해고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 설문 답변자 37%가 휴가 일정을 평년 대비 줄이고, 20%는 휴가 계획 자체를 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노동부 고용 통계, 예상치 밑돌아
현지 근로자 37% 휴가 줄이거나 취소
이들이 휴가까지 반납하며 직장에 매진한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최근 인플레이션이 가팔라 충분히 먹고살 만한 봉급을 못 받고 있다는 게 첫째 이유다. 최근 2년여간 물가 상승은 임금 인상분을 압도해왔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감당할 만큼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 휴가도 반납하고 일을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직후 다수 근로자는 고용주와의 줄다리기에서 밀리지 않는 싸움을 해왔다. 코로나 이후 노동 시장에 공급되는 근로자 숫자가 확 줄어든 결과 시장에 남아 일을 하는 근로자들은 잘릴 위험 없이 큰소리를 내며 고용주를 상대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확 달라진 분위기다. 일자리 시장에 다시 공급이 늘어나면서 고용주들은 예전보다 더 쉽게 채용을 할 수 있게 됐다.
로젠버그리서치의 창업자 데이비드 로젠버그 이코노미스트도 비슷한 맥락의 분석을 한다. 그는 수십 년래 최저치 부근에서 머무르고 있는 미국 실업률 수치는 후행 지표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그는 대신 선행 지표인 근무 시간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올해 들어 미국 평균 주당 근무 시간 데이터는 7월 기록한 34.7시간을 정점으로 점점 내려오고 있는 추세다. 로젠버그 이코노미스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줄어든 근무 시간은 6개월~1년 정도 실업률에 선행한다. 그의 시나리오대로라면 겉으로 드러난 미국 실업률은 이르면 내년 초부터 완연한 상승세로 돌아설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과거 데이터에 불과한 낮은 실업률을 근거로 지금 고용이 탄탄하니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선행 지표인 근무 시간에 집중해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7월 26일(현지 시간) 미국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여전히 고용은 탄탄하다(Robust)’고 적시하며 또 한 번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같은 현상을 두고 전혀 다른 해석이 공존하는 지금, 역사는 누구의 말이 맞다고 평가해줄까.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0호 (2023.08.02~2023.08.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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