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범죄 전담 조직 ‘가상자산 합수단’ 떴다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3. 8. 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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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 가상자산 범죄 합동수사단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상자산법은 내년 7월 1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가상자산법에는 자본시장법과 유사하게 가상자산에 대한 시세 조종 등 전형적인 불공정거래행위·자기 또는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 거래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긴 경우 강하게 처벌하는 내용이 담겼다. 가상자산도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는 기존 금융 상품과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가상자산 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수사기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가상자산 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출범한 배경이다.

가상자산 범죄 합수단 출범

‘하루·피카·위메이드’ 배당

지난 7월 26일 서울남부지검이 출범시킨 합수단은 검찰·금융감독원·금융정보분석원·국세청·관세청·예금보험공사·한국거래소에 소속된 조사·수사 전문인력 30여명으로 구성됐다. 일반적인 검찰 수사 부서 1곳 인원이 20명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초대 단장은 이정렬 서울중앙지검 공판3부장이 맡았고, 기노성 남부지검 금융조사1부 부부장 등 검사 7명으로 꾸려졌다. 이 부장검사는 2021년 12월 대검찰청에 선정되는 증권·금융분야 2급 공인전문검사(블루벨트) 인증을 받았다. 2017년에는 금감원에 파견돼 법률자문관을 맡은 바 있다.

1호 수사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가 합수단에 재배당한 ▲가상자산 예치사 하루인베스트·델리오 ▲피카 코인 발행사 피카프로젝트 ▲위믹스 발행사 위메이드 관련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루인베스트·델리오 사건은 높은 이자율을 약속하면서 코인 예치 사업을 진행하다 지난 6월 돌연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해 논란이 된 사건이다. 피카프로젝트는 조각 투자 방식으로 고가의 미술품을 공동 소유한다며 피카코인을 발행하고 허위 홍보를 하는가 하면, 인위적인 시세 조종으로 코인 가격을 올렸다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피카프로젝트 공동대표 송 모 씨(23)와 성 모 씨(44)를 특경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해 수사 중이다. 투자 피해자가 많은 위메이드 사건은 위믹스 코인 발행 과정에서 공시한 물량보다 많은 양의 코인이 유통돼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6월 위메이드 본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위믹스 코인은 거액의 가상자산을 보유해 논란이 불거진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매입한 코인으로도 유명하다.

검찰이 가상자산 범죄 대응을 본격화하면서 법률 수요 증가가 예상되자 법조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양새다. 김앤장, 광장 등 이른바 8대 로펌 모두가 기존 조직의 협업이나 20~30명 규모 대형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가상자산 법적 기준 미비

증권성 논란도 해결돼야

합수단이 출범했지만 여전히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기준이 미비하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특히 가상자산법이 시행되기 전이기 때문에 현재 가상자산 사건 수사는 사기·횡령·배임 등으로 규율할 수밖에 없다. 조성근 법무법인 에스 형사전문 변호사는 “가상자산의 경우 부동산, 주식 등 전통적인 자산과 달리 금융당국 규제가 느슨하고 관련 법령도 세밀하게 규정돼 있지 않은 허점을 이용해 범죄 수단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합수단 출범과 가상자산법 시행으로 가상자산 사건 관련 판례들이 하나씩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가상자산의 ‘증권성’도 첨예한 논란거리다. 미국에서는 가상자산의 증권성과 관련해 엇갈린 판결이 나오는 상황이다. 제드 레이코프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판사는 지난 7월 31일(현지 시간) 테라폼랩스와 설립자 권도형이 미 증권선물위원회(SEC)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가상화폐는 증권”이라며 “판매 방식에 따라 증권 여부를 구분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뉴욕지방법원이 지난 7월 13일 내린 판결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 법원의 아날리사 토레스 판사는 “리플 발행사 리플랩스가 기관투자자들에게 판매한 리플은 증권이지만,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판매한 리플은 증권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올해 2월 금융감독원에서는 가상화폐의 증권성 판단을 지원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아직까지도 법리적 기준은 미비한 실정이다.

다만 향후 합수단 수사로 가상자산과 관련한 사기 등 사건의 처벌이 이뤄진다면 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 이한결 법률사무소 더드림 민사전문 변호사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형사처벌을 받았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가상화폐 투자금 상당액을 배상받을 수 있다”며 “특히 형사사건의 피해자가 가해자의 형사 절차에 병행하여 금전적 배상을 신청할 수 있는 배상명령 제도를 활용하면 별도로 민사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신속하게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 회장·LKB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
“모든 규정 지킨 가상자산만이 살아남을 것”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 회장. ▲서울대학교 철학과 학사 ▲ 제41회 사법시험 합격 ▲前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現 LKB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21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치고 법무법인에서 대표변호사로 새 출발을 하게 된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 그는 ‘로집사’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가상자산 관련 법적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Q. 합수단 출범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A. 가상자산 관련 범죄 증가는 새로운 잠재력을 개척하려는 좋은 시도까지 비난받게 한다. 늦었지만 가상자산 블록체인 업계에 검찰 수사력을 동원하여 정화하려는 시도는 좋다고 생각한다.

Q. 향후 가상자산 관련 사업자가 제도적으로 대비할 부분은 무엇일까.

A. 모든 규정을 지킨 가상자산만이 장기적으로 살아남고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증권에 해당한다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최대한 투명한 정보제공으로 투자자 보호를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 증권이 아니더라도 투자 대상이 되는 경우라면 시세 조종이나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

Q. 합수단 수사는 잘 이뤄질까.

A. 검찰의 수사 능력이 많이 향상됐음을 느끼고 있다. 투자자 피해가 크고 부당하게 이득을 얻은 사람이 분명한 경우 이를 바로잡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Q. 가상자산의 증권성에 대한 법적 기준이 미비한 상태다.

A. 가상자산의 증권성에 대해 전 세계 금융당국에서 논의가 계속 진행 중이다. 또한 자본시장법에 따라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판단하지 않는다 해도 가상자산 특별법을 통해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 보호도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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