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고통스러운 감빵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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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예상보다 일이 훨씬 커졌다.
'설마 무슨 일 나겠어'라고 생각하며 회사에 지입한 화물차 운전대를 잡았다.
다닥다닥 붙어서 자야 해서 깊은 잠은 언감생심, 토막잠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이 지옥 같은 고통에서 벗어날 날이 언제일지 기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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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예상보다 일이 훨씬 커졌다. 전날 너무 달렸다. 원래는 1차로 끝내고 충분히 쉰 뒤 출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가 아는 여자들을 부르면서 술판이 커졌다. 맥주 한두 병만 마실 생각이었는데, 어느덧 다섯 병 넘게 마셨다. 적어도 이 정도에서는 끝냈어야 했다. 그러나 친구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었다. 오래전 이혼하고 홀로 두 자녀를 키웠다. 자녀들이 성년이 되고 나서는 암으로 고통받고 계신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던 친구는 이런 자리를 통해서라도 두 번째 짝을 소개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술자리는 2차로까지 이어졌다. 여자 중 한 명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 여성도 싫지 않은 눈치다. 서로 호감을 가지고 술잔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덧 맥주 세 병을 더 마셨다. 다음날 출근이 걱정되었지만, 원래 술이 센 편이고, 잠을 자고 나면 어느 정도는 술이 깰 것으로 생각했다. 술자리는 밤 12시가 조금 넘어서 끝났다. 그 여성과 맺게 될 새로운 관계를 생각하며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출근 준비를 알리는 알람이 울려 잠에서 깼다. 네 시간 정도 잔 것 같다. 아직 술이 덜 깼다. 입에서는 역한 술 냄새가 난다. 회사에 이야기하고 하루 쉴까도 생각했으나, 취업한 지 아직 두 달밖에 되지 않아서 결근하는 게 부담스럽다. ‘설마 무슨 일 나겠어’라고 생각하며 회사에 지입한 화물차 운전대를 잡았다.
정신을 바짝 차리며 운전하겠다는 다짐과 달리 졸음이 몰려온다. 간혹 중앙선을 넘나든 것도 같다. 앞에 가던 차를 추돌할 뻔도 하였다. 이럴수록 빨리 회사에 도착해야겠다는 생각에 제한 속도도 수시로 위반했다. 그러나 취기로 인한 졸음을 이길 수는 없었다. 잠깐 졸다가 직원을 태우기 위해 정차해 있던 통근버스를 추돌했다. 빨리 내려서 112나 119에 신고하고 ‘사고 후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그러나 또다시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을 것이 두려웠다. 이번에 단속되면 세 번째다. 첫 번째 단속되었을 때는 벌금 200만원을 냈으나, 두 번째에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게다가 현재는 집행유예 기간 중이다.
현실을 회피하고 싶었다. 누가 신고하기 전에 빨리 현장을 벗어나야 했다. 앞유리창이 깨진 화물차를 버려두고 달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리다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후, 경찰이 왔다. 체포되어 조사를 받으면서 음주운전을 부인해보기도 하였으나, 경찰은 이미 세상 곳곳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세세한 행적까지 다 파악하고 있었다. 중·경상을 당한 피해자도 많아서 결국 구속됐고, 현재는 고통스러운 감빵생활을 감내하고 있다.
4평 수용실에서 10명이 생활한다. 한낮 기온이 섭씨 35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수용실에는 선풍기 한 대가 삐걱거리며 돌아갈 뿐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수용자끼리 부딪치는 상황이다 보니 짜증이 난무한다. 잠도 편히 잘 수 없다. 다닥다닥 붙어서 자야 해서 깊은 잠은 언감생심, 토막잠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이 지옥 같은 고통에서 벗어날 날이 언제일지 기약이 없다.
필자가 만난 어느 음주운전자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정말 후회됩니다. 음주운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제 제 인생은 망했습니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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