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나아졌고, 덥기보단 따뜻"...잼버리 분위기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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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버스 132대 추가…폭염 대책도 강화
"화장실·샤워장이 처음엔 더러웠는데 지금은 깨끗해졌어요. 물도 잘 나오고 긴 줄을 서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6일 오전 전북 부안군 '2023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에서 만난 스리랑카 출신 시요스요시 타칼루타가 코라라(18)가 한 말이다. 잼버리 관문인 '웰컴센터' 인근에서 만난 한 덴마크 운영요원은 "화장실·샤워장이 좋진 않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다(not good, but getting better)"고 했다. '너무 덥지 않냐'고 하자 그는 "따뜻한(warm) 정도"라고 했다.
지난 1일 개막 이후 '사람 잡는 폭염' '달려드는 모기떼' '오물투성이 화장실' 등 총체적 부실 지적을 받아온 새만금 잼버리 시설이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부처가 나서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참가자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예산·인력을 지원하면서다. 반면 폭염 속에 일부 국가 참가자들이 떠나는 등 대회 파행은 여전한 모습이다.
화장실·샤워장뿐만 아니라 폭염 대책 시설도 달라졌다고 한다. 잼버리 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대회장 곳곳에 있는 냉방버스 262대에는 참가자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애초 130대에서 132대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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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개국 500여명 나무 심기 행사도
민간 자원봉사자 도움도 크다고 한다. '웰컴센터' 1층엔 전라북도약사회와 대한의사협회 소속 약사·의사 등 10여명이 환자를 맞았다. 김현수(59) 약사는 "해충 기피제와 벌레에 물렸을 때 먹는 약, 감기약 등이 제일 많이 나간다"며 "오전에만 15명 정도 약을 받아갔다"고 말했다.
대회 프로그램 170여개 가운데 상당수가 폭염 때문에 취소됐지만, 일부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새만금 환경생태단지에서는 나무 심기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150개 참가국 중 78개국 스카우트 대원과 국제운영요원(IST) 등 500여 명이 단풍나무·이팝나무 묘목 등을 심었다. 전북도가 미래를 위해 기후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준비한 '새만금 잼버리 기념 숲 조성 식재 행사'다. 스위스 스카우트 대원 플로리스 기신(16)은 "직접 나무를 심어본 건 처음"이라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내가 심은 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지 다시 와 볼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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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미국 등 조기 퇴영…'잼버리 파행' 여전
하지만 '잼버리 파행' 사태가 완전히 사그라지지는 않았다. 지난 4일 '조기 퇴영'을 결정한 미국과 영국 대표단은 야영지에서 커다란 가방과 짐을 바닥에 둔 채 버스를 기다렸다. 각각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와 서울·경기 등 호텔로 떠나기 위해서다. 본인을 '마크'라고 밝힌 미국 운영요원에게 '철수 이유'를 묻자 "대표단 결정이어서 대답할 수 없다"면서도 "한국 사람 모두 좋았다"고 했다.
야영지 근처에서 만난 폴란드 운영요원 6명은 콜택시 2대를 불렀다. 이들은 "오늘은 자유 시간이라 부안에서 식사하고 쇼핑한 뒤 절과 다른 대도시(big city)에도 가볼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열릴 예정이던 새만금 'K-pop(케이팝) 슈퍼 라이브'는 다중 인파 사고 등 안전상 이유로 11일로 연기됐다. 콘서트 개최 장소도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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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개국 4만3000명→150개국 3만7000명 줄어
조직위에 따르면 애초 158개국 청소년(만 14~17세)·지도자·운영 요원 4만3225명이 참가하기로 했지만, 이날 현재까지 영국(4400여 명), 미국(1500여 명), 싱가포르(60여 명) 등 3개국 6000명가량이 철수하기로 하면서 150개국 3만7225명가량이 남게 됐다. "참가자가 2~3명인 5개국은 (자국) 사정에 따라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다"는 게 조직위 설명이다.
지난 1일 개막한 이번 대회는 35도를 넘나드는 폭염과 질병, 열악한 시설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진짜 '생존 게임'이 됐다"는 비판이 거셌다. 온열 질환과 벌레 물림 등 매일 1000명 안팎의 환자가 속출하고, 위생·안전 논란까지 불거지자 참가국 중 최초로 영국이 자국민 안전 확보를 위해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특히 영국은 1920년 1회 대회를 개최한 '잼버리 종주국'이자 이번 대회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해 파장이 컸다. 세계스카우트연맹도 영국 철수 결정 직후 낸 성명에서 한국연맹에 사실상 '조기 중단'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원래 계획대로 오는 12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부안=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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