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과 IT의 만남' 하이브가 선보인 응원봉 통합 제어 시스템

5개월 걸쳐 개발한 응원봉·LED 무대
대형 LED 패널 수천장 무대 등장
카메라마다 태블릿 PC 장착 멀티뷰 전송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음악이 흘러나오자 객석의 관객 1만명이 손에 쥔 각양각색 응원봉이 일제히 같은 색상의 빛을 내뿜는다.

위버스콘 페스티벌에서 각기 다른 응원봉이 하이브의 응원봉 제어 시스템을 통해 같은 색상으로 빛의 물결을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 = 하이브]

지난 6월 10일부터 11일 이틀간 2만여명의 관람객이 찾은 위버스콘 페스티벌에서는 서로 다른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제각각 응원봉이 일사불란한 통제에 따라 빛을 발산했다. 이른바 ‘K팝’ 공연장의 백미로 일컫는 응원봉은 2시간 동안 이런 장관을 연출했다.

6일 하이브는 위버스콘 페스티벌에 자사가 독자 개발한 응원봉 제어 시스템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소속사, 각기 다른 아티스트의 응원봉을 실시간으로 일괄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응원봉은 반도체와 제어 회로로 구성된 칩셋을 탑재한 정보기술(IT) 디바이스다. 관객들은 자신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응원봉을 연동, 빛의 물결에 참여했다.

하이브는 약 5개월을 시스템 개발에 투자했다. 개발은 IT 개발자, 공연 전문가 등이 망라된 전담팀이 주도했다. 여러 차례 필드 테스트를 거쳐 완성도를 극대화했다. 아티스트별로 다른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적 사양을 갖춘 응원봉을 한 치 오차 없이 제어하는 게 핵심 기술력이다. 관객들은 자신의 좌석 정보만 앱에 입력하면 된다.

제어 시스템의 핵심은 공연장 내 중앙 제어센터다. 중앙 제어센터에 설치된 송신기는 각각 응원봉이 실시간으로 최대 6만5000가지 색상의 빛을 발현토록 신호를 보내는 지휘자이자 조명감독의 역할을 한다. 통합 제어되는 응원봉은 객석을 캔버스 삼아 아티스트를 비추는 조명, 무대 장치와 어우러져 또 다른 장관을 연출했다.

지난 6월 개최된 위버스콘 페스티벌에서 가수 김준수가 하이브의 중앙제어 시스템을 통해 같은 색으로 빛나는 응원봉을 든 팬들과 함께 소통하며 공연을 즐기는 광경. [영상제공 = 하이브]

공연과 IT 기술의 결합은 무대 위에서도 완성된다. 위버스콘 페스티벌 스테이지에는 초대형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이 8개 설치됐다. 이들 화면을 구성하는 데 투입된 LED 패널만 약 2000장에 달했다. 통상 아티스트들의 단독 공연 대비 4~5배 물량이다. 패널 임대료만 하루에 억대를 훌쩍 넘는다.

초대형 LED 화면은 무대 위 아티스트의 땀방울까지 보여주며 현장감을 극대화했다. 공연장 규모가 커질수록 객석과 아티스트 사이의 거리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극복하는 장치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LED 화면은 다이내믹한 시각적 효과를 연출했다. 대형 화면을 움직이는 기계 장치가 연결돼 있어 가능했다. 아티스트를 무대 아래에서 높은 위치까지 들어 올리는 리프트는 관객들의 몰입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중계 또한 아낌없는 투자가 이뤄졌다. 위버스콘 페스티벌에 투입된 카메라 수만 15대였다. 각 카메라에는 대당 100만원의 태블릿 PC가 장착됐다. 중계진은 이 태블릿 PC를 통해 무대 순서, 아티스트 동선, 특수효과 타이밍 등을 담은 큐노트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장의 카메라 감독은 연출 의도가 담긴 큐노트를 통해 최적의 촬영 앵글을 설정할 수 있다. 그 결과물이 전 세계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멀티 뷰(4분할 화면) 스트리밍 생중계다.

현장 운영 인력 역시 큰 투자 요인이다. 이틀간의 위버스콘 페스티벌에는 현장 질서 유지부터, 안내, 경호, 무대 운영에 연인원 1000명 이상이 투입됐다.

지난 6월 개최된 위버스콘 페스티벌에서 프로듀서 겸 아티스트 지코(ZICO)가 피날레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 = 하이브]

하이브의 다양한 운영 역량과 IT 기술을 접목한 콘서트 역량은 단독 콘서트와 팬 미팅 현장에서도 발휘됐다. BTS 멤버 슈가의 단독 콘서트에서는 응원봉 물결이 펼쳐졌다. 보라색을 필두로 무대 조명과 실시간으로 연동된 다양한 색상의 빛을 발현한 응원봉 물결은 무대 장치와 결합해 객석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지난달 초 그룹 뉴진스 첫 팬 미팅에서도 하이브의 응원봉 제어 기술은 팬들의 오감을 사로잡았다. 뉴진스를 상징하는 토끼 모양의 응원봉은 멤버들이 등장할 때마다 지정된 색깔의 빛을 뿜었고, 팬들은 이에 열광했다.

같은 달 2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세븐틴 월드투어 서울 공연에서는 현존 최대 규모의 LED 전광판이 응원봉과 어우러져 장내를 총천연색으로 물들였다. 아티스트 퍼포먼스와 미디어아트를 실시간으로 송출한 전광판과 응원봉 기술을 통해 하이브는 팬미팅과 콘서트 등 다양한 환경에서 팬들에게 최적의 무대와 팬 경험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K팝과 K댄스뿐 아니라 K스테이지 자체가 세계인을 사로잡는 하나의 히트상품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최고의 관람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아낌없는 투자가 이뤄질 때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