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기자간담회서 드러난 민주당의 숙제 3가지

박소희 2023. 8. 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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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대표 취임 100일, 박광온 앞에 놓인 '첩첩산중'... 총선 앞두고 '신뢰 회복' 가능할까?

[박소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단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8.6
ⓒ 연합뉴스
 
"'(취임)100일'은 마라톤으로 치면 10km를 지나서 15km로 향해가는 출발선이라고 생각한다. 시작할 때 각오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6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말했다. '비이재명계'인 그는 지난 4월 28일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 민주당의 21대 국회 마지막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이후 100일은 각종 논란과 이슈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박 원내대표는 특유의 '온화' 리더십으로 파고를 헤쳐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날 100분 간 열린 기자간담회에선 박 원내대표와 민주당 발 앞에 잔뜩 쌓인 과제들이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쇄신] "국민 눈높이" 강조했지만... 돈봉투·김남국은

취임 후 꾸준히 '확장'을 강조해온 박 원내대표는 6일에도 "정기국회부터 총선 전까지 민주당의 절실한 과제는 당의 통합을 바탕으로 당 밖에서 확장을 쌓아가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 회복"이라고 말했다. 이어 "돈봉투 의혹이 민주당 쇄신의 시작이었다"며 "충분한, 분명한 쇄신의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인 대응은 당 최고위에서 논의하겠지만, 확실한 건 민주당은 내로남불과 온정주의로 국민과 멀어지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런데 당장 민주당은 탈당한 윤관석 의원의 구속에 이어 돈봉투 의혹 의원 실명보도로 뒤숭숭하다. 전날 <조선일보>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2021년 4월말 송영길 당시 당대표 후보 지지 의원모임 때 의원 10명이 300만원짜리 봉투를 받았다며 개별 의원의 이름을 모두 공개했다. 해당 의원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검찰과 언론의 여론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이와 별개로 당 차원의 대응도 필요한 상황이다. 

원내지도부는 말을 아꼈다. 박 원내대표는 "이 문제에 관해서는 국민들께서 우리 당이 뭔가를 또 감추려 한다거나, 미루려 한다거나, 회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갖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면서도 "현재 상황에서 우리 당 의원 실명을 특정했느니 말았느니는 다 확인 안 된 얘기라고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검찰이 분명한 증거가 있을 때 얘기하길 (바란다)"며 "근거 없이 많은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건 잘 판단해서 대응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가상자산 투기 의혹으로 탈당한 김남국 의원 문제도 아직 떠안고 있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제명 권고를 윤리특위가 받아들인다면, 본회의 표결은 제1당인 민주당의 선택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원내지도부가 당과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다.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는 일단 "특위심사가 안 됐는데 (결론이) 어떻게 날 것이라고 전제하는 건 정말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이 문제도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 쪽으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단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8.6
ⓒ 연합뉴스
[유능] 안전, 민생에 정치개혁까지... '실적' 보여줄까

180석이라는 전무후무한 의석 수를 차지했던 21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를 앞둔 민주당은 '실적 압박'도 받고 있다. 압도적 의석 수의 효용뿐 아니라 정부·여당의 견제를 넘어 대안세력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일은 총선 승리의 필수조건이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지금 한국사회의 가장 큰 위기는 사회 불안이고, 책임은 1차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비판한 데에서 그치지 않고 "민주당은 국민을 위한 '5대 책임(안전·민생·민주주의·교육·미래)'을 다하겠다"고 말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박 원내대표는 우선 폭염, 폭우 등 기후위기에 따른 재난 대응을 위한 국가시스템 재편과 노동자 안전 보장, 오송 참사 재발방지를 위한 김영환 충북도지사 주민소환 추진 등을 약속했다. 또 "민주당이 민생을 책임지겠다"며 여야정 민생경제 상설협의체 설치, "적정복지·적정부담"을 위한 세법개정안 마련을 강조했다. 그는 "서울-양평고속도로를 민생문제로 접근하자"며 "국정조사로 진상을 밝히면서 수도권과 강원도 경제발전 측면에서 여야가 힘을 모아 원안을 추진하자"고도 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강화 측면에서 정부를 견제함과 동시에 대선 때부터 내걸어온 '정치개혁' 약속을 지켜야할 책임도 짊어졌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선 내년 총선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이다. 박 원내대표는 "선거제를 고치는 건 개헌보다도 어렵다는 얘기들이 있어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극단적 대립정치를 계속 만들어내는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서 끊을 것인가란 문제의식에서 선거제도 개혁 요구가 있고 우리가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고 말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로 송기헌 수석부대표와 함께 '2+2' 협상에 참여 중인 김영배 의원은 "민주당은 첫째, 우리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는 것을 협상의 핵심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핵심 기득권인 지역구 숫자(253석)을 조정해서 비례대표 숫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개혁하자는 것을 일관되게 주장해왔고,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제안했다"며 "지역구 숫자를 240석까지 줄이고 비례를 60석까지 늘리는 정도의 원칙을 갖고 국민의힘과 논의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재명] "안 나왔으면 했던 질문"인 이유

"어려운 질문이네요. 안 나왔으면 했던 질문인데"라고 박 원내대표가 반응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또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란 물음 때문이었다. 그는 "이재명 대표는 불체포권리를 내려놓겠다고 이미 천명했고, 비회기 중에 청구하면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말씀해왔다"며 "검찰이 수사도 많이 했으니까 (비회기 때) 청구해서 명확하게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회기 중 청구'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전제로 답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원내대표는 당 서열 2위로 대표 궐위 시 대행을 맡는다. 최근 이재명 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각종 '설'이 다시 난무하면서 친명계 일부에선 전당대회 개최를 염두에 둔 '대의원제 폐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대의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반할 수 있다"며 명확히 반대의견을 표시했다. 이 대목은 앞으로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내분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 '통합'에 힘써온 박 원내대표에게 남은 또 하나의 어려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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