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미안" 꽃게냉동고 끌고왔다…스카우트 놀래킨 반전
폭염과 열악한 시설로 위기를 맞았던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민간 지원이 이어지면서 안정을 되찾고 있다. 중앙 정부 차원의 전폭지원 약속도 분위기 전환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며칠만에 바뀐 분위기에 현장에서는 "처음부터 안전하고 넉넉하게 준비했어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환자 많아 현장 과부하” 의료 지원 손길들
6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잼버리 의료 지원을 위해 전날 세브란스병원·서울대병원·고려대안암병원·중앙대병원·삼성서울병원에서 의사 17명, 간호사 18명 등 의료 인력 55명이 추가로 투입됐다.
현장에 급파된 김문규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긴급 의료지원팀장)는 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잼버리 측이 예상했던 인원보다 몇 배 많은 환자가 발생하며 현장에 과부하가 걸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잼버리 영내에는 1차 의료기관 역할을 하는 ‘허브 클리닉’이 5개소 있는데, 클리닉당 하루 방문 예상 인원(50명)의 5배를 넘는 250명 정도가 클리닉을 찾고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클리닉으로 아이들이 걸어서 1시간씩 오다 보니 불편한 환자가 적지 않다”면서도 “인력 부족 등 전반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환자들의 피로나 아픔을 풀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대한의사협회·대한간호협회·대한약사회와 같은 보건 의료 관련 직역 단체도 현장에 지원단을 보낸다. 의협 관계자는 “의료 인력이 더 필요하면 회원을 추가로 모집해 잼버리 의료 대응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라고 말했다. 잼버리 참가자인 튀니지 국적의 야시네 간두즈 군은 중앙일보에 “한국 날씨가 너무 더워 복통을 앓아 병원에 갔었는데, 한국 의료진이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줘 아픔을 다 잊었다”라고 감사함을 나타냈다.
“어른들이 미안” 얼음물 준비한 지역 주민들
군산 우물 총괄 매니저인 남상천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안타까운 마음에 생수 무상공급을 결정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시민이 동참해 12시간 만에 목표 금액(200만 원)을 채웠고 48시간 만에 950만 원이 모였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시원한 얼음물·이온음료를 참가자에게 건네기 위해 꽃게 냉동고를 동원했다. 남씨는 “처음에는 외국인들이 ‘정말 공짜가 맞냐’라고 물어보지만 물 한병 마시고 달라지는 표정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새만금 현장을 찾은 자원봉사자 사이에서는 조직위원회 측의 준비 미비나 미숙한 운영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수연 ‘늘픔약사회’ 공동대표(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는 “전날(5일)부터 영외에 진료 센터와 봉사 약국이 생겨 의약품 부족 문제 등이 조금씩 해결되고 있다”면서도 “처음부터 안전하고 넉넉하게 준비가 됐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병동 약국에 미처 구비되지 않았던 벌레 물림 약품 800개가 이날 도착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사 A씨는 “필요 물품 목록을 작성해 우선 공급을 요청했으나 현장에 제때 도착하지 않아 현장은 전쟁터 같다”라며 “민간 지원으로 현장이 개선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여가부에 따르면 전날(5일) 잼버리병원과 클리닉을 찾은 청소년 대원 등은 총 987명으로 집계됐다. 증상별로는 ▶피부병변 348명(35.2%) ▶벌레 물림 175명(17.7%) ▶온열 손상 83명(8.4%) ▶일광화상 49명(5.0%) 등이다. 코로나19 환자는 24명이 전날 추가로 발생했다. 이로써 잼버리대회 개최 이후 누적 내원 환자는 모두 4455명으로 늘어났다. 내원자는 2일 992명, 3일 1486명, 4일 990명 등 하루 평균 1100여명에 이른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제오늘 참가 국가 대표단장 회의에서 각국이 그간 개선 노력에 감사를 표시하는 등 긍정적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현장을 계속 살피면서 불편한 점은 즉시 개선하겠다”라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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