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 만났다" 찰스3세 국왕, 체크치마 입고 이랜드 찾은 까닭
지난달 6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셀커크 지역에 있는 패션 기업 ‘로캐론’ 본사. 영국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가 이곳을 찾아 제조 공정을 시찰했다. 스코틀랜드 대관식 이후 지역 기업 격려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국내 패션 기업인 이랜드가 “찰스 3세 국왕이 ‘K-패션 기업’과 만났다”고 6일 밝혔다. 2011년 이랜드가 로캐론을 인수한 인연에서다.
로캐론은 1947년 설립된 세계적인 타탄(체크무늬) 제조업체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생전 외부행사 때 로캐론이 만든 무릎 담요를 애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앞서 앤 공주도 1990년 이곳을 방문하는 등 영국 왕실에 인정받은 전통 패션 기업이다.
로캐론의 매니징 디렉터 돈 롭슨벨은 이번 국왕 내외 방문에 대해 “우리의 뛰어난 직조 기술과 타탄 사업의 장인들을 소개하는 자리였다”며 “영국 왕실로부터 헤리티지(유산)를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로캐론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찰스 3세 국왕과 왕실을 모티브로 한 새로운 체크를 론칭하는 ‘로열 특별 타탄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랜드가 ‘패션 본고장’인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 로캐론을 인수했다. 당시 아시아 기업이 영국 전통 브랜드를 인수한다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이랜드는 헤리티지가 유지되고 선진 경영 시스템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다.
이랜드 인수 이후 로캐론은 2020년 코로나19 발생 첫해를 제외하고는 내내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42% 증가한 10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12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오랜 역사와 명성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비즈니스 역량이 부족했는데 이랜드의 경영 전략을 이식했다”고 설명했다.
1995년 이른바 ‘떡볶이 코트’로 불리는 더플코트의 원조 브랜드인 영국 ‘글로버올’을 인수하며 유럽 시장에 진출한 이랜드는 이후 이탈리아 브랜드 ‘벨페’ ‘라리오’에 이어 2011년 ‘만다리나덕’ ‘코치넬레’까지 인수했다. 현재 이랜드 유럽법인이 현지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매장 수는 60여 개이며, 납품하는 매장은 2000여 개에 달한다.
지난해 이랜드 전체 매출(5조328억원) 중 유럽 브랜드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이다. 매출 비중은 크지 않지만, 인수 효과는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게 이랜드 측 설명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영국·이탈리아 전통 브랜드 인수를 통해 해외 진출 시 큰 메리트를 얻었다”며 “특히 해외 백화점이나 바이어가 이랜드그룹 자체를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인식해 우호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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