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불어다오" 임진희 고향 제주서 시즌 2승
임진희(25)가 6일 제주도의 블랙스톤 제주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원)에서 우승했다. 임진희는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3개로 2오버파 74타, 합계 5언더파로 황유민을 한 타 차로 제쳤다. 우승상금은 1억8000만원이다.
임진희는 제주 출신으로 함평골프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다른 선수들과의 실력 차이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 하루 30분 더 연습하자라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아직도 그렇다. 그의 매니지먼트사인 넥스트 스포츠의 김주택 대표는 “KLPGA 선수 중 가장 열심히 가장 많은 시간을 훈련하는 선수”라고 했다.
임진희는 2018년 1부 투어에 진출했다. 그러나 3년 여 우승을 못했다. 2021년 BC카드·한경 레이디스 컵에서 선두와 5타 차 공동 13위로 경기를 시작했다가 선두권 선수들이 점수를 줄이지 못하는,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으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맥콜·모나파크 오픈에서는 완벽한 우승을 기록했다.
올해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이어 2승째다. 올 시즌 다승을 거둔 선수는 박민지, 박지영에 이어 임진희가 세 번째다. 뒤늦게 시작해 열심히 훈련한 임진희가 이제 많은 선수를 따라잡고 KLPGA 투어 정상급 반열에 올랐다는 의미다. 임진희는 올해 상금 5위, 대상 포인트 5위다.
임진희는 전날 “바람이 많이 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 출신이라 제주 바람에 익숙하고, 버티기에 자신 있기 때문이다. 더위와 바람에 지쳐 다른 선수들이 버디를 잡지 못한다면 임진희가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경기 초반 장타를 치는 슈퍼 루키 황유민의 기세가 대단했다. 4타 차 7위에서 경기를 시작한 황유민은 폭염과 바람을 뚫고 첫 홀 버디를 잡더니 7~9번 홀에서 또 점수를 줄였다. 황유민은 전반 2타를 잃은 임진희에 2타 차 선두로 나섰다.
지난 7월 9일 대유위니아 MBN 오픈에 이어 자신이 참가한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눈앞에 뒀던 황유민에겐 15번 홀이 뼈아팠다. 왼쪽으로 도는 홀을 질러 치다 볼이 숲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더블보기를 하면서 황유민은 임진희에게 리드를 빼앗겼다.
그래도 황유민에게는 기회가 있었다. 파5인 마지막 홀 황유민은 티샷을 261m나 날렸고 221m를 남기고 2온을 시도했다. 두 번째 샷의 거리는 딱 맞았으나 바람에 밀린 볼은 그린 왼쪽 벙커 경사지의 러프로 들어갔다. 황유민은 파에 그쳤다.
임진희는 지키기를 택했다. 마지막 홀에서 티샷을 드라이버 대신 우드로 쳤다. 또박또박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2퍼트로 파를 하고 우승을 확정했다. 임진희는 “전반 2오버파를 치고 선두를 빼앗겼다고만 생각했다. 차곡차곡 친 게 통했다”고 말했다. 강한 바람 속에서는 장타보다 살아남기가 중요했다. 제주 바람은 임진희 편이었다.
한편 황유민은 신인상 포인트 1605점으로 이번 대회 컷탈락한 김민별(1412점), 방신실(1050점)과의 간격을 더 벌렸다. 황유민은 지난달 9일 우승할 때부터 몸에 대상포진이 생겨 고생했고 7월 13일 제주시 더시에나 골프장에서 개막한 KLPGA 투어 에버콜라겐·더시에나 퀸즈크라운 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삼다수 마스터스가 우승 후 처음 참가하는 대회다.
이소영과 박현경, 최민경이 3언더파 공동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편 여자골프 세계랭킹 2위 고진영은 어깨 담 증세로 2라운드 도중 기권했다. 고진영은 LPGA 투어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을 마치고 곧바로 제주도로 건너왔다. 고진영은 10일 영국에서 개막하는 마지막 메이저대회 AIG 여자오픈에 출전한다. 삼다수는 고진영 스폰서 중 하나다. 고진영의 일정이 너무 빡빡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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