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박보영 “다른 인물이 되는 것 카타르시스”

오는 9일 개봉…“인간 본성 다룬 영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촬영 현장에서 상대역 민성 역을 맡은 박서준과 함께 모니터링하고 있는 배우 박보영(왼쪽).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 오직 황궁 아파트만 그대로 남았다. 생존자들이 몰려들자 입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똘똘 뭉친다. 주민 대표로 뽑힌 영탁(이병헌)을 중심으로 방범대가 구성되고, 주민들은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은 채 그들만을 위한 세상을 만들어간다. 방범대 반장을 맡은 602호 민성(박서준)의 아내 명화(박보영)는 이 상황이 옳지 않다고 느낀다.

배우 박보영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개봉을 앞두고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장르의 특성이 확실하다. 재난으로 시작해 인간 본성을 다룬, 가볍지 않은 영화라는 걸 관객들이 염두에 두고 관람하셨으면 한다”며 “이야기할 거리, 생각할 거리가 있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화는 간호사로서 직업적인 사명감을 가진 올곧은 캐릭터다. 남편 민성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영탁의 명령에 충성하지만 명화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영탁도,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들에게 동참하는 민성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박보영은 “명화의 입장도, 민성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각자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맞이할 뿐 옳고 그름이나 선과 악을 쉽게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다만 그런 상황에서 명화같은 사람이 존재할 거라 믿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물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돌이켰다.

이병헌, 김선영 등 베테랑 배우들과의 연기 경험은 그에게 짙게 남았다. 박보영은 “연기 잘하는 선배들과 작업하면서 내 한계와 벽을 많이 느꼈다. ‘난 왜 이렇게 못할까’ 고민하면서 힘든 시간을 겪었다”며 “‘나는 이병헌이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아직 시간이 많이 있다’고 스스로를 다잡으며 슬럼프를 극복했다”고 털어놨다.

박보영은 2018년 영화 ‘너의 결혼식’ 이후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 17년 간 주로 밝고 귀여운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이엔 조금 다른 연기를 선보인다. 명화에게선 애교가 느껴지던 평소 박보영의 말투도, 밝은 표정도 찾기 어렵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조금이라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였는데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 행복하다”면서 “예전엔 로맨틱코미디물에서 보여지던 내 모습이 싫었는데 지금은 밝은 모습도 강점이라 생각한다. 다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내게 있는 걸 다양하게 찾아보고픈 욕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보영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면 할 수 있는 것들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나라면 명화처럼 용기를 내지 못하고 휩쓸리는 주민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보영은 데뷔 이후 꾸준히 일기를 써 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일기장 주로 반성이 있다. 사람들이 ‘너 잘 하고 있어’라고 말해도 잘 믿지 않는다. 칭찬에 취하면 나 자신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고도 생각했다”며 “반대로 나쁜 말은 모두 흡수하니 헤어나오기 어려워 해결책이 필요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가 찾은 해결책은 뭘까. 박보영은 “‘작년의 나보다 올해의 나를 사랑해주자’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한다. 배우 박보영과 인간 박보영의 삶을 잘 구분해서 사는 것도 중요하더라”며 “연기를 위해서도, 삶을 위해서도 많은 경험을 쌓으려 한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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