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김치대란' 오나…배춧값 75% 급등에 잘나가는 수출도 우려
지난해 같은 ‘김치 품귀’ 대란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집중호우와 폭염, 병해까지 악재가 줄줄이 겹치면서 김치 재료로 쓰이는 배추·무·대파 등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어서다. 자칫 잘 나가는 김치 수출마저 발목 잡을 수 있다.
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배추(10㎏) 평균 도매가는 2만240원으로, 1주일 전보다 74.9% 상승했다. 한 달 전보단 118.4%, 1년 전보단 2.8% 올랐다. 평년 도매가(1만3054원)와 비교하면 55% 높은 수준이다.
올해 배추 가격이 유독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폭염이 연이어 강타한 데다 무름병 등 병해 영향으로 여름배추의 산지 공급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주로 강원도 해발 400m 이상의 고랭지 노지에서 생산되는 여름배추는 매년 6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시장에 공급된다. 특히 7~8월에 주로 재배되는 만큼 기상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다. 만일 병해가 추가 확산되면 작황 부진 여파로 배추 가격이 지금보다도 더 오를 수 있다.
배추 가격만 오른 게 아니다. 무(20㎏) 도매가는 2만9040원으로, 한 달 전보다 128.7% 올랐다. 같은 기준으로 대파(1㎏)는 56.7% 오른 3084원, 양파(15㎏)는 11.9% 오른 2만720원, 미나리(7.5㎏)는 192.3% 오른 9만1867원을 기록했다. 배추와 마찬가지로 계절적 영향에 따른 수급 불안정이 주원인이다. 현재 태풍 카눈이 동해상으로 북상하고 있어 추가 피해 우려도 있다.
가격이 급등한 채소들 모두 김치에 활용되는 재료들인 만큼 지난해와 같은 ‘김치 품귀 현상’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지난해엔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고랭지 배추 씨가 마르면서 한때 배추 가격이 10㎏당 4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이에 직접 김치를 담그는 대신 포장김치를 사먹는 경우가 늘어났고, 김치 업체들도 배추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대형마트·온라인몰 등에서 일시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품귀 현상이 집중됐던 지난해 9월의 경우 김치 수출이 전년 대비 31.1%나 급감했다. 1년 전체로는 11.9% 감소하면서 7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국산 김치 가격 상승에 따른 반대급부로 저렴한 중국산 김치 수입이 늘어나면서 무역수지는 2858만4000달러 적자를 기록해야 했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까지 김치 수출액은 전년 대비 4.8% 상승한 8056만6000달러, 무역수지는 171만8000 달러 흑자를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다만 올해는 김치 업체들이 지난해를 ‘반면교사’ 삼아 일찌감치 봄배추 물량을 대폭 확보하는 등 적극적인 대비에 나서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노지 봄배추 저장량은 전년 대비 41.8% 증가했다. 평년과 비교하면 33.4% 늘어난 수준이다. 여름배추 수급이 불안할 수 있다는 전망에 업체들이 봄배추 계약 물량을 평소보다 크게 늘린 영향이다.
정부도 여름철 배추 작황 부진에 대비해 약정수매 면적을 120헥타르(ha)에서 150ha로 확대하고 추가 수매에 나서는 등 선제적인 수급 안정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양주필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현재 일시적으로 배추를 비롯한 원재료 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비축분이 충분한 만큼 지난해와 같은 김치 품귀 현상은 없을 것”이라며 “수급 불안이 커지면 도매시장에 집중적으로 비축 물량을 방출해 가격 안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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