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엔 이불 있어야" 최저기온 20도, 열대야 없는 천국 어디

최종권 2023. 8. 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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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강원 강릉의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치솟은 가운데 해발 832m의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 주차장이 피서 차량으로 가득하다. 연합뉴스


“한밤엔 이불 덮어야” 대관령에 캠핑족 몰려


지난 5일 강원 평창군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휴게소 주차장. 이날 강릉 한낮 최고 기온이 37도까지 오르며 폭염이 극성을 부린 가운데 해발 832m에 위치한 이곳엔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으로 붐볐다. 캠핑카 수십여 대와 승합차·미니버스 등이 주차장을 가득 채웠다.

일부는 캠핑카 밖에 빨래를 걸어 놓거나 테이블과 의자 등을 설치해 놓아 장기간 지낸 것으로 보였다. 박모(39)씨는 “대관령은 지대가 높아 한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좋다”며 “이불을 안 덮으면 추워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강릉과 불과 20여 분 떨어져 있는 대관령 휴게소는 피서 성지로 꼽힌다. 정식 캠핑장이 아님에도 매년 여름 더위를 피하려는 피서객들이 몰린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관령은 기상 관측 이후 열대야가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곳이다.

실제 대관령 7~8월 최저기온은 평균 20도 안팎이어서 새벽에는 다소 쌀쌀함을 느낄 수 있다. 강릉 입암동에서 왔다는 한 주민은 “강릉 집에선 온종일 에어컨을 틀고 살아야 하는데 이곳은 열대야가 없어서 천국 같다. 더위가 가시기 전까지 이곳서 머무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일 역대급 가마솥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6일 전국에 폭염 경보가 발효됐다. 이날 오후 휴가와 휴일을 맞아 충남 공주시 계룡산국립공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등 찜통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낮에도 섭씨 13도…천연동굴 인기


밤낮을 가리지 않는 가마솥더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에 있는 이색 피서지가 인기다. 열대야가 없는 고지대와 계곡을 찾거나, 폐광을 이용한 냉풍욕장·천연동굴 등 관광지도 붐비고 있다.

연중 섭씨 13~15도를 유지하는 천연동굴은 한낮에도 한기를 느낄 수 있다. 강원 정선 화암동굴은 평균 기온이 14도를 유지해 외투가 필요할 정도로 서늘하다. 금광이었던 옛 천포광산을 관광지로 개발한 화암동굴은 2㎞에 달하다. 높이차가 90m 되는 상·하부 갱도와 이를 연결하는 천연동굴로 구성돼 있다. 동굴 내부는 상쾌한 바람이 분다.

삼척 환선굴도 인기다. 우리나라 석회암 동굴 중 규모가 가장 큰 환선굴은 총 길이 6.2㎞며 개방구간이 1.6㎞다. 동굴 내부는 온도가 일 년 내내 10도에서 14도를 유지한다. 환선굴은 다른 동굴보다 내부가 넓고 높다 보니 여름철에 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충주 활옥동굴에서 관람객이 카약을 타고 있다. 중앙포토


“집에 못 가겠다” 해수욕장·계곡서 피서


충북 충주시 활옥동굴은 내부에서 카약을 즐길 수 있다. 일제시대 개발된 활옥동굴은 갱도 길이만 57㎞에 이른다. 동굴 내부는 연중 11~15도를 유지해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훈훈하다. 지난해 내부 갱도 800m 구간에 각종 빛 조형물과 교육장, 공연장, 건강 테라피, 키즈존 등이 조성됐다. 동굴 내부에서 카약 체험도 가능하다. 충북 단양군 고수동굴도 피서객으로 연일 북적이고 있다. 이곳을 찾은 정금희(54)씨는 "동굴만큼 시원한 피서지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 밀양 얼음골은 산내면 남명리 재약산 북쪽 중턱 해발 600~750m에 걸쳐 있는 2만9700㎡에 이르는 계곡이다. 이곳은 3월 중순부터 바위 틈새에서 얼음이 얼기 시작해 더위가 절정을 이루는 8월 초까지 얼음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얼음골은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은 물론 주변 경관도 뛰어나 요즘 하루 1300여명이 찾는다.

단골 휴가지인 해수욕장은 낮보다 야간에 사람이 몰린다. 개장 시간을 연장해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과 삼양해수욕장은 일몰 후에도 물놀이하거나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시민이 많다. 울산 북구 강동해변도 야간에 텐트를 치는 피서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충남 보령 냉풍욕장. 중앙포토


탄광 활용한 냉풍욕장 찬바람 ‘쌩쌩’


‘천연 에어컨’으로 불리는 충남 보령 냉풍욕장도 인기다. 냉풍욕장은 지하 수백m 탄광 갱도에서 나오는 찬 공기가 더운 공기 쪽으로 밀고 나오면서 바람이 발생하는 대류현상을 이용한 시설이다. 외부온도가 높아질수록 바람이 세게 나온다. 이런 원리로 기온이 연중 섭씨 10~15도를 유지해 불볕더위가 지속하면 외부 온도와 10도에서 20도까지 차이가 난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올해 폐광에서 분출되는 차가운 물을 이용한 족욕장을 대폭 확장하고 폭포와 벽화를 설치해 미관도 개선했다”며”보령 냉풍욕장을 이색적인 내륙 관광 명소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평창·충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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