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흉기난동에…정신의학회 “중증질환자 국가가 책임져야”
최근 잇따른 흉기난동 사건 범인 일부가 과거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관련 제도 개선 요구도 나오는 데 대해 의학계가 6일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 정신질환 치료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날 “서현역 사고와 정신질환 간 연관성이 파악될 때까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으나,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는 3년간 치료를 중단해 왔으며 자신을 해하려는 스토킹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하고 이를 통해 그 집단을 알리려 범행했다는 등 피해망상이 원인으로 발표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는 “현행법과 제도에 의한 정신질환자 치료와 회복 시스템은 더 이상 국민 누구도 제대로 구할 수 없다”며 “국가가 책임지는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 어려운 결정을 가족에게만 부여할 게 아니라,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 폐지를 적극 논의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의학회에 따르면 2016년 헌법재판소가 본인 동의 없는 정신병원 강제 입원을 위헌으로 판결하고, 그 결과 제정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이 2017년 시행된 뒤 강제 입원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키려면 우리나라에서는 2명 이상의 보호자 신청, 서로 다른 병원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한다. 가족인 보호의무자가 1차 책임자다. 학회는 “우리나라 정신건강복지법 응급입원 규정에 따라 자·타해 위험이 커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송이 이뤄지지 못하며 경찰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할 수 있는 조치는 환자를 설득하는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비자의 입원(강제 입원)을 판사가 결정하며 영국과 호주도 정신건강심판원이 정한다. 학회는 해외 제도에 대해 “ 자신과 타인을 해칠 우려가 있으면 전문가 평가를 의무화하고, 그 결과에 따라 외래 치료지원제를 통해 조기 치료를 권장하면서 입원을 최소화해 인권과 안전, 치료를 함께 고려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학회는 ‘폭력·난동’에 대해 불안과 공포가 퍼지고 관심이 집중됨에 따라 모방범죄가 확산될 수 있다며 적극적 사후 예방을 위해서는 법정신의학과 치료감호시스템의 전면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학회는 “폭력성 높은 일부 중증 정신질환은 보건복지부나 의료시스템이 아니라 법무부가 관장하는 법정신의학 시스템에서 적극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며 “조현병의 의료 사회 경제적 질병 부담은 매우 크지만, 국가의 재정지원은 매우 열악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국내 정신병원 병상이 2017년 6만7000병상에서 2023년 5만3000병상으로 급감했다고 꼬집었다. 상급종합병원의 정신과 병상은 낮은 의료수가로 인한 만성적자로 10년간 1000병상이 감소했고, 급성기 정신질환을 담당하려는 병원 수는 줄고 있어 그 피해는 환자와 가족 그리고 사회가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부는 국민 불안을 최소화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정신질환 관련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복지부와 법무부 등 관계부처 합동 TF(태스크포스)가 구성돼 정신질환자 입원제도, 외래치료 지원 등 치료 실효성을 제고할 만한 개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3일 오후 부모님의 차를 몰고 서현역에서 인도로 돌진해 5명을 친 뒤, 차에서 내려 역사로 들어가 9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사고 발생 후 최씨의 아버지는 “왜 우리 차가 거기에 있느냐. 범인은 잡혔느냐”며 최씨의 범행을 짐작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3년 전인 2020년 조현병 직전 단계인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치료를 받지 않았다. 최씨는 지난 3일 경찰에 체포된 직후 “경찰이 날 보호해 줘야 한다” “특정 집단이 나를 스토킹하며 괴롭히고 죽이려 한다. 내 사생활을 전부 보고 있다”며 횡설수설한 바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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