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레코드]"달, 우주 그리고 신파" 김용화 감독에 물었다

이이슬 2023. 8. 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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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문' 김용화 감독 인터뷰
국내 최초 달 소재 영화 夏시장 도전
한국형 SF 해외 시장 어필 자신감

영화 '신과함께'(2017~2018) 시리즈로 2600만 관객을 동원한 김용화 감독(51)이 국내 최초로 달 탐사를 떠난 유인 우주선 소재 영화 '더 문'으로 돌아온다. 제작비 286억원을 쏟아부은 영화는 지난 2일 개봉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업계에서는 달 소재 영화·드라마가 여러 편 기획됐다. 거대 자본의 투입이 불가피한 만큼 제작에 착수하긴 쉽지 않았다. 기획 단계에서 소위 엎어지면서 제작이 무산된 작품만 여러 편이다. VFX(시각특수효과)에 탁월한 덱스터 스튜디오를 설립한 김용화만 영화로 완성했다.

김용화 감독[사진제공=CJ ENM]

중심은 배우 설경구와 도경수(디오)가 잡았다. 연기로는 말할 것 없는 베테랑 설경구와 '신과함께'에서 호흡을 맞춘 도경수가 전 우주센터장과 달 탐사에 나섰다 우주에 고립된 대원으로 분한다. 입대한 도경수가 제대 하자마자 '더 문'은 시작됐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난 김 감독은 "도경수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둘이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향적인 성향도 비슷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신과함께'를 촬영하면서는 김 감독과 도경수는 다소 어색한 사이였다고 했다. 5개월간 촬영을 함께했지만, 영화 경험이 많지 않았던 도경수에게 천만 감독 김용화는 어려운 존재였다. 김 감독은 "현장에서는 저만큼 부드러운 감독이 없다고 생각하는데"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당시 출연 배우가 많아서 가까워질 시간이 많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황선우役 실존모델은 우주비행사 도전한 조니김

왜 황선우에 도경수를 캐스팅했을까. 김 감독은 "연기로 치면 훨씬 주목받는 배우가 많았지만, 누가 황선우로 베스트일까, 가장 빛이 날까 고민했을 때 도경수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UDT(해군 특수전전단) 출신 황선우는 한국계 미국인 조니 김(Jonny Kim)이 실존 모델이다. 그는 2002년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에 입대해 이라크 등 100회 이상 전투 작전을 수행했고, 하버드 의대에서 학위를 받아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등에서 레지던트로 일했다.

또 조니 김은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나사 우주비행사 프로그램 선발돼 과정을 수료했지만, 2024년 달 유인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는 최종 선발되지 못했다.

'더 문' 스틸(왼쪽) 조니김[사진제공=CJ ENM, NASA]

김 감독은 "유년 시절 학대당한 아픔을 승화한 멋진 사람이다. 네이비실 요원이면서 의사이고, 우주인을 꿈꿨다. 보는 순간 영화적인 모델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꼭 한번 모셔서 '더 문'을 보여드리고 싶다. 고된 인생을 살면서 통찰력까지 지닌 조니 김과 만난다면 예술적 영감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을 이었다.

인터뷰 전날 대전에서 정부 기관 및 연구기관, 민간 기업체 등 우주선 연구 개발, 달 탐사 연구 전문가들과 특별 시사회를 열었다는 김 감독은 "기분이 좋아졌다"며 웃었다.

"무대 인사를 하면서 배우보다 더 큰 환호를 받은 게 감독 20년 만에 처음이다. 항공 우주 과학 전문가들이 '잘 만들었다'고 격려해줬다. 천문학자 신채경 박사님도 글을 써서 동료들 앞에서 읽어주셨는데, 흥분된 경험이었다."

달 앞면 아닌 뒷면에 집중한 이유

김용화 감독[사진제공=CJ ENM]

해외 관객의 호응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신과함께' 보다 '더 문'이 해외에서 더 큰 반응을 얻으리라 기대한다"며 "해외 관객은 한국형 SF(공상과학) 영화를 많이 기대하지 않는데, '더 문'이 이를 바꾸고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엑소 멤버인 도경수의 인기를 아시아를 넘어 범우주급이라고 들어서 기대해본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흔히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달 앞면이 아닌 다소 생소한 뒷면을 배경으로 설정해 상상력을 자극한다. 김 감독은 "달 뒷면에는 엄청난 크랙이 있다. 지구에도 유성우가 무수히 떨어지고, 대기를 타고 들어오는 구간에서는 육안으로 확인된다. 전문가 자문을 통해 지구와 달에는 폭탄처럼 유성우가 떨어지는 설정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그 정도는 영화적 허용으로 가능하다고 봤다"고 했다.

"다누리 탐사선이 초고해상도로 촬영한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고 있다. 달 앞면에는 토끼가 산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평온하고 따스한 정서가 있지만, 뒷면에는 유성우가 떨어지고 다소 흉측하다. 자료 조사를 통해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달은 무채색 흑백 이미지로 대비된다. 미지의 공간과 극적 긴장감을 부여하기 위해 날카로운 질감으로 표현했다. 김 감독은 "보통 달 장면에서 채도를 좀 넣는 등 여러 가지로 구현을 하지만 '더 문'은 다르다. 누구도 이렇게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실제에 가까운 달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을 꺼냈다.

'더 문' 스틸[사진제공=CJ ENM]

그는 "어떤 잡광이나 대기의 영향 없이 표현했다. 채도가 낮을수록 상상의 폭은 커진다. 콘트라스트를 강하게 가지고 가면서 모노톤으로 표현했다. 밝음과 어두움의 극단적 대비를 통해 샤프하고 날카롭게 표현했다. 질감 표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신파 지적, 감독의 변(辯)

우주에 표류한 대원을 구하기 위한 설정에서는 감정적 동요가 인다. 영화는 장르적 재미와 서사 사이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각에서는 '더 문'의 설정이 다소 신파처럼 다가온다고 지적한다. 이에 관해 김 감독은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의견에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고 수긍했다. 그러면서 "대중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대중적 관점에서 적정선의 감정적 드라이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적정 비율로 들어가야 한다. 적절한 순간에 슬픔이 나오는 것에 대해 신파라고 평가받아야 하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연성 없이 그런 부분을 남발하거나, 슬픔의 지속시간이 긴 게 아니다. 복합적 감정이 잘 섞여 있어서 관객이 잘 판단할 거라고 본다"고 했다.

김용화는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더 문'에서도 사람과 용서에 대한 메시지를 말한다. 감독은 "인간은 누구나 일정 부분 실수도 하고 죄도 짓는다. 용서를 받을 일이 많다. 모두 '착하게 살자'가 아니라, '용서를 구하는 용기를 갖자'고 말하고 싶다. 가장 어려운 행동이지만 제일 멋있는 행동"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용화 감독[사진제공=CJ ENM]

최근 몇 년 사이,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극장이 위축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수요가 늘면서 시장이 변화했다. 쌍천만 감독도 이러한 상황에서 극장에 영화를 선보이는 부담감이 적지 않을 터다. 특히 '더 문'을 비롯해 수백억 원을 쏟아부은 한국영화 대작 4편이 개봉해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김 감독은 "극장 관람 문화가 바뀌었다.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극장용 영화와 TV에서 볼 콘텐츠의 배분이 적절히 일어나면 다시 영화관은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극장 산업이 재편되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는 숙제다. 이를 새로운 문화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문'처럼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싶다"고 강조했다.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그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일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모여서 벌이는 축제다. 공동체 관람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늘 있었다. 대형 스크린, 풍부한 사운드 환경에서 즐기는 영화적 체험은 극장에서만 가능하다. 시청각 요소를 충분히 갖춘 콘텐츠를 극장에서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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