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DNA'로 뭉쳐 국제 콩쿠르 휩쓸었다…걸그룹 스타일로 인기
"독주보다 행복" 뭉쳐 국제 대회 잇따라 입상
걸그룹 스타일 쇼츠 등으로 청중에게 친근
개인 종목에서 팀 종목으로. 최근 한국 음악인들의 추세다. 세계 음악계에서 독주자들이 주목받으며 먼저 떠올랐고, 최근엔 팀으로 뭉친 앙상블 음악가들의 실력이 올라가고 있다. 여러 연주자가 함께하는 실내악 중에서도 제대로 맞추기 어려운 현악 4중주 팀이 특히 주목 받는다. 이들은 각종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한국 음악계에 ‘팀 DNA’가 자라고 있음을 증명한다.
리수스 콰르텟이 그 대표적인 팀 중 하나다. 2020년 결성해 이듬해 미국의 피시오프 콩쿠르 우승, 지난해 영국 위그모어홀 현악 4중주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호주 멜버른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다. 팀을 만든 지 3년 만에 잇따른 성과다.
이들은 “혼자 연주할 때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기쁨이 있다”고 했다. 제2바이올린유지은(30)과 비올라 장은경(30)이 제1바이올린 이해니(32)를 먼저 영입했다. “4중주 연주를 워낙 좋아했다. 대학 3년 동안 은경과 함께 4중주단을 했고 계속하고 싶어 멤버를 찾았다.”(유지은) 이들은 서울대 음대의 선배인 이해니에게 현악 4중주를 제의했고 이해니는 “할 거면 제대로 하자”며 콩쿠르에 나가자 했다. “갑자기 1등을 하면서 ‘운명인가?’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이해니)
독주 대신 합주를 하면서 행복했다고 했다. 첼로 마유경(32)은 “원래 솔리스트 체질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고 했다. “혼자서 콩쿠르를 준비하다 한번은 크게 아팠다. 혼자 연습하고 리허설하고, 또 연습실에 틀어박히면서 우울감이 컸고 독주자로 평생 살 자신이 없었다. 그때 4중주단을 하면서 좋았다.” 이들은 함께 연주할 때의 신비한 체험에 대해 설명했다. “무대 위에 둥그렇게 네 명이 둘러앉아 연주하는데, 가운데로 우리의 소리가 모이는 느낌이 난다. 마치 눈에 보이는 것처럼 소리와 기운이 하나로 모인다.”(장은경) “각자 소리가 합쳐지는 것이 아니고, 우리 앞에 한 덩어리의 음악이 있는데 거기에서 내가 한 부분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이해니)
물론 실내악 중에서도 까다로운 장르인 현악 4중주를 만들어가는 어려움도 있다. “현악 4중주는 아주 조금만 어긋나도 와장창 무너지게 들린다. 웬만큼만 하면 잘하게 들리는 연주와는 다르다.”(마유경) 이들은 자신들만의 연습 노하우를 만들어 실력을 닦는다. 이들에게는 '연습의 모래시계'라는 게 있다. 연주 무대를 앞두고 연습하는 방법인데 처음에는 넓은 시각에서 전체 곡을 보다가 세세한 부분을 하나하나 만들어나간다. 연주 날짜가 임박하면 다시 전체를 점검하면서 실제 무대를 준비한다. 이렇게 하면 넓었다 좁아지고 다시 넓어지는 모래시계 모양이 된다. “모래시계를 8단계로 나눠서 연습하고 있다. 또 매일 연습에서 은경이 스케줄러 역할을 한다. 네 시간 동안 어떻게 연습할지 시간 단위로 짜놓는다. 그 시간이 다 끝나고 나면 각자의 의견을 활발히 이야기할 수 있는 보너스 시간을 시작한다.”(유지은)
앙상블 DNA로 뭉친 이 팀은 관객에게 유독 친근하다. 베토벤의 현악 4중주 9번 4악장을 한명씩 카메라 앞에서 연주하고 뒷줄로 빠지는 걸그룹 스타일 쇼츠를 올렸다. 연주 여행을 갈 때면 브이로그를 만들어 업데이트한다. “어려운 장르를 치열하게 하고 있지만 사람들에게는 즐겁게 다가가고 싶다.”(이해니) 이름 ‘리수스’는 라틴어로 웃음이라는 뜻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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