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 첫 데뷔 연극 ‘2시22분’…"13년 뮤지컬 맷집 확인했죠"
"첫 공연을 앞두고 무척 긴장됐지만, 막상 무대 위에 올라가니 '13년 차 뮤지컬 배우 맷집이 있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나도 모르게 대본에도 없는 추임새를 넣고 있더라고요."
연극 데뷔 소감을 묻자 아이비는 이렇게 답했다. 2005년 가수로 데뷔한 그는 2010년 뮤지컬 무대에 진출해 뮤지컬 '시카고'의 '록시', '아이다'의 '암네리스'부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마츠코' 까지 대극장 작품과 창작 뮤지컬을 가리지 않고 무대를 누볐다. 가수로 데뷔한 지 18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지 13년 만에 연극배우로 변신한 그를 지난달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그가 연극 데뷔작으로 선택한 '2시 22분'은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처음 선보인 스릴러극. 집에서 귀신 발걸음 소리를 듣게 된 아내 제니와 제니의 말을 믿지 않는 남편 샘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2시 22분'은 매일 귀신이 출몰하는 시간. 이들 부부의 집에 놀러 온 친구 로렌과 벤까지 4명의 인물이 미지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술을 마시며 새벽 2시 22분을 기다린다.
주인공 '제니'역을 맡은 아이비는 첫 연극 도전임에도 호연했다는 평이다. 인터파크 관람 평점은 10점 만점에 9.7점으로 "연극 데뷔작임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열연했다" "몰입감이 좋았다"는 평이 보인다. 다만 연출에 대해서는 "음향 효과가 과했다" "소리로 놀라게 하는 장면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평도 있었다.
아이비는 업계에서 유명할 정도로 연습량이 많다. 그는 "뮤지컬 작품을 할 때도 밤 9시에 연습이 끝나면 개인 연습실을 따로 잡아 3시간가량 더 연습하곤 했다"며 "첫 연극이라 폐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블랙아웃(무대 위에서 갑자기 대사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무서워 대본을 달고 살았다"고 했다.
이미 가수보다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자주 따라붙지만, 아직도 무대 공포증을 느낀다고 했다. "뮤지컬 '아이다'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2016년 이 작품을 하게 됐을 때 '내가 기대에 못 미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컸다"며 "무대 공포증이 덮쳐오자 아무 생각이 안 나고, 실수도 잦아지고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첫 공연만 잘 넘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미친 듯이 연습을 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열심히 준비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연극 '2시 22분'에서 귀신의 소리를 듣는 건 제니다. 샘은 귀신 따위는 없다고 믿는 과학 신봉론자, 로렌은 정신과 의사다. 초자연적 존재에 대해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인물들이 탁구 하듯 쉴 틈 없이 주고받는 '티키타카' 대사 사이에 서스펜스뿐 아니라 유머와 복선이 깔려있다.
아이비는 "'2시 22분'은 대사가 빠른 데다 분량도 어마어마하다"며 "대사를 외우는 게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노래하고 싶다'는 말이 튀어나올 때도 있었다"며 웃었다.
뮤지컬과 연극의 차이에 대해 "두 장르의 문법이 달라 어려웠지만 그래서 재미도 있었다"며 "뮤지컬은 관객을 향해 몸을 돌려서 노래하는데 연극은 동료 배우의 눈을 바라보고 친구와 얘기하듯이 대사를 친다. 그동안 발랄하고 튀는 역할을 주로 맡았는데 평범한 아내 역할을 맡게 된 점도 색달랐다"고 했다. "좋은 대본이 들어온다면 소극장 연극 공연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롱런하는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저는 가수라는 타이틀을 등에 업고 공연 업계에 뚝 떨어진 낙하산이었잖아요. 오래 업계에 계셨던 분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매일 조금씩 더 연습하다 보니 13년 차가 됐네요."
'2시 22분'은 9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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