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대국 일본, 힘의 원천 ‘현장력’ [경영칼럼]
성장 걸어온 韓 똑같은 실수 반복할까 걱정
제조대국을 자칭하던 일본 기업들이 최근 현장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장력’이란 ‘조직 구성원이 자신이 일하고 있는 장소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지칭하는 일본식 용어다.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더 나은 일하는 방식’을 찾아내는 현장력이야말로 일본의 독보적이고 차별적인 강점이었다. 그런 현장력이 급격히 쇠락해버렸다는 것이 일본 기업 판단이다.
현장력 약화의 주된 원인으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추진해온 비정규직 증가와 외주화 전략이 꼽힌다. 인구 감소와 생산직 기피 현상으로 인해 제조 현장에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높아지고, 그들의 체류비자 기간이 짧아 노하우 전수가 이뤄지지 못한 점도 한 가지 원인이다. 반면, 일본식 현장력을 벤치마킹하고 빠른 속도로 따라오는 해외 경쟁 기업의 성장이 현장력 격차를 줄였다는 관점이 있다. 디지털화 가속 등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대응이 늦었고, 최근 30년간 일본 기업 대주주가 외국인 투자자로 바뀌며 단기 경영 실적에 집중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다각도 분석이 진행된 것은 그만큼 위기감이 높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현장력’만큼은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일본만의 ‘절대 불가침 영역’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사 도전을 뿌리치고 제조대국 일본의 위상을 지켜내는 핵심도 결국 현장력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현장력은 단순히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와 난관을 해결하고 제조 시스템이 원활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선 활동이나 문제 해결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강한 현장력은 문제점 대처가 아니라 문제의 씨앗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게 한다. 시장 요구와 변화를 감지하고 이를 조직 대응력으로 연결시키는 힘도 현장력이다. 기술 지식 시스템과 태도·의식의 복합체며, 현재의 직무 수행을 넘어서는 가치 창출 역량이다. 일본의 연호인 평성(1989~2019년) 기간을 ‘잃어버린 30년’이라 부른다. 선진국이었던 일본이 지난 30년간 ‘정지 화면’ 상태였고, 이미 몰락의 길에 들어서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는 중이다.
한국도 현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현장력뿐 아니라 기업과 나라가 처한 경제 상황이 30년 전 일본과 빼닮았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높게 평가받아온 기업의 혁신력 또한, 왕성한 ‘혁신 모방력’이었을 뿐이며 본질적인 혁신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냉정한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경쟁에서 선전하는 몇몇 기업의 고군분투가 결코 우리나라 제조업의 평균 수준은 아니다. 당신 회사는 구성원들이 전략과 일치된 행동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는지 돌아봐야 한다. 현장 구성원들이 훈련된 행동을 실행하고 있고 그 행동을 이어갈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지금 당장 무엇인가 해야만 한다. 일본 현장력이 무너졌다지만 결코 우리나라 기업보다 낮은 수준이 아니다. 일본 기업들이 따라잡혔다고 팔 걷어붙이고 나섰으니 어떤 방법이든 찾고 새로운 변화를 시작할 것이다.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으로 선진 사례를 배우고 선진 수준과의 격차를 경쟁력 지표로 삼아 따라잡던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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