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밀수'로 다시 깨달은 배우로서의 정체성 [D:인터뷰]

류지윤 2023. 8. 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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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11일째 300만 돌파

배우 김혜수가 스크린에 3년 만에 류승완 감독과 손 잡고 '밀수'로 복귀했다.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해, 37년 차의 경력을 가진 김혜수지만 '밀수'는 처음인 것들이 많았다. 해녀 연기를 위해 수중 연기와 액션신까지 펼쳤고, 지상 액션신도 처음으로 직접 옆에서 지켜봤다.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일어나는 해양범죄활극 '밀수'에서 김혜수는 살기 위해 밀수판에 뛰어든 해녀 조춘자 역을 맡았다. 김혜수는 수중 연기를 위해 촬영 들어가기 전 훈련을 받아야 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임하지 못해 고민과 걱정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수중 장면들은 매 순간 초긴장 상태였다. 함께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안정적인 것들이 동시에 확보 되어야 해서 힘들었죠. 수중에서 공황을 경험한 적이 있어서 저에겐 그게 관건이었는데, 초반에 그런 기미가 있다가 팀워크로 잘 넘어갔어요. 어느 순간 물 속에서 자유로웠어요. 긴장 상태인 동시에 즐기면서 했어요."

'밀수'는 올 여름 성수기 텐트폴 작품 중 첫 주자다. 그리고 개봉 11일째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결과적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김혜수는 유독 이번 작품에서 한계에 부딪치곤 했다.

"한계를 느꼈다고 극복 된다면 너무 좋죠.(웃음) 그건 아무리 준비한다고 간단히 해결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이번에는 역할의 무엇 때문이 아니라 모니터를 초 단위로 현장에서 하다 보니 준비 하고, 적응 한다고 해도 안 보이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것에 늘 한계를 느껴요. 제 연기를 보고 만족스러운 경우는 없고요. 누구나 다 이러는 것 같아요. 이런 게 배우로서 괴로운 지점이죠. 현장이 아무리 좋아도 과정 자체는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행복이라는 감정과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는 않아요."

조춘자는 극에서 감정 변화의 폭이 큰 인물이다. 군천의 작은 마을에서 소소하게 살아가는 해녀로서의 춘자와, 밀수판의 브로커가 된 춘자의 모습은 다르다. 이는 김혜수가 대본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조춘자의 생존을 위한 무장이다.

"춘자는 가족 없이 떠돌이로 전전하다가 군천이라는 작은 항구 마을의 엄선장 딸, 엄진숙이라는 품 넓은 또래 친구를 만난 인물이에요. 이후 가족처럼 같이 지내지만 사실 주변에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건 어려울 거라 생각했어요. 생존하기 위해선 자기 스스로 무장하는 것이 방편이라고 생각했죠. 살아가기 위해 관계를 맺기 때문에 춘자의 이해관계가 심플해요. 목적이 있고 이용해야 하는 거죠. 거기에서의 춘자는 자기 자신을 완전히 위장하는 거죠. 춘자가 정말 자기를 드러내는 순간과 표피적인 일상, 그렇게 크게 나눈 것 같아요."

조춘자와 권상사의 관계도 흥미롭다. 같은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지만 속내는 각자의 수를 두고 있다. 극이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를 수록 조춘자와 권상사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 변화가 감지되고는 한다. 조춘자, 권상사의 러브라인을 바라는 관객들도 적지 않다.

"실제 대본에도 그렇고 서로 알고 이용하는 관계라고 설정했어요. 전 대본에 충실한 편인데 대본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준비하고 시뮬레이션 해봐도 현장에서는 해봐야 알아요. 준비하는 게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준비한 대로 되지 않아요. 상대 감정 따라 오묘하게 저도 달라져요. 권상사와는 서로 이용하는 관계고 수직, 수평 다 같겠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하지 않은 최악의 상황이잖아요 그럴 때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미묘한 찰나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걸 저도 현장에서 느낀 거죠 그게 포착이 된 것 같아요."

김혜수는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 중 하나인 권상사와 장도리 무리들의 액션신을 직접 옆에서 바라보며 그의 눈빛에 압도됐던 경험을 떠올리며, '밀수'에 출연한 조인성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눈빛이 너무 좋더라고요. 화면에서도 그렇게 느껴졌는데, 직접 연기로 보니 압도적이더라고요. 강렬한데 서늘한 권상사가 멋있더라고요. 조인성이 권상사를 연기 했고, 엄진숙을 염정아가 했고 장도리를 박정민이 했 듯 어떤 배우가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배우와 캐릭터의 접점에서 완결이 된다고 생각해요. 권상사는 결국 조인성이라는 배우의 눈으로 완결이 된 거죠. 인성 씨가 '밀수' 출연해 줘서 정말 고마웠고, 그 자체로도 힘이 됐어요."

김혜수가 인상적인 캐릭터 조춘자로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던 건 '밀수' 팀들의 든든한 응원과 지지, 끈끈한 팀워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작업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고 가장 크게 얻어 가는 것 역시 '동료'였다.

"의도해서 팀워크를 강조 하는 건 불편해요. 팀워크는 조장할 수가 없어요. 물론 제작사에서는 노력하겠죠.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아요. 누구 한 명이 주도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요. 우연히 만난 배우들이지만 진심을 서로 느끼면 팀워크가 강화되고 유지돼요. 팀워크는 영화의 승패와 직결된다고 볼 순 없지만 모든 과정에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이번에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환기가 되고 깨달은 게 있었어요. 우리의 정체성은 팀이고, 저의 정체성은 팀원이란 사실이죠. 모든 작품을 할 때 염두에 두는데도 그 지점을 크게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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