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X파일]대선 슬로건하면 지금도 여전히 ‘저녁이 있는 삶’
간결한 메시지에 미래의 국정철학 담아내
국민 마음을 울리는, 여운을 남기는 메시지
편집자주 - ‘정치X파일’은 한국 정치의 선거 결과와 사건·사고에 기록된 ‘역대급 사연’을 전하는 연재 기획물입니다.
“그래서 왜 대통령을 하려고 하십니까.”
이른바 유력 대선주자들에게 대권을 꿈꾸는 이유를 물어보면 의외로 제대로 된 답변을 하는 이가 많지 않다. 원고에 있는 답변은 누구나 잘하겠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쑥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민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국민을 잘살게 하기 위해서.”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기 위해.”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통일을 위해.”…. 불과 1분 정도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그런 평범한 말을 전하는 정치인을 보면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사실 대통령이 되려는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하게 들리는 메시지가 어떤 이의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정치인 진심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대선 주자들은 국민에게 자기를 알리는 간결한 메시지에 공을 들인다.
이른바 대선 슬로건이다. 과거에는 대선 후보 본인과 그의 가족 그리고 곁을 지키던 참모들이 슬로건 성안 작업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카피라이터들이 본격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했다. 최근 대선에 등장한 슬로건 중에서는 전문가들의 손을 거친 작품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이 준비한 작품을 포함해 대선 슬로건 가운데 역대급 수작을 하나면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
정치인은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단 하나의 대선 슬로건을 꼽으라면 ‘저녁이 있는 삶’을 빼놓을 수 없다. ‘저녁이 있는 삶’은 대선 슬로건의 역사를 바꾼 작품이다.
때는 2012년, 정치인 손학규가 대선을 준비하면서 전한 메시지다. 정치인 손학규에 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그가 남긴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대선 슬로건은 호평 일색이다. 오죽하면 2012년 대선 당시 경쟁 후보가 그 슬로건을 활용하고 싶다는 얘기를 전했겠는가.
원래 정치인 손학규는 ‘정의로운 민생정부’라는 슬로건을 준비했다. 그것도 메시지가 있는 내용이지만, 임팩트는 약하다. 손학규 대선캠프에서는 새로운 메시지를 준비했다. 김계환 메시지 담당 비서관의 작품인 “저녁이 있는 삶이 복지국가의 출발이다.”라는 표현을 손낙구 정책 담당 보좌관이 다듬으면서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역대급 대선 슬로건이 탄생했다.
2012년 이후 2017년 대선 2022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여러 정당 후보(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을 포함)들이 대선 슬로건을 내놓았지만, ‘저녁이 있는 삶’의 임팩트를 넘어서는 작품을 발견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저녁이 있는 삶’은 단 여섯 글자에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어떤 정부를 만들고자 하는지, 국민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자 하는지 비전과 희망을 담고 있다는 얘기다.
가족, 친구와 함께 때로는 본인 혼자서 편안하게 저녁을 즐기는 삶은 과로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인간을 존중하고, 한 명 한 명의 꿈을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그런 사회를 의미한다.
정치인 손학규는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해 “지속가능한 삶을 통해 좀 더 풍요로운 사회 만들자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라며 “대한민국 건국 이래 한 번도 소리 내 외쳐보지 못한 꿈과 가치”라고 설명했다.
좋은 대선 슬로건의 특징은 간결하면서도 울림과 여운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7년 대선 주자 가운데 누가 국민의 마음을 울리는, 여운을 안겨주는 대선 슬로건을 들고나올까.
2012년 ‘저녁이 있는 삶’ 이상의 임팩트가 있는 대선 슬로건이 나올 수 있을까.
3년 7개월 정도 남은 2027년 대선, 어떤 대선 슬로건이 등장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분명한 것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선 슬로건을 내놓는 인물이 다음 대선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강 시신 유기' 현역 장교는 38세 양광준…머그샷 공개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이렇게 많은 돈이' 5만원권 '빽빽'…62만 유튜버에 3000억 뜯겼다 - 아시아경제
- "저거 사람 아냐?"…망망대해서 19시간 버틴 남성 살린 '이것' - 아시아경제
- [MZ칼럼]한강 작가도 받지 못한 저작권료와 저작권 문제 - 아시아경제
- "수지 입간판만 봐도 눈물 펑펑"…수지 SNS에 댓글 남긴 여성이 공개한 사연 - 아시아경제
- "'김 시장' 불렀다고 욕 하다니"…의왕시장에 뿔난 시의원들 - 아시아경제
- "범죄증거 있으니 당장 연락바람"…대구 기초의원들 딥페이크 협박피해 - 아시아경제
- 올해 지구 온도 1.54도↑…기후재앙 마지노선 뚫렸다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