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가구 동네라 호우 대책 외면...‘안전마을’로 지정해 관리한다

김정석 2023. 8. 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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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경북 봉화군 춘양면 학산리 한 주택이 산사태로 무너진 채 남아 있다. 같은 달 15일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이 주택에서만 2명이 숨졌다. 연합뉴스

경북도가 집중호우로 인명피해가 난 경북 예천과 영주·봉화·문경 등 4개 시·군 14개 마을을 ‘산사태 안전 시범마을’로 조성하기로 했다. 이 마을에서는 지난달 15일 집중호우에 따른 산사태 등으로 25명이 숨졌다. 실종자 2명은 아직 찾지 못했다. 하지만 재해위험지구에 포함되지 않아 제방 등 이렇다할 수해 방지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예천 등 14개 마을 '산사태 안전 시범마을'조성
6일 경북도에 따르면 산사태 안전 시범마을에는 사방댐을 만든다. 사방댐은 산간 계곡에서 집중호우시 대규모 토사 유출을 억제해 1차 저지선 역할을 한다. 이와함께 계곡물이 흐르는 속도를 줄이기 위한 산지 경사 완화 작업도 추진한다.

이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산지 수분함량을 측정하고 시간당 강수량을 예측해 미리 마을에 경보를 하는 ‘산사태 조기경보체계’를 도입한다. 평소에는 체육공원이나 게스트하우스 역할을 하다 산사태 위험이 커지면 대피소 역할을 하는 ‘주민친화형 소규모 산사태 방재공원’도 조성한다.

이와 함께 현재 대피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이 산사태 발생 지역 안에 있거나 지나치게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들 시설 안전성과 적절성도 점검할 방침이다. 필요하면 일시 대피가 가능한 숙소 기능과 비축물자 저장 기능을 동시에 갖춘 마을회관을 새롭게 짓기로 했다. 산사태 안전 시범마을 운영을 통해 효과가 검증되면 경북도는 경북 지역 소규모 마을에 풍수해 예방 인프라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소규모 마을 단위로 각각 방재공원을 만드는 방안과 인접한 몇몇 마을을 하나로 묶어 거점방재공원을 만드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산사태 현장에서 한 주민이 산사태가 할퀸 마을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도는 1999년 대지진 피해가 난 일본 효고현(兵庫県)의 종합방재공원을 산사태 방재공원 모범 사례로 꼽았다.

2005년 8월 효고현에 들어선 ‘효고 현립 미키종합방재공원’은 2만명 수용이 가능한 천연잔디축구장과 육상경기장·야구장 등을 갖춘 도시공원이다. 전체 면적이 202.5㏊ 규모다. 전일본고등학교 여자축구선수권 대회가 열리는 등 스포츠와 여가 활동 진흥을 위한 공간뿐 아니라 전문 소방관 등 방재 인재 양성기관, 방재공원을 갖추고 있다.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포함안돼
경북도 관계자는 "이들 14개 마을 공통점은 모두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라며 "이런 점을 고려해 우선 '산사태 안전 시범마을'로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는 상습 침수지역이나 산사태 위험지역 등 지형적인 여건으로 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으로, 시장·군수·구청장이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지정·고시한 구역을 말한다.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되면 국비로 사방댐이나 제방 등 수해를 방지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이들 시설을 건설하는 데 평균 100억원 정도가 들어간다. 경북도에 따르면 예천·봉화·영주·문경 지역 105곳에 자연재해위험지구가 지정·관리되고 있다.

18일 경북 예천군 은풍면 금곡1리경로당. 산사태취약지역 대피소로 지정된 이곳은 집중호우로 범람한 하천과 불과 5m 정도 떨어져 있다. 지난 15일 폭우가 내렸을 때 경로당 사방이 침수됐다고 한다. 김정석 기자

이번 수해로 인명피해가 난 마을이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에 포함되지 못했던 것은 마을 규모(인구)와 관련이 있다. 같은 국비를 지원할 때 10명이 사는 마을보다 100명이 사는 마을에 지원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산사태로 5명이 목숨을 잃은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는 14가구에 불과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인구가 적은 지역은 산사태 예방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특히 언론 주목도나 데이터를 중시하는 정책사업은 소규모 마을보다 큰 도시에 집중돼 있어 결국 인구가 적을수록 안전인프라가 빈약해지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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