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전쟁사]아프리카 니제르 쿠데타의 실제 배후…'고출산'과 '인구압'

이현우 2023. 8. 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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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6.82명, 세계 1위…식량부족 직면
전쟁 부르는 '인구압'과 '맬서스 함정' 위협
내전 심한 '고출산' 사회…정정불안 장기화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발발한 군부 반란의 여파가 전세계로 퍼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의 우라늄 주 수입국인 니제르의 친서방 정권 붕괴에 이어 새로 집권한 군부 쿠데타 세력이 서방으로의 우라늄 수출길을 끊고 친러행보에 나서면서 서방국가들의 군사개입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1960년 프랑스 식민지에서 독립된 이후 수없이 많은 군사반란이 이어진 니제르에 서방이 군사개입을 한다해도 또다른 군사반란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최악의 극빈국 중 하나인 상황에서 전세계 1위 출산율을 기록 중인 니제르의 심각한 인구압력은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소멸을 우려하는 우리나라만큼이나 '고출산' 사회인 니제르 역시 그만큼 고충이 심하다는 것이죠. 이번시간에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 정반대로 가파른 인구증가율 속에 정정불안이 반복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인구압력 문제와 함께 이것이 불러온 전쟁들의 역사에 대해서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뉴스(News) : 니제르 쿠데타의 진짜 배후, 세계 1위 '출산율'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AFP통신에 따르면 니제르의 군사 쿠데타를 주도한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대통령 경호실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의 쿠데타 중단 권고를 일축했는데요. 그는 "그 어디에서 오는 그 어떠한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니제르 내정에 대한 어떠한 간섭도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달 26일 친서방 성향이었던 마호메드 바줌 대통령을 축출, 감금하고 스스로 국가원수를 자처하며 집권을 선언했습니다. 니제르 현지에서는 그의 집권을 환영하는 대규모 시위대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는데요. 서방국가들은 앞다퉈 현지 교민들을 철수시키면서 정정불안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대통령 경호실장이던 티아니 실장 개인의 권력욕이 쿠데타의 근간처럼 보이지만, 1960년 독립 이후 크고 작은 쿠데타가 계속 이어진 니제르에서는 보다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쿠데타의 진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바로 인구문제입니다.

프랑스의 국제보도 전문채널인 프랑스24에 따르면 니제르의 출산율은 지난 2019년 세계은행(WB)의 전세계 출산율 집계에서 6.82명을 기록해 세계 1위에 올라섰습니다. 1960년 독립 당시 500만명도 채 되지 않던 니제르의 인구는 현재 2700만명 이상입니다. 60여년간 5배 이상 급증한 것인데요. 2050년에는 인구가 현재의 2배가 넘는 500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죠.

경제 성장에 비해 인구가 지나치게 폭증하면서 빈곤율은 계속 치솟고 있습니다. 2015년 전체 인구의 13% 수준이던 빈곤층 비율은 지난해 20%를 넘어섰습니다. 교육이나 사회복지 이전에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식량과 물부터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죠. 생존경쟁이 심해지다 못해 결국 내전이 계속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셈입니다.

◆역사(History)1 : 늘 전쟁을 불렀던 '인구압'과 '맬서스 함정'
인구론의 저자인 토머스 맬서스의 초상.

사실 니제르가 겪고 있는 인구압에 따른 사회문제는 시대를 막론하고 늘 전쟁을 불러일으켰는데요. 특히 잉여생산력이 부족하고 기술개발이 상당히 정체됐던 고대와 중세시대에는 인구가 사회의 부양력을 뛰어넘는 급증 시점부터 사회적 혼란기와 내전이 시작되곤 했습니다. 그러한 시점을 가리켜 중국을 비롯해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난세(亂世)', 서구권에서는 '격동기(Turbulent-period)'라는 표현을 쓰곤 했는데요.

흔히 '삼국지(三國志)'의 인기로 인해 난세의 상징처럼 알려진 시대인 중국의 삼국시대도 인구가 급증한 시대로 알려져있죠. 후한이 세워진 서기 25년경 중국의 인구는 약 3000만명 정도였는데 삼국지의 첫장이 열리는 황건적의 난 발발 직전인 서기 180년에는 5000만~600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150여년만에 인구가 2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식량과 자원부족이 심해졌고, 이것이 난세의 개막을 알리는 농민반란으로 이어졌다는 것이죠.

13세기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 대제국을 세웠던 몽골제국은 상대국 수도와 도시에 인위적인 인구압(人口壓)을 일으켜 성이 스스로 무너지게하는 전술을 활용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공성전에 취약한 기마병으로 구성된 몽골군은 야전에서 계속 적을 패퇴시키고 성밖에 거주하던 주민들을 일부러 성 안으로 대피하도록 유도했고, 상대국의 성벽 및 주요 방어시설의 인구압이 높아지면 곧바로 포위시켜 식량을 빠르게 소진시키는 전법을 활용하기도 했죠.

이처럼 전 근대시기 인구급증은 곧바로 내전, 전쟁 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당시 지나친 인구증가는 사회악으로 규정되곤 했습니다. 이것을 하나의 이론으로 만든 인물이 바로 '맬서스의 함정(Malthus Trap)' 이란 용어로 유명한 학자인 토머스 맬서스(Thomas Malthus)인데요. 맬서스는 1798년 저서인 '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을 통해 국가가 강력한 인구억제책으로 인구부양력을 유지해야한다고 주장했죠.

그는 산술급수적으로 제한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식량자원 생산과 달리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한다면서 국가 존속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인구조절을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국부를 생산치 못하고 소진시키는 저소득층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가족계획을 유도해 출산을 억제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는데요.

그의 이론은 이후 두차례 치러진 세계대전에서 전쟁을 일으킨 주요 당사국인 독일에 강력한 전쟁명분을 제공합니다. 바로 상대 영토를 빼앗아 국민의 생활권을 넓혀 인구압에서 벗어나는 정책인 '레벤스라움(Lebensraum)'의 확립으로 이어지죠.

◆역사(History)2 : 1·2차 세계대전의 명분이었던 '레벤스라움'
나치 독일이 레벤스라움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한 포스터.[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레벤스라움은 글자그대로 풀면 '생존권역'이란 뜻입니다. 근대 독일에서 나온 식민주의 논리였는데요. 한마디로 인구가 급증해 사회적인 인구압력이 높아지면 전쟁을 통해 타국의 영토를 점령, 적극적인 이주와 식민정책을 펴야한다는 논리입니다. 국민들이 살아갈 생존권역을 대폭 늘려주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사명이라는 폭력적인 논리였죠.

이것이 하나의 학설로 등장하게 된 것은 독일의 지리학자인 프리드리히 라첼(Friedrich Ratzel)과 카를 하우스호퍼(Karl Haushofer) 등 19세기 학자들에 의해서였습니다. 당시 전세계적으로 유행했던 다윈의 진화론이 변질돼 나타난 우생학(eugenics) 이론에 따라 초창기에는 유럽보다 뒤떨어지는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 국가들을 점령해 식민지로 삼아야한다는 대외식민정책의 근간이 됐죠.

이 이론은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독일 정부의 강력한 전쟁 명분으로 자리매김하는데요. 특히 나치 독일의 수장인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는 자서전인 '나의 투쟁(Mein Kampf)'에 레벤스라움 학설에 따라 독일 민족의 생존권을 확보해야한다며 동유럽부터 러시아 전역을 반드시 장악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나치 독일이 전쟁 초반 막대한 영토를 장악하자 오히려 타국에 정착시킬 인구가 매우 부족해졌는데요. 이러자 나치 독일은 순수 아리아인의 인구를 늘려야한다며 아기를 공장처럼 생산하는 조직인 '레벤스보른(Lebensborn)'이란 수용시설을 만들기에 이릅니다.

유럽 전역의 점령지에 설치된 레벤스보른은 해당 지역에서 금발과 파란 눈 등 당시 나치 독일에서 주장한 아리아인의 특성을 가진 여성들을 강제로 납치, 임신을 시켜 인위적으로 아이를 만들어내는 수용시설이었는데요. 나치 친위대 장교들의 성폭행이 자행된 것이 전후 드러나게 됐죠.

◆시사점(Implication) : 저출산 못지 않은 고출산 사회의 고충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이처럼 인구정책과 얽힌 끔찍한 과거 역사들은 국가가 얼마나 오랫동안 인위적인 인구정책을 통해 이른바 적정인구를 맞추고자 국민들을 희생시켜왔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결혼과 출산 장려에 나선 우리나라 역시 1980년대까지는 인구압과 맬서스 함정에서 벗어난다며 아주 강력한 산아제한정책을 폈었죠. 전세계적으로도 한국과 일본의 산아제한정책은 매우 짧은 시간동안 엄청난 성과를 거뒀지만, 반대로 현재의 저출산 함정에 빠지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양날의 검과 같은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출산 문제로 정정불안이 끊이질 않는 아프리카 국가들 입장에서는 선진국의 저출산이 부러운 상황인데요. 이미 일정수준 이상 생활이 안정된 중장년층 인구가 많아져야 정정불안이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이죠. 현재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은 인구 절반 이상이 15세 미만인 전형적인 고전적 피라미드형 구조의 인구구조를 갖고 있고, 일자리가 부족한 청년들은 곧바로 총을 들고 내전에 뛰어들거나 지역 테러단체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저출산만큼 고출산 사회문제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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