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스카우트 80명 퇴소 "女샤워실 간 태국男, 조치 미흡"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한 전북지역 스카우트가 영내에서 발생한 성범죄를 이유로 6일 오전 조기 퇴소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에서 잼버리에 입소한 인원은 청소년 72명을 비롯해 80명이다.
김태연 전북연맹 스카우트 제900단 대장은 이날 오전 현장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에게 "지난 2일 영지 내 여자 샤워실에 30∼40대로 추정되는 태국 남자 지도자가 들어와 발각됐다"고 알렸다. 그는 "100여명 정도의 목격자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장은 "오전 5시에 (태국인 남성) 지도자가 우리 여자 대장님을 따라 들어갔는데, 현장에서 잡힌 후에 '샤워하러 들어왔다'라고 거짓말을 했다"며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세계잼버리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결과는 '경고조치'로 끝났다"고 밝혔다.
또 "전북 소속 지도자들과 함께 경찰에 신고해 부안경찰서로 접수됐고, 사건의 심각성이 인지돼서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 수사대로 이관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장은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 피해자 보호와 분리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원들과 이야기한 결과 무서워서 영지에 못 있겠다고 말하고, 여성 지도자도 정신적 충격이 너무 크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장에 따르면 해당 태국인 지도자는 아직 영내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다.
김 대장은 열악한 의료 환경도 지적했다. 그는 "온열 환자가 하루에 10명 이상 나오고 있는데, 인근 병원에서 올 수 있는 인원이 없어 지도자들이 아이들을 업고 병원에 실어 나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경찰 "성적 목적 침입 아닌 것으로 판단"
이에 대해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태국 지도자를 경고 조치하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최창행 사무총장은 "지난 2일 종합상황실에 최초 신고가 접수됐고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사건의 세부 내용을 확인했다"며 "연맹 세이프 프롬 함(Safe from Harm) 팀이 조사했고 가벼운 경고 조처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도 "경미한 것으로 보고받았고, 필요하다면 경찰과 함께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접수한 전북경찰청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성적 목적의 침입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진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지난 3일 피해자, 피 혐의자, 참고인 조사를 했다"며 "(피 혐의자가) 성적인 목적으로 샤워실에 침입한 정황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 혐의자의 자세한 진술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당시 샤워실 상황이라든가 관련자 진술에 따라 그렇게 판단했다"며 "건조물 침입 등 다른 범죄 혐의가 없는지 조사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자체 조사를 맡은 세계스카우트연맹의 제이콥 머레이(Jacob Murray) 사무국장은 "보도된 것과 다르게 세이프 프롬 함 팀이 조사한 결과, 해당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어떤 성추행 사실도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태연 전북연맹 스카우트 제900단 대장이 머레이 국장의 브리핑 내용에 강하게 항의하다 조직위 관계자들에게 끌려나가기도 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850만원 냈는데" "심심해서 구멍 팠다"…악몽이 된 잼버리 | 중앙일보
- 옥황상제보다 높은 이 있다, 도교 사원 ‘칠선전’의 비밀 | 중앙일보
- "게임기 공짜" 이 말에 수천명 난투극…美 삽·도끼까지 들었다 [영상] | 중앙일보
- "부장님 털 좀 미세요" 발칵…대기업 맨은 찍힐까 봐 안 입는다 | 중앙일보
- "십만 년에 사고 1번 날까 말까"…한국이 만들어 안전 최고등급 받았다 | 중앙일보
- 이어폰과 헤드폰, 뭐 쓰죠…'귀 박사'의 귀 지키는 꿀팁 | 중앙일보
- 수술할까 말까…'옆집 아줌마'에 묻지말고 '이 3명' 조언 귀 기울여라 | 중앙일보
- "2박에 150만원? 동남아 간다"…제주도 물가 단속 나선 속사정 | 중앙일보
- "산 채로 버렸지, 살해한 적은 없다"…생후 4일된 아기 버린 미혼모 | 중앙일보
- 선미도 반한 김덕배…신도림 조기축구회서 소주 원샷 한 까닭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