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요일日문화]야구애니 단골 '고시엔' 개막…구장 이름서 유래
괴물신인 발굴 기회…패배한 팀 흙 가져가는 전통도
야구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일본은 정말 야구 사랑이 대단한 나라인데요. 학창 시절 야구부 활동을 한 친구라면 어딜 가든 소개로 "나는 야구부였어"라는 이야기가 따라붙고, 한국에서 축구 경기를 하는 날 치킨집에 들르듯 텔레비전이 있는 이자카야에 모여 야구 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늘부터 일본에서는 전 국민의 관심을 끄는 야구 대회가 개최됩니다. 매년 여름 열리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이른바 '고시엔'이 바로 오늘 개막하는데요. 오늘은 사실상 여름 일본의 축제, 고시엔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8월에 열리는 이 대회의 정식 명칭은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입니다. 효고현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리기 때문에 고시엔으로 줄여 부릅니다. 고시엔(甲子園)은 한자 그대로 구장이 1924년 갑자년에 완공돼 붙여진 이름입니다.
고시엔이 얼마나 큰 대회냐면, 일단 고시엔 출전을 위해 전국 49개 지역에서 지방 대회가 열립니다. 이곳에서 우승한 학교가 대표 학교로 고시엔에 출전하게 되죠. 1915년 첫 대회를 기점으로 전쟁 등의 상황을 제외하고 계속 열렸던 역사가 깊은 야구대회인데요.
일단 출전하기 위해서는 지방 예선에서 살아남아 지역 대표로 선발돼야 합니다. 일본 전국에는 4000개 정도의 고교 야구팀이 있습니다. 인구가 많아 학교 수가 많은 지역일수록 본선 참여도 전에 해야 하는 경기가 늘어나겠죠. 예선에서만 최대 15연승을 해야 하는 곳도 있는데요.
이 때문에 학교 수가 많은 곳은 예외 규정이 있습니다. 홋카이도 경우 남·북으로 지역을 나눠 뽑고, 도쿄도 동·서로 나눠 뽑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일본 야구부 제1의 꿈은 일단 고시엔 구장의 흙을 밟아보는 것입니다.
본선에 나가도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본선에 나가서 패한 팀은 바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야구 경기 중계에서는 고시엔에서 패배한 선수들이 구장의 흙을 모아서 가져가는 모습을 항상 비추곤 하는데요. 내년에 반드시 이곳에 돌아와 흙을 돌려주겠다는 각오입니다.
전국 각지의 날고 기는 선수들이 참여하는 만큼, 고시엔은 괴물 신인들을 배출하는 장소기도 합니다. 일본 프로야구 '거포'로 불렸다가 범법행위로 체포돼 논란을 일으킨 기요하라 가즈히로는 고시엔에서 고등학생 이상의 실력을 보여줘 '초고교급'이라는 별명이 붙었었죠.
메이저리거 마쓰이 히데키는 고시엔 전설을 쓴 인물인데요. 1992년 고시엔에서 상대 팀이 마쓰이를 5타석 연속 고의 볼넷으로 내보냈죠. 당시 상대 팀 감독은 "저 팀에는 프로선수가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세계 스타인 오타니 쇼헤이의 경우 고시엔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선수기도 하죠. 오타니 선수는 고등학생 때 두 번 고시엔에 참가했었는데, 모두 첫 경기에서 패했었습니다. 오히려 당시의 아픔이 지금의 오타니 선수를 키운 것이죠.
이번 고시엔은 6일부터 17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는데요. 역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지난해 우승팀이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을지겠죠.
첫날에는 개회식 이후 경기 세 번이 예정돼있는데, 이 세 번째 경기가 지난해 우승해 연패에 도전하는 센다이 육영고등학교의 경기입니다. 벌써 온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주장은 "봄부터 배팅을 강화해왔고, 투수진도 순조롭게 따라오고 있기 때문에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를 치르고 싶다"며 "목표는 일본 제일이지만 한판 필승을 잊지 않고 전력을 다해 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재일 동포 사회에도 고시엔은 큰 힘을 주고 있는데요.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 야구부의 선전 때문입니다. 교토를 대표해 고시엔에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출전했죠. 고시엔 구장에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져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올해도 3년 연속 출전이 가능할지 일본 언론의 관심이 쏠렸었는데요. 교토 대회 준준결승에서 패해 아쉽게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고교 야구임에도 불구하고 고시엔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이야기, 경기와 결과에 승복하는 모든 과정은 나이를 불문하고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데요. 이처럼 스포츠가 주는 감동은 참으로 큰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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