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연애상담 받는 청춘들…수백만원 '연애 컨설팅' 활개
상담윤리 위반 지적… 범죄로 이어지기도
연애 고민을 해결하려는 청춘의 심리를 노려 돈을 받고 연애 컨설팅을 해주는 업체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적게는 5000~1만원부터 많게는 수백만원의 비용을 책정해 짝사랑 성공,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내세운다. 그러나 전문성 결여는 물론 일부 범법 행위를 부추기기도 해 이용자 피해가 우려된다.
6일 주요 포털사이트에 '연애컨설팅 업체'를 검색하자 수십 곳의 업체가 나왔다. 단순히 컨설팅해준다는 업체는 물론 개인이 상담가로 등록 가능한 중개 플랫폼까지 등장했다. 이날 한 중개 플랫폼에는 연애 상담 서비스가 247개 등록돼 있었다. 컨설팅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개인이 하는 상담은 적게는 1회에 5000원가량에도 가능하지만, 1~3개월 이상 장기간 컨설팅을 하는 업체들은 100만원에서 600만원대까지 금액을 책정해놨다.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인 20·30대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지만,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잡으려는 청춘들은 컨설팅 업체의 유혹에 흔들리기 쉽다. 한 업체는 현재까지 3만여명이 연애 컨설팅 강의를 수강했다는 홍보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최초 무료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업체도 있지만, 기대감을 키운 뒤 여지없이 비용이 드는 서비스 이용을 권유했다. 몇몇 업체에 헤어진 연인과 자연스럽게 재회하도록 만든다는 '재회 서비스' 무료상담을 요청했더니, 상담사는 "상대방이 너무했다"라거나 "이런 경우 재회 가능성이 높습니다"는 등의 말로 안심하게 만든 뒤 구체적인 방안을 들으려면 1개월에 100만원이 넘는 컨설팅을 받으라고 권유했다.
막상 거금을 들여 컨설팅받는다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취업준비생 강모씨(26)씨는 "헤어진 연인과 재회하도록 도와준다는 업체에서 10분당 5만원 상당의 컨설팅을 6차례 정도 받았지만, 결국 재회는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자기 위안은 됐지만, 실효성이나 상담의 전문성 등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재회에 실패했지만, 피드백을 받거나 일부 금액을 환불받는 등의 조치는 없었다.
기자가 지난 1일 체험해 본 재회 무료상담 서비스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서비스 영업의 일환이기도 했다. 상담 중 "이런 경우는 재회 가능성이 높습니다"와 "힘드시겠어요. 상대방이 너무한 부분도 있네요" 등 재회 기대감을 키우고, 위로되는 말들이 이어졌다. 이후 상담가는 "신뢰만 다시 쌓을 수 있다면 재회할 수 있을 것"이라 진단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구체적 방안에 대해 질문하자 이내 고가의 연애 컨설팅 서비스 이용을 권유했다. 컨설팅 서비스는 1개월 이용에 120만원, 기간 제한이 없을 경우 650만원에 달했다.
일부 업체는 컨설팅 과정에서 범법 행위를 동원하거나 부추기고 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달 20일 의뢰인의 재회를 위해 전 남자친구를 미행하며 동선을 파악한 연애컨설팅 업체 직원 3명을 주거침입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의뢰인은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을 면했다. 다른 한 업체는 이별 후 재회 방법으로 스토킹으로 경찰에 신고당하며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을 제시하기도 했다. 잘못된 컨설팅을 이용하면 자칫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연애컨설팅 업체를 찾는 발길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통'에 대한 두려움과 남에게 '도움'을 받는데 익숙해진 세태를 원인으로 꼽았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가족 안에서 협상과 설득 등 사회적 기술을 익히지 못한 상태로 성인이 되다 보니 관계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라며 "어려움에 닥쳤을 때 부모와 학원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익숙해진 것도 또 다른 이유"라고 진단했다.
특히 전문적인 상담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상술에 휘둘리지 않도록 이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행복한 성문화센터 대표)는 "대인관계 상담을 전공하지 않은 사실상 일반인이 '연애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이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연애컨설팅 업체의 경우 상담을 마음대로 하더라도 책임을 안 져도 되는 상황"이라며 "지나친 상술에 현혹되지 말라"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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