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털 좀 미세요" 발칵…대기업 맨은 찍힐까 봐 안 입는다
"부장님 다리털 좀 미세요."
A 대기업 익명 커뮤니티에 최근 이런 글이 올라와 갑론을박이 일었다. 찜통더위가 이어지자 자율복장제를 채택 중인 기업에서 반바지·반소매·노타이 등 ‘쿨비즈룩’ 착용이 늘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사소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체모나 과도한 노출로 신체 일부가 두드러지는 게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현대차·LG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자율복장제를 시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2008년 평직원을 대상으로 노재킷·노타이 단계부터 자율복장제를 시행했고, 2016년엔 칼라(목깃)없는 셔츠와 반바지까지 허용 범위를 넓혔다. 지난해엔 정장과 비즈니스 캐주얼을 기본 복장으로 유지해왔던 임원·부서장을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 ‘캐주얼데이’를 시작했다. 재킷 대신 칼라 달린 티셔츠나 청바지·면바지, 신발도 로퍼·운동화 등 캐주얼하게 입도록 한 것이다.
SK그룹은 2000년부터 계열사별로 자율복장제를 시작했고, SK이노베이션 등 계열사는 2016년부터 반바지도 속속 허용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자율복장제를 도입했다. LG그룹은 2000년대 초 노타이를 시작으로 2018년 말부터 자율복장제를 시행했으며, 현재는 반바지 착용도 허용하고 있다.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 등도 자율복장제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최근 직원들 사이에서 ‘반바지 출근은 아직 부담스럽다’는 분위기가 크다. 대기업에 재직하는 김모씨(30)는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다가 상사에게 한마디 들었다. 아직 보수적인 분위기 남아있어 상사들이 볼 때는 회사에 어울리는 복장이 아닌 것 같다”며 “괜히 ‘찍히고’ 싶지 않아 비즈니스 캐주얼을 주로 입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회사원 나모씨는 “회사에서 반바지를 입는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반바지나 민소매를 입는 사원이 거의 없어 혼자서만 튀는 게 부담스러워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조직문화 개선 차원에서 자율복장제 도입을 확대하고 있지만, 노출이 과도한 복장 등은 주변 동료들 불편하게 할 수도 있으므로 시간·장소·상황(TPO)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채호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에선 반바지 등 자율복장제 문화가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않아 구성원간 잡음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무더위로 가벼운 복장을 하는 게 전체적 흐름인 만큼, 회사 차원에서 이를 소통의 계기로 삼고 새로운 문화로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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