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둘러싸인, 뉴질랜드 최초 유기농 와인 [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1984년 안니에 밀턴은 남편 제임스와 함께 고향인 뉴질랜드 북섬 동해안 기즈번에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이곳은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터전이지만, 1871년 초기 유럽에서 이민 온 이방인들이 처음으로 포도나무를 심은 지역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밀턴 부부는 몇 년 동안 유럽 최고 와인 생산 지역인 프랑스 샹파뉴, 보르도, 독일의 라인가우, 라인헤센 등에서 양조 경험을 쌓으면서 위대한 양조가의 꿈을 키웠다.
따지고 보면 와이너리 역사는 5대에 걸쳐 있다. 안니에 밀턴의 부친 존 클라크가 이미 1960년대 후반 소규모 양조를 시작했는데, 그 증조부가 ‘오푸(Opou)’ 마을에 개간한 포도밭을 기반으로 한 와인이었다. 밀턴 부부는 부모님이 소유한 테 아라이 강(Te Arai River) 유역 포도밭이, 비록 작지만 천혜의 테루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부부는 와이너리 창립 전, 1년 동안 선조들의 포도밭을 연구하면서 토양에 적합한 포도나무를 재배치하고 국제 포도 품종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포도밭을 크게 3개(Opou, Te Arai, Clos de Ste. Anne)로 구분하고, 독특한 개성을 가진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포도밭은 젊은 퇴적토로 구성돼 있으며, 태평양 영향으로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와 한여름에도 온화한 기후를 만들어주는 특성을 지녔다.
밀턴 부부는 창립 초창기부터 ‘바이오 다이내믹 농사법’을 원칙으로 포도밭을 관리했다. 전통적인 포도 재배 방법인 살충제, 제초제, 살균제, 수용성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정성과 사랑으로 포도밭을 관리했다. 그 결과, 와이너리는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유기농 인증서를 받았고, 후에 바이오 다이내믹 인증서까지 받아 ‘뉴질랜드 유기농 와인’으로 명성을 얻었다. ‘위대한 와인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먼저 진실된 포도 재배와 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 와이너리 철학이다.
대외 평가도 높다. 그들이 만드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리슬링 화이트 와인과 슈냉 블랑 화이트 와인, 그리고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은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수많은 트로피와 금메달을 수상하면서 빠르게 인기를 늘려나갔다. 1992년 런던에서 개최된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금메달, 국제 유기농 와인 챌린지 박람회에서 트로피를 수상했고 200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와인 박람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닐 베게트와 휴 존슨이 2008년 펴낸 와인 저서 ‘죽기 전에 마셔야 할 1001가지 와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필자는 올해 2월에 와이너리를 방문해 8개 와인을 테이스팅했다. 그중 ‘밀턴 오푸 샤르도네 2020(Millton Opou Chardonnay 2020)’은 보는 순간 시선을 사로잡는 연한 황금색 빛깔로 가장 인상 깊었던 와인이다. 아로마는 오렌지, 흰꽃, 꿀, 견과, 도토리 등이 올라오며, 마셔보면 깔끔하고 부드러운 시트러스 계통의 산도와 풍미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균형감이 좋고 긴 여운이 매력적이었다. 음식과 조화는 생선회, 스시, 해산물 요리, 피자, 파스타 등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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