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참사에도 '반지하' 허가... 서울은 무정부 상태"
[조선혜 기자]
▲ 5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반지하 폭우 참사 1주기 기후 재난 희생자 추모 문화제'에서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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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반지하 건축을 제한한다 했지만, 지난해 8월 폭우 이후에도 81곳을 허가했습니다. 더 이상의 방관과 방치를 멈추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합니다."(유지예 '나눔과 미래' 활동가)
반지하 주택 침수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정부는 여전히 반지하 건축을 허가하고, 오히려 공공주택 예산을 삭감하는 등 퇴행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5일 체감온도 37도의 무더운 날씨 속에도 침수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려고 모인 100여 명의 시민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반지하 폭우 참사 1주기 기후 재난 희생자 추모 문화제'에서 발언에 나선 유지예 '나눔과 미래' 활동가는 "우리는 지난해 서울 관악구과 동작구의 반지하 주택에서 일어난 수해가 단순한 재해가 아니었음을 알고 있다"며 "사회가 만들어낸 참사"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서울시는 지난해와 올해 300곳 정도의 지하층에 대한 건축 허가를 냈다"며 "또한 추진 예정이었던 침수 우려 주택에 대한 차수판 설치 등 침수방지시설 설치마저 늦어져, 설치율은 대상 가구의 22%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주거 상향을 위해선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한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정부는 지난해 12월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5조 7000억 원이나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최소한의 건강권 침해... 언제까지 '안타까운 죽음' 들어야 하나"
유씨는 "1년이란 시간 동안 예산을 확보하고,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확대하고, 반지하에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방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었음에도 정부는 오히려 퇴보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또 다른 시민을 잃을까 전전긍긍하고 싶지 않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거 취약계층 당사자의 증언도 나왔다.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는 김인균씨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재난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주거 취약계층은 그러한 재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연일 폭염에 저는 서울역 지하보도에서 피서 아닌 피서를 하고 있다. 제가 아는 쪽방 거주자는 기저질환이 있어 혹독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주거 취약계층은 최소한의 건강할 권리, 최소한의 행복할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며 "언제까지 '안타까운 죽음'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나. 이제 그 말은 역겨운 말이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침수로 사망한 동료를 추모하는 발언도 있었다. 김광창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지난해 8월 신림동 반지하 참사 현장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이 지금도 계속 소환된다"며 "물에 잠긴 반지하의 창문, 홍수지 동지의 전화를 받고 달려가 발버둥 치고 있는 제가 아는 동료의 얼굴까지, 그 사진과 영상을 볼 때마다 당시의 감정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안전 취약 가구 거주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근본적인 방향을 검토하겠다 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거용 반지하를 아예 없애겠다고 했다"며 "서울에 반지하 가구가 23만이다. 그중 지상으로 거주지를 옮긴 가구는 2700가구밖에 안 된다. 정부와 서울시는 1%밖에 책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5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반지하 폭우 참사 1주기 기후 재난 희생자 추모 문화제'가 개최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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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비가 많이 오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며 "'미안합니다, 당신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 말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장애인 단체, 10.29 참사 유가족 등의 추모 발언도 이어졌다. 서기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아무리 반지하라고 해도 (사망 사고가 났다니) 모든 사람이 경악했다"며 "특히 돌아가신 분들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고 참담했다. 말로 형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태원 참사를 누가 예상했나. 비가 와서 지하차도에 갇힐 줄 누가 알았겠나"라며 "당연히 안전해야 할 곳이 안전하지 않게 되고 있다. 지금은 무정부 상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 대표는 "이런 상황을 좌시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가 일하게 만들고, 정부에 경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형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위원장도 "지난해 그날의 재난을 본보기로 예방책을 마련했다면 올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보여주기식 대처에 참사가 계속됐다"며 "또 다른 참사를 원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잘못을 뉘우치고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이들은 "주거권은 생존권이다, 모두의 안전한 집 보장하라", "재난 참사 반복 말자, 정부는 근본적 해결에 나서라", "기후 재난은 오늘의 문제다, 바로 지금 행동하자" 등 구호를 외쳤다.
빈곤사회연대·민주노총 서울본부·참여연대 등이 개최한 이번 문화제에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나눔과 미래 ▲기후정의동맹 ▲내놔라공공임대 ▲너머서울 ▲노동도시연대 ▲민달팽이유니온 ▲빈민해방실천연대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주거권네트워크 등이 함께했다. 정의당, 기본소득당 서울시당, 녹색당, 진보당 서울시당 등 정치권도 연대의 뜻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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