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생존게임' 잼버리에 남은 150개국…조기 폐막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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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폐막' 면한 새만금 잼버리
정부가 대회 닷새째를 맞은 5일 '2023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애초 계획한 폐막일까지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전날 이번 대회 전체 참가자 중 15%가량을 차지하는 영국·미국이 잇따라 철수를 결정하면서 '대회 조기 중단'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벨기에·독일 등 150개 참가국이 잔류 의사를 밝히면서 '조기 폐막'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3시 전북 부안군 새만금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각국 대표단과 회의를 한 결과 행사는 중단하지 않고 원래 계획대로 오는 12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다"며 "마지막까지 모든 스카우트 대원들이 프로그램을 마치고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자원을 동원해 참가자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새만금(전북)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도 다양한 영외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권장했고, 이를 위해 교통 수단 등을 제공할 방침"이라며 "대통령님이 말씀하셨듯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방정부와 협의해 한국 산업과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영외 프로그램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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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미국·싱가포르 '조기 퇴영'
조직위에 따르면 애초 158개국 청소년(만 14~17세)·지도자·운영요원 4만3225명이 참가하기로 했지만, 이날 0시 기준 대회 참가 인원은 총 153개국 4만2593명이다. 현재까지 영국(4400여 명), 미국(1500여 명), 싱가포르(60여 명) 등 3개국 6000명가량이 철수하기로 하면서 150개국 3만7225명가량이 남게 됐다. "참가자가 2~3명인 5개국은 (자국) 사정에 따라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다"는 게 조직위 설명이다.
영국 대표단은 이날 선발대 1000명을 시작으로 오는 7일까지 순차적으로 대회장을 떠날 예정이다. 미국·싱가포르는 이날 모두 철수한다. 이에 대해 조직위는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모두 자비로 출국하고 숙박비는 지원하지 않는다. 세계스카우트연맹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별 국가 사정에 의해 나가기 때문에 환불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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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질병·열악한 시설…"생존 게임"
이날 데일 코베라(필리핀) 아시아·태평양 지역 스카우트 이사회 의장과 사우디아라비아·아르헨티나 측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잼버리에 계속 참여하겠다"고 밝혀 대회에 힘을 보탰다. 조직위는 주요 잔류 국가로 스웨덴·스위스·벨기에·네덜란드·덴마크·핀란드·독일 등을 공개했다.
지난 1일 개막한 이번 대회는 35도를 넘나드는 폭염과 질병, 열악한 시설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진짜 '생존 게임'이 됐다"는 비판이 거셌다. 온열 질환과 벌레 물림 등 매일 1000명 안팎의 환자가 속출하고, 위생·안전 논란까지 불거지자 참가국 중 최초로 영국이 자국민 안전 확보를 위해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특히 영국은 1920년 1회 대회를 개최한 '잼버리 종주국'이자 이번 대회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해 파장이 컸다. 세계스카우트연맹도 영국 철수 결정 직후 낸 성명에서 한국연맹에 사실상 '조기 중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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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샤워장 청소에 700명 투입
이에 놀란 정부는 더 이상 참가국이 잼버리를 떠나는 이른바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 연일 추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기존에 배치된 냉방 버스 130대 외에 104대를 추가로 배치했다. 국방부는 3715㎡(1124평)에 그늘막 등을 설치했다.
의료 인력도 의사 28명, 간호사 18명, 응급구조사 13명 등 60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세브란스병원·서울대병원 등에서도 인력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에선 샤워장 증설 등을 지원하고, 20여 개 기관에선 아이스박스·양산·손선풍기 등 폭염 예방 물품을 대기로 했다.
조직위는 '더럽다'고 악명 높았던 화장실·샤워장 청소를 위해 700명 이상 인력을 투입했다. 한 총리는 "현장을 돌며 불시 점검한 결과 처음 지적된 것보다 문제가 개선된 걸 확인했다"고 했다. 조직위는 또 매일 최소 5만 병 이상 물을 공급하고, 잼버리 내 클리닉(의료시설) 운영 시간을 하루 24시간으로 연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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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文정부 때 유치…1000억 투입
대회 초기부터 "잼버리가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정작 조직위 내부에선 "조기 중단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이미 1000억원 넘는 예산을 쏟아부은 데다 대회를 중단하면 국가 신뢰도 추락 등 유·무형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새만금 잼버리는 "한국과 전북의 미래상을 세계 청소년에게 보여주겠다"(송하진 전 전북지사)며 전북도가 2014년부터 유치를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8월 유치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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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냉장·냉동차 무제한 공급"…이상민·김관영은 야영
윤석열 대통령이 대회를 직접 챙기면서 '청소년 문화 올림픽'으로서 잼버리 면모가 점차 되살아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은 전날 "스카우트 학생들이 잠시라도 시원하게 쉴 수 있는 냉방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대원들은 이날 영내·외 과정 10종을 비롯해 전북 14개 시·군 연계 프로그램 29개를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전날 대회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문화교류의 날'인 6일 K-팝 콘서트가 끝날 때까지 운영 전반을 관리할 계획이다.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전북지사도 지난 3일 야영을 시작, 대회 마지막 날까지 머물며 안전 상황을 직접 챙길 예정이다.
부안=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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