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위 "日 아이돌 제국 자니즈, 소년 연습생 수백명 성착취"
일본 대형 연예기획사인 '자니즈 사무소'(이하 자니즈) 창업자의 남성 연습생 대상 성폭력 문제를 조사해 온 유엔 인권이사회가 수백 명의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유엔 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전문가들은 지난 4일 도쿄 일본 기자클럽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자니즈의 연예인 수백 명이 성적 착취와 학대에 휘말렸다는, 깊이 우려할 만한 의혹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전 조사와 일본에서 진행한 면담·조사 등을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피해자를 수백 명으로 추산했으나,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실무그룹은 "일본 미디어 기업은 수십 년간 이 불상사를 은폐하는 데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일본 정부가 주체적으로 수사와 구제 방법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일본 미디어와 연예 산업에 대해 "노동법에 따른 보호와 괴롭힘의 명확한 법적 정의가 결여됐다"며 "성폭력과 괴롭힘을 불문에 부치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니즈가 재발 방지를 위해 설치한 팀을 두고는 "투명성과 정당성에 의심이 남는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실무그룹은 이번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내년 6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자니즈 창업자인 고(故) 자니 기타가와는 1962년 자니즈를 설립해 '스마프'와 '아라시'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을 여럿 키워냈다. 2019년 사망한 그는 생전에 다수의 동성 아이돌 지망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영국 공영방송 BBC가 '일본 J팝의 포식자'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면서 기타가와의 성폭력 문제가 재점화됐고, 이후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이에 기타가와의 조카인 후지시마 주리 게이코 자니즈 사장은 지난 5월 "창업자의 성폭력 문제로 세상을 소란스럽게 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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