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예고' 협박 글 최소 42건…미성년자도 다수
경찰 '특별치안활동' 선포…엄중 대응
잇단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 후 전국적으로 살인을 예고하는 온라인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자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 18명을 검거했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까지 온라인에 올라온 살인 예고 게시글은 최소 42건에 달했다. 최근 지난달 21일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흉기난동 사건에 이어 지난 3일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까지 벌어지자 전국에 걸쳐 유사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게시물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이날 정오 기준으로 글 작성자 18명을 붙잡아 경위와 범죄 혐의점 등을 조사 중이며, 게시자가 특정되지 않은 나머지 게시물에 대해 IP 추적 등을 통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거된 18명 가운데에는 중학생 등 미성년자도 여러 명 있었다.
서울에서는 전날 "오늘 16시 왕십리역 다 죽여버린다"는 글을 올린 20대 남성과 특정 학교를 지목하며 "정문 앞에서 5명을 죽이겠다"는 글을 작성한 미성년자가 각각 검거됐다. 또 "내일 밤 10시 한티역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글을 올린 20대 남성이 자수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가 조사하고 있다.
경기 하남시에서는 전날 한 중학생(14)이 "미사역 일대에서 살인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게시글을 썼다가 경찰에 붙잡혔고, 같은 날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 흉기 난동을 예고하는 글을 올린 미성년자가 자택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또 국내 최대규모 테마파크인 에버랜드에서 흉기로 사람들을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자폐 청소년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날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협박 혐의로 A군(16)을 임의동행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군은 이날 오전 11시 51분 SNS에 "저도 유행 참여해봅니다. 저 오늘 에버랜드 가는데 3시부터 눈에 보이는 사람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다 죽일 겁니다. 그렇게 아세요"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A군은 친구 B군에게 자신이 글을 올린 사실을 알렸고, B군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A군은 실제로 어머니와 함께 에버랜드를 방문했고, A군의 부모는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고 나서 오후 1시8분 에버랜드 정문에서 검문검색을 하던 경찰관에게 A군을 인계했다. 당시 A군은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소지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전해졌다. A군이 작성한 게시물로 인해 경찰은 120여 명의 경찰관을 에버랜드에 투입했고, 에버랜드도 자체 보안요원 100여 명을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경북 구미와 경산에서도 10대와 20대가 각각 체포됐다.
경북 경산경찰서는 경산 소재 대구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 칼부림 예고 글을 올린 20대를 추적해 5시간 만에 검거했다. 구미경찰서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다음에는 구미역 칼부림이다"라는 글을 쓴 10대 미성년자를 이날 새벽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묻지마 칼부림에 이어 잇단 살인 예고글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자 전날 사상 처음으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하철역, 백화점 등 전국 247개 인파 집중 장소에 경찰관 1만2000여 명을 배치해 순찰 중이다. 전국 14개 시·도경찰청이 관할하는 다중 밀집지역 43곳에 소총과 권총으로 이중 무장한 경찰특공대 전술요원(SWAT) 107명도 배치했다.
이어 서울 강남역과 부산 서면역, 성남 서현역·판교역, 수원역 등 인터넷 '살인 예고글'에서 범행장소로 지목됐거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11곳에는 전술 장갑차까지 투입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 긴급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국민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며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사이버상의 흉악범죄 예고와 근거 없는 가짜뉴스에도 예외 없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살인 예고글 게시자들에게 협박,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 특수협박죄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은 살인이나 상해를 구체적으로 준비한 정황이 확인되면 이들에게 살인예비나 상해예비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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