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뷔가 아니었다, 포항 '하창래'가 넣은 놀라운 극장골

심재철 2023. 8. 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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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K리그1] FC 서울 2-2 포항 스틸러스

[심재철 기자]

2023 K리그 초록 그라운드에서 두 번이나 홈 팀이 쌓아놓은 성을 허물어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포항 스틸러스 센터백 하창래가 지난 6월 11일 같은 장소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에 극장 동점골을 넣었는데, 55일이 지난 오늘(8월 4일)도 후반전 추가 시간 극장 동점골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김기동 감독이 이끌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가 4일(금)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3 K리그1 FC 서울과의 어웨이 게임에서 수비수 하창래의 종료 직전 극장 동점골에 힘입어 2-2로 비기고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6월 11일 90+4분 25초, 오늘은 90+3분 40초 극장골

열대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금요일 초록 그라운드는 후반전에만 믿기 힘든 장군멍군 빅 이벤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나왔다. 홈 팀 FC 서울이 먼저 골을 넣고 달아나면 어웨이 팀 포항 스틸러스가 극적으로 따라붙는 모양이었으니 1만5016명 축구팬들은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53분 40초에 터진 FC 서울의 첫 골부터 멋진 작품이었다. 기성용이 오른발로 감아올린 얼리 크로스 궤적도 훌륭했고 상대 수비수들 사이로 빠져들어가며 몸을 날린 김신진의 다이빙 헤더도 정확했다.

그런데 홈팬들의 환호성은 정확하게 10분만에 수그러들었다. 63분 40초에 포항 스틸러스의 멋진 동점골이 반대쪽 골문으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실점 직후 교체로 들어간 슈퍼 서브 이호재가 오른쪽 측면으로 밀어준 오픈 패스부터 남달랐고 고영준이 낮은 얼리 크로스로 홈 팀 골문 앞을 노린 것이다.

여기서 김승대가 헛동작으로 흘려주는 것 같았지만 발끝에 공이 터치되었고 포항의 새로운 살림꾼으로 자리잡은 오베르단이 뜻깊은 K리그 데뷔골을 터뜨렸다. '이호재-고영준-김승대-오베르단'으로 이어진 연결 구도가 '스틸 타카'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첫 번째 장군멍군은 두 팀의 현재 순위(2위 포항 스틸러스, 3위 FC 서울)가 어쩌다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납득시킨 흐름이었는데 진짜 축구가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4월 1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도 두 팀이 1-1로 끝났고, 6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도 1-1로 끝났으니 이번에는 어느 한 쪽이 승점 3점을 독식해야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드러났다.

겨우 3분 29초 지나서 홈 팀 FC 서울이 1골을 추가해 승점 3점에 더 가까워진 것이다. 오른쪽 측면에서 낮게 뻗어온 얼리 크로스를 나상호가 발끝으로 눌러주었고 이를 기다렸다는 듯 팔로세비치가 왼발로 차 넣었다. 수비수 다리에 맞고 방향이 살짝 틀어지기는 했지만 이것 역시 완벽한 작품이었다.

상대가 다시 달아났다고 해서 포항 스틸러스가 이대로 주저앉을 팀은 결코 아니었다. 또 10분만에 페널티킥 동점골 기회를 잡은 것이다. FC 서울 골문 앞으로 흐른 세컨드 볼 상황에서 수비수 이한범이 포항 스틸러스 그랜트의 발목을 걸어 넘어뜨린 것을 VAR 시스템이 간과하지 않은 것이다. 정동식 주심의 온 필드 리뷰로 선언된 페널티킥을 5분 전에 교체 선수로 들어온 김종우가 찼는데 여기서도 믿기 힘든 드라마가 나왔다. 홈 팀 골키퍼 백종범이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김종우의 오른발 페널티킥을 기막히게 쳐낸 것이다.

이 순간만으로도 이번 게임 승점 3점은 홈 팀이 가져가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후반전 추가 시간 7분이 공지되고 그 시간도 절반이 넘어갈 무렵 관중석은 물론 선수들도 술렁거릴 수밖에 없었다.

추가 시간 3분 40초에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 또 벌어졌는데, 페널티킥 동점골 기회를 놓친 김종우가 오른발로 차 올린 코너킥이 짧게 날아왔고 또 다른 교체 선수 김인성의 머리를 스친 공이 반대쪽으로 넘어와 하창래의 이마에 또 한 번 제대로 걸린 것이다. 55일 전 추가 시간 4분 25초에 헤더 슛으로 꽂아넣은 골문 구석으로, 이번에는 추가 시간 3분 40초가 찍혔을 뿐이다. 코너킥 세트 피스에 의한 하창래의 극장 동점골, 축구장에서도 보기 드문 데자뷔가 정말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하창래의 이 극장 동점골로 두 팀은 이번 시즌 만난 세 게임을 모두 비기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공교롭게도 3게임 모두 FC 서울이 먼저 골을 넣었지만 포항 스틸러스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극적인 동점골을 모두 만들어냈다. 

이렇게 2위 자리를 굳게 지킨 포항 스틸러스는 오는 13일 오후 8시 4위 광주 FC를 스틸야드로 불러들이며, 승점 7점 차 3위 FC 서울도 같은 날 오후 7시 6위 대전하나시티즌을 만나기 위해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찾아간다.

2023 K리그1 두 팀 간 게임 결과(3무)
4월 15일(포항 스틸야드) ★ 포항 스틸러스 1-1 FC 서울 [득점 : 김인성(41분,도움-심상민) / 나상호(2분)]
6월 11일(서울월드컵) ★ FC 서울 1-1 포항 스틸러스 [득점 : 황의조(37분,도움-임상협) / 하창래(90+4분 25초,도움-백성동)]
8월 4일(서울월드컵) ★ FC 서울 2-2 포항 스틸러스 [득점 : 김신진(53분 40초,도움-기성용), 팔로세비치(67분 9초,도움-나상호) / 오베르단(63분 40초,도움-김승대), 하창래(90+3분 40초,도움-김인성)]

2023 K리그1 현재 순위
1 울산 현대 56점 18승 2무 4패 49득점 27실점 +22
2 포항 스틸러스 45점 12승 9무 4패 38득점 29실점 +9
3 FC 서울 38점 10승 8무 7패 43득점 29실점 +14

4 광주 FC 37점 10승 7무 8패 32득점 25실점 +7
5 전북 현대 37점 11승 4무 9패 30득점 22실점 +8
6 대전 하나시티즌 33점 8승 9무 8패 35득점 40실점 -5
7 대구 FC 33점 8승 9무 7패 27득점 28실점 -1
8 인천 유나이티드 FC 33점 8승 9무 7패 26득점 27실점 -1
9 제주 유나이티드 30점 8승 6무 10패 32득점 34실점 -2
10 수원 FC 20점 5승 5무 14패 26득점 51실점 -25
11 수원 블루윙즈 18점 4승 6무 14패 25득점 37실점 -12
12 강원 FC 16점 2승 10무 12패 15득점 29실점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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