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선 넘은 '오송참사' 檢 직접수사…침묵하는 野 속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구호는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것일까.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수사 주도권이 경찰이 아닌 검찰로 넘어간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의 임기 종료 직전 국회를 통과한 검수완박법은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기존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를 2대(부패·경제)로 축소했다. 개정안 시행으로 대형참사 사건의 경우 검찰의 직접 수사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오송 사건의 경우 국무조정실이 경찰관 6명을 검찰의 직접수사가 가능한 형법 123조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에 수사의뢰하면서, 검찰 주도로 수사가 흘러가게 됐다.
검찰은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충북경찰청과 충북도청 등 관계기관을 대대적으로 압수 수색을 한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4명의 검사를 더 충원해 총 21명으로 수사본부를 확대했다. 반면 경찰은 지난달 27일 서울청에서 파견된 50명을 모두 복귀시키며 전담수사본부를 수사팀으로 축소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해 경찰이 74일에 걸쳐 수사를 전담했었던 것과 180도 다른 양상이다.
그동안 검찰의 우회 수사를 비판해왔던 민주당이지만, 검찰이 주도권을 쥔 이번 오송 사건 수사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문제 삼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 수사권을 다시 확대할 때만 해도, 당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와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런 민주당이 침묵하는 것은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민주당 공세로 오송 사건 수사 주체 논쟁이 개시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법사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수사 범위를 놓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의 논쟁이 계속 이어져 왔다”면서도 “검찰이 중대재해법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기소장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대신 국민의힘 소속의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때리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 의사 결정권자였던 충북지사와 청주시장부터 문책해야 한다”며 “특히 충북지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도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3일 검찰에 고소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수사 결과의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검수완박법 취지에 맞게 검·경 수사범위를 교통정리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율사 출신 의원은 “수사받는 사람들이 수사권 없는 수사기관이 한 것이라 수사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할 수 있다”며 “그런 상황이 오면 대법원 판단도 예측할 수 없게 돼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율사 출신 의원도 “검찰이 법 조항을 우회해서 더 깊게 관여하고 있다”며 “수사준칙까지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대형참사 수사가 경찰의 수사 종결권까지도 무력화시키는 명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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