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오르는 호텔·명품 가격… 그 이면엔 소득 양극화
롯데호텔 월드는 지난 1일 뷔페 레스토랑 '라세느'를 7개월간 재단장 끝에 다시 문을 열면서 성인 기준 평일 점심 가격을 14만원, 평일 저녁과 주말은 18만원으로 책정했다. 기존보다 각각 2만원, 2만5000원씩 올린 것이다. 성인 4인 가족이 한 끼를 먹으려면 8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필요로 하지만 수요는 꾸준하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4일 "라세느는 인기가 좋은 레스토랑으로 이번 가격 인상에도 주말 예약률이 기존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을 비롯한 일부 유통업계 카테고리에서 소득 양극화를 감안한 가격 전략이 가동되고 있다. 값비싼 제품이나 서비스를 늘리고 그 가격을 한층 더 높이는 방식이다. 일각에선 작은 사치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빚어진 현상이라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결국 소득 양극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가속화된 가격 인상… 그래도 팔린다
호텔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스몰 럭셔리 대명사 격으로 떠올랐다. 팬더믹 영향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자 제한 속에서 가능한 '사치'를 누리겠다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포함한 여러 소비자의 타깃이 된 것이다. 코로나 기간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던 호텔은 가격 전략을 꾀하기 시작했다. 대표적 사례가 애플망고 빙수다.
애플망고 빙수는 코로나 이전만 해도 가격이 5만원 정도로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 또한 가파르게 상승했다. 올해는 하나를 사 먹으려면 최고 12만원 넘는 돈을 내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 특급호텔에서 파는 애플망고 빙수 가격은 대체로 8만원에서 10만원 수준이다. 높은 인상 폭에도 현장에선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한 호텔 관계자는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30% 이상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명품 브랜드가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불리는 3대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매년 제품 가격을 올려왔는데, 코로나를 기점으로 그 횟수가 잦아졌다. 루이비통의 경우는 코로나 팬데믹이 정점에 이르던 2021년 국내에서 무려 5번이나 가격을 올렸다. 올해도 이들 브랜드는 모두 국내에서 적게는 5%, 많게는 10%가량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 가운데 샤넬은 지난 2월과 5월에 이어 이르면 이달 중 또 한 차례 가격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주요 타깃은 MZ가 아닌 고소득층
호텔과 명품 브랜드가 이처럼 가격을 매년 올릴 수 있는 건 수요가 따르기 때문이다. 비싸도 사서 먹고, 입는 사람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수요층에는 MZ세대 '스몰 럭셔리족'도 포함돼 있지만, 주류로 분류되진 않는다. 기업 입장에선 부유층과 고소득층이 큰 손이고, 가격 전략 역시 자연스레 이들에게 맞춰 수립한다.
고소득층의 소득 수준은 팬데믹 종료 이후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이 휘몰아치는 속에서도 부쩍 높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 월평균 소득은 1148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 증가했다. 전체 소득에서 세금과 연금 등을 뺀 처분가능소득 측면에서도 886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4.7% 올랐다. 반면 1분위는 가구 월평균 소득이 107만6000원, 처분가능소득이 85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쉽게 말해 고소득층은 더 잘살게 됐고, 저소득층과 격차도 더 벌어졌다는 의미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호텔과 명품 브랜드 가격 전략도 이 같은 소득 양극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속에 살림이 빡빡해진 중·저소득층과 별개로 주 고객인 고소득층의 '실탄' 보유가 늘어 소비 여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가격을 올려도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호텔 관계자는 "소득 양극화에 대해 인식하고 있고, 고소득층을 주요 타깃으로 해서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고물가에 불경기로 서민들이 어렵다고 해도 고소득층은 여전히 부자"라며 "소득도 높은 데다 자산도 많아 앞으로도 이 사람들이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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