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글돈글]"머스크가 살 뺄 때 쓴 약"…美기업, 비만치료제 보험 부담 골머리
한달 처방분 가격 1350달러 호가
美 기업, 보험료 수천만 달러 지불
비용 절감 차 위고비 보험 적용 중단
지난해 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4㎏을 감량하고 날렵해진 모습으로 나타나 대중의 시선을 한눈에 모았습니다. 같은 해 여름만 해도 육중한 몸매로 해변에서 수영하던 머스크가 단번에 체중 감량에 성공한 것이죠. 다이어트 성공 비법을 묻는 네티즌에 머스크는 "단식, 그리고 위고비(Fasting and weagovy)"라고 명쾌한 답을 들려주었습니다.
위고비는 오젬픽과 함께 최근 할리우드에서 다이어트 신약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약물입니다. 기존에 체중 감량용으로 인기를 끌던 삭센다에 비해 투약 횟수가 주 1회로 적어 간편한데, 체중 감량 효과는 매우 커 비만 치료의 게임체인저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은 오젬픽과 위고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약물을 원하는 직원들이 늘면서 직장 의료보험료 부담이 늘어난 것이죠. 오늘은 이 비만치료제로 인해 미국의 기업들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손실을 보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고비, 한 달 분 1350달러 호가…고가에도 품귀현상
오젬픽과 위고비는 뛰어난 효과만큼 비싼 가격으로도 유명합니다. 오젬픽은 당초 당뇨병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약물입니다. 그러나 치료제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티드가 인슐린 분비를 늘리고 혈당을 떨어뜨려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하면서 다이어트 약물로도 큰 인기를 끌게 됐습니다.
오젬픽이 입소문을 타자 덴마크 제약사인 노보디스크는 동일한 성분을 갖춘 약물 '위고비'를 비만 치료제용으로 출시했습니다.
위고비의 경우 한 달 치 가격이 1350달러(약 178만원)를 호가합니다. 오젬픽은 930달러 선에서 처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비싼 가격에도 탁월한 효과가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두 약물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美 기업, 보험료 부담 허덕여…개인 부담금 올리며 자구책 마련
미국 기업들은 해당 약물이 인기를 끌면서 비용면에서 큰 손실을 보게 됐습니다. 직원들이 이 약물을 처방받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부담해야 하는 직원 의료보험료가 급격히 늘어난 것입니다. 오젬픽의 경우 체중 감량 목적으로 쓰일 경우 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지만, 비만 치료 목적으로 출시된 위고비는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위고비로 인해 현재 많게는 수천만 달러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텍사스대학의 경우 18개월간 직원용 보험료가 3배 이상 증가하면서 다음 달 1일부터는 위고비에 대한 보험 적용을 중단하겠다고 직원들에게 통보한 상황입니다. 텍사스 대학이 18개월간 지불한 직원 보험료는 총 500만달러로, 한화로 65억원에 달합니다.
미국의 2위 헬스케어 기업인 어세션도 보험료 절감을 위해 지난달 1일부터 위고비에 한해 보험료 적용 중단에 나섰습니다. 미시간 대학의 경우 위고비 처방 시 개인 부담금을 20달러에서 45달러로 올리는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기업들은 직원들이 위고비로 체중 감량에 성공하면서 성인병 발병률이 줄어들어도, 전혀 보험료 절감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합니다. 위고비의 처방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대사질환 발병률이 감소하는 데도 보험료는 이전보다 더 많이 나오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주 정부도 비만치료제로 인한 비용 부담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코네티컷주는 올 한해 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 처방에 쓰이는 돈이 3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 했습니다. 코네티컷주가 비만 치료제 처방에 사용한 예산은 2020년 이후 무려 50% 증가했습니다.
위고비의 선풍적인 인기가 미국의 비만 치료에 되레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비만이 생활 습관에 따른 결과가 아닌 질병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미국 기업들은 비만 치료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고가의 치료제로 막대한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되면서 이젠 기업들이 보험료 지급에 제동을 거는 상황이 빚어지게 된 것입니다.
한국도 지난 5월 위고비가 식품의약안전처의 허가를 받으면서 비만 치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비만이 실손의료보험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보험료 부담 문제를 낳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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