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중단 위기…‘더는 안돼’ 英 이어 미국도 떠난다

권남영 2023. 8.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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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에 개막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사실상 중단 위기에 처했다.

참가 인원이 가장 많은 영국에 이어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마저 캠프장에서 조기 철수하기로 했다.

미국 스카우트 대원은 앞서 당초 새만금 캠프장에 도착하기 전에도 캠프 험프리스에서 하루 묵고 지난 2일 영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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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도 철수 고려…스카우트연맹, 중단 권고
폭염 날씨뿐 아니라 열악한 환경 지적 이어져
영국 학부모들 “더럽고 끔찍” 비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4일 전북 부안군 잼벼리 야영장 수돗가에서 물을 받거나 옷을 적시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 속에 개막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사실상 중단 위기에 처했다. 참가 인원이 가장 많은 영국에 이어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마저 캠프장에서 조기 철수하기로 하고, 세계스카우트연맹까지 중단을 권고했다.

루 폴슨 미국 보이스카우트 운영위원장은 “날씨 때문에 떠난다”며 “우리는 (평택 미군기지 내) 캠프 험프리스로 돌아가는 것으로 돼 있다”고 5일 연합뉴스에 밝혔다. 미국은 1200여명을 파견하기로 돼 있었다.

‘오는 11일까지 캠프 험프리스에 머무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그는 “맞다. 우리는 가능한 대로 잼버리를 떠나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거기서 지내기로 했다”고 답했다. 그는 “청소년 대원들의 부모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이런 상황을 알리기 위해 메일을 보냈다”고 전했다.

그늘 없는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숙영지 모습. 뉴시스


폴슨 운영위원장은 “6일로 예정된 K팝 콘서트를 포함해 잼버리 활동을 관두는 것에 대해 대원들이 아쉬워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문제의) 핵심은 날씨인데, 우리가 이제까지 겪은 일과 예상되는 날씨, 캠프장의 역량을 고려했을 때 청소년들을 제대로 돌보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다른 국가들도 떠나려는 움직임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직접 확인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오늘 오전 9시 각국 대표단이 모인 회의가 열리는데 그때쯤에는 상황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회의에서 ‘강행’과 ‘중단’ 또는 ‘축소 운영 후 조기 폐막’ 등 3개 안중 하나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스카우트 대원은 앞서 당초 새만금 캠프장에 도착하기 전에도 캠프 험프리스에서 하루 묵고 지난 2일 영지에 도착했다. 폭염으로 인한 물웅덩이 등으로 피해를 입은 캠프장을 정비해야 한다는 잼버리 조직위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4일 무더위에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지 내 덩굴터널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에는 가장 많은 4500여명의 청소년을 파견한 영국이 행사장 철수를 통보한 바 있다.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의 한 호텔로 이동한다. 소식통은 “버스 20~30대로 한번 움직일 때 1000∼1200명이 이동할 것이다. 이동은 사흘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자녀들을 잼버리에 보낸 영국 학부모들은 BBC방송, 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을 통해 “샤워장과 화장실에 쓰레기와 머리카락 등이 떠다니고 배수구가 막혀 끔찍했다고 하더라” “아침 이른 시간부터 텐트도 없고, 음식도 한정되고, 더러운 화장실이 있는 ‘모기가 들끓는 들판’에 갇혀있다고 불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영국과 미국이 철수를 결정함에 따라 전날 0시 기준 참가 인원이 3만9304명인 점을 고려했을 때 전체의 15%가량이 퇴소하는 셈이다.

벨기에 대사관도 인천 소재 대형시설에 스카우트 대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지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철수하겠다는 의미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막 나흘째인 4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 '델타구역'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주변을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영국 철수 결정 이후 성명을 내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예정보다 일찍 행사를 종료하고 참가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지원하는 대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최 측은 상당한 추가 자원을 투입해 폭염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보장하면서 행사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잇단 조기 퇴영 방침으로 행사는 사실상 파행을 빚게 됐다. 향후 다른 국가들도 줄줄이 이탈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잼버리 개막 당시 기대했던 6000억원 상당의 경제효과는 물론이고, 국격 실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와 조직위는 추후 벌어질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잼버리는 개막 초기부터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 속출과 시설 미비, 비위생적인 화장실과 탈의실, 부실한 식사, 조직위의 안일한 운영 등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나라 망신”이라는 비판도 터져 나왔다. 조직위는 비판 보도가 나온 뒤에도 ‘스카우트 정신’을 강조하며 대회 일정을 강행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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