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고 끔찍” 부모 분노…“英대표단 서울 호텔로 떠나”

권남영 2023. 8. 5.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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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에 개막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끝내 파행 국면을 맞았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번 잼버리에 참가한 청년들은 극심한 폭염에 맞서느라 정신이 없어 즐거운 시간을 가질 겨를이 없다"며 "간척지인 새만금 야영장에서 참가자 600명 이상이 더위에 탈진하자 영국 스카우트 부모들은 주최 측을 비난했다. 자녀들이 아침 이른 시간부터 텐트도 없고, 음식도 한정되고, 더러운 화장실이 있는 '모기가 들끓는 들판'에 갇혀있다고 불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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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4500여명 참가한 영국…5일 오전 버스 20~30대 나눠 떠나
현지 언론 일제히 비판…학부모들 “서바이벌 미션으로 변했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한창인 4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델타존에 마련된 쿨링버스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시스


폭염 속에 개막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끝내 파행 국면을 맞았다. 참가국 158개국 중 가장 많은 청소년을 파견한 국가인 영국이 5일 행사장을 떠난다.

조기 철수 의사를 밝힌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이 이날 오전 서울 지역 호텔로 이동한다고 내부 소식통이 연합뉴스에 밝혔다. 소식통은 “버스 20~30대 정도로 움직이는데 기본적으로 한번 움직일 때 1000∼1200명이 이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서울 용산의 한 호텔로 이동하는 것까지 확정됐다”며 “아마 오전 9시에 (행사장을) 출발해서 낮 12시쯤 호텔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동은 사흘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델타구역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은 제일 많은 4500여명이 이번 잼버리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보통 14∼18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참가자들은 서울에서 체류하며 문화체험 등을 계속 하다가 예정대로 오는 13일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대표단의 조기 퇴영 방침으로 향후 다른 국가들이 줄줄이 이탈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대회 조직위원회는 영국 대표단의 철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추후 벌어질 상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국 현지 언론들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BBC 방송은 4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우트의 새만금 철수 소식을 전하면서 이곳으로 딸(16)을 보낸 잉글랜드 동북부 출신 여성 A씨의 인터뷰 내용을 실었는데, 그는 “딸에게 좋은 인생의 경험이 돼야 했었는데 서바이벌 미션으로 변했다. 딸도 더우리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4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 내 덩굴 그늘에서 쉬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샤워장과 화장실에 쓰레기와 머리카락 등이 떠다니고 배수구가 막혀 “끔찍했다”는 딸의 말을 전하며 딸이 서울로 가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다른 부모들도 “‘병원이 꽉 차 밖에서 진료를 받아 했다’는 말을 들었다”거나 “상황이 너무 안 좋아 딸을 귀국시켰다”면서 자신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자녀의 안녕이라고 강조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번 잼버리에 참가한 청년들은 극심한 폭염에 맞서느라 정신이 없어 즐거운 시간을 가질 겨를이 없다”며 “간척지인 새만금 야영장에서 참가자 600명 이상이 더위에 탈진하자 영국 스카우트 부모들은 주최 측을 비난했다. 자녀들이 아침 이른 시간부터 텐트도 없고, 음식도 한정되고, 더러운 화장실이 있는 ‘모기가 들끓는 들판’에 갇혀있다고 불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늘 없는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숙영지 모습. 뉴시스


영국 대표단이 철수하면 조직위가 잼버리 개막 당시 기대했던 6000억원 상당의 경제효과는 물론이고, 국격 실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잼버리는 개막 초기부터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 속출과 시설 미비, 비위생적인 화장실과 탈의실, 부실한 식사, 조직위의 안일한 운영 등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나라 망신”이라는 비판도 터져 나왔다. 조직위는 비판 보도가 나온 뒤에도 ‘스카우트 정신’을 강조하며 대회 일정을 강행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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