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무용담의 끝판왕…'악마의 비듬' 제설보다 무서운 이 작전 [정전 70년 한미동맹 70년]
휴전선의 사계절은 뚜렷하다. 특히 여름은 무척 덥고, 겨울은 몹시 춥다. 그래서 최전방 부대의 장병에게 여름과 겨울이 가장 힘들 때다. 특히 이들에겐 과외 임무가 맡겨진다. 바로 불모지 작전과 제설 작전이다.
군대 무용담 중 빠지지 않는 게 삽으로 눈 치웠던 일이다. 군에선 이를 제설 작전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정작 최전방에선 불모지 작전이 더 힘들고 어렵다고 한다.
불모지 작전은 최전방에서 예상 침투로의 시야를 확보하고, 작전통로의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 비무장지대(DMZ) 안의 수풀이나 잡목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특히 여름에 집중적으로 불모지 작전을 벌인다. 1개 전방 사단의 평균 제초 대상면적은 축구장 100여 개를 이어붙인 크기만 하다고 한다.
불모지 작전에선 예초기로 풀을 베거나 포클레인으로 아예 땅을 갈아엎기도 한다. 포클레인이 갈 수 없는 곳에선 사람이 삽으로 흙을 퍼내야 한다. 최전방은 동쪽으로 갈수록 산세가 험하다. 무더위에 산을 타고 풀베기하는 게 힘들 수밖에 없다.
또 불모지 작전 중 극도의 긴장감은 장병을 지치게 만든다. 원인은 지뢰다. DMZ는 엄청난 지뢰가 깔렸다. 불모지 작전은 미확인 지뢰 지대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5월 서부전선에서 불모지 작전 도중 병사가 지뢰폭발로 다친 적 있다.
그래서 불모지 작전에 앞서 작전 지역의 지뢰탐지를 철저하게 한다. 불모지 작전에 투입된 장병은 보호장구를 갖춘다. 보호장구는 무거운데다 여름에 착용하면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불모지 작전이 힘들 수밖에 없다.
불모지 작전은 북한의 화공(火攻)을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작전이기도 하다. 북한은 매년 2~5월 중점적으로 DMZ에서 시야를 가리는 풀과 나무를 태워 없앤다. 남북한은 2001년 이를 금지하기로 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불을 놓고 있다.
지난해 4월 중동부 전선 DMZ 안에서 북한의 화공으로 보이는 산불이 났다. 당시 산불은 MDL을 넘어서 DMZ까지 태웠다. 군 당국은 군사 시설에 예방살수를 하고, 병력과 장비 철수를 준비했다. 소방헬기를 투입하는 등 사흘 동안의 진화작업으로 산불을 간신히 껐다.
북한의 화공에 대비하려면 불모지 작전으로 DMZ 안에 쉽게 타는 것들을 없애줄 필요가 있다.
겨울이면 제설 작전이 기다린다. 해발 1296m의 향로봉은 3, 4월에도 눈이 내린다. 최전방의 작전도로가 눈으로 막히면 부식 등이 끊긴다. 그래서 최전방 부대에선 제설 작전을 중요하게 여긴다. 경계부대뿐만 아니라 후방 지원부대도 담당 제설 작전 구역이 있다.
제설 작전에선 송풍기로 눈을 날린 뒤 제설차와 불도저로 눈을 밀어 길을 뚫는다. 하지만 차량이 닿기 힘든 곳이 많기 때문에 여전히 제설 작전에선 인력투입이 많다. 플라스틱비로 눈을 쓸고 넉가래나 눈삽으로 눈을 치운다.
철책 순찰로는 온전히 경계 부대의 몫이다. 동부전선엔 30~40도 급경사 계단의 순찰로가 허다하다. 이곳의 제설은 고난이도 작업이다.
제설 작전으로 도로를 개통해도 눈이 계속 내린다면 제설 작전을 종료할 수 없다. 최전방에서 전역한 사람들이 눈을 ‘악마의 비듬’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국방개혁 2.0에서 제설ㆍ제초 작업을 민간에 맡겨 군은 전투준비만 신경 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초 작업은 일부 민간에 위탁했으나, 제설 작업은 아직 시범 사업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육군이 내년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예산당국과 협의 중일 뿐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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