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도 만지지 말라"…물집·통증 유발하는 잼버리 예상 밖 복병

황수연 2023. 8. 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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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의외의 복병은 벌레였다. 4일 여성가족부 발표에 따르면 3일 하루 발생한 잼버리 관련 환자는 1486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열사병 환자를 앞지르는 게 벌레 물림 환자다. 모두 383명으로 전체 환자 10명 중 4명(36.1%)꼴이다. 전날인 2일에도 전체 환자 992명 중 벌레 물림 환자(318명, 32.1%)가 가장 많았다. 중 3 자녀를 보낸 학부모 이현운씨는 “더운 것도 더운 건데 벌레, 모기가 너무 많다더라”고 전했다. 모기 등이 물어 다리 곳곳에 벌건 자국이 생긴 참가자들 사진도 화제가 되고 있다.

'화상벌레' 청딱지 개미 반날개. 연합뉴스.

의료계에 따르면 환자 상당수는 화상벌레에 물려서 온다고 한다. 화상벌레의 정식 명칭은 청딱지개미반날개다. 건들면 페데린이라는 독성 물질을 뿜어 내는데 여기에 살이 닿으면 불에 데인 것처럼 화끈 거린다고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 벌레는 몸 길이 7~8㎜, 폭 1㎜로 매우 가늘고 작으며 전체적으로 검은색과 붉은색을 띤다. 전역에 있는 토착종이며 낮에는 논과 같은 습지서 해충을 잡아먹는 익충으로 알려져 있다. 밤에는 빛에 이끌려 실내로 유입되거나 사람과 접촉할 수 있다고 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주로 썩은 나무 등 습한 곳에 많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2019년 전북 완주 대학 기숙사에서 발견된 적 있다”라며 “야행성 습성을 갖고 있어 밤에 불빛에 의해 가로등 주변이나 실내로 유인된다. 주변 풀숲 등에서 불빛 때문에 넘어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화상벌레가 뿜어낸 독소에 노출되면 12~36시간 후 피부 발적이 일어나고 작은 물집이 생겼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커진다. 통증, 가려움이 따르는데 며칠 지나면 건조해지고 가피(두꺼운 피부껍질)가 형성된다. 2, 3주 후 자연 치료돼 국소스테로이드제나 국소항생연고 등을 바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조절이 잘 안되면 접촉 피부염에 준해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제를 먹을 수 있다고 질병청은 밝혔다. 부위가 넓거나 통증이 심하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손으로 잡는 등 직접 접촉은 피하는 게 좋다. 사체도 만지지 않아야 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화상벌레가 물거나 쏘지는 않아 건드렸을 때 문제가 된다. 커뮤니티 방 등을 통해 참가자들에 만지지 말라고 홍보하고 있다”라며 “피부에 벌레가 있을 때 입으로 불거나 종이를 대서 그 위로 벌레가 올라가도록 하는 방법으로 부드럽게 제거해야 한다”라고 했다. 야외 활동 때 모자, 긴팔, 장갑 등으로 노출을 최소화하고 살충제를 뿌리거나 몸에 부착하는 것도 좋다. 눈을 긁거나 문지르면 결막염, 각막염 등이 생길 수 있어 노출 즉시 물, 비누로 해당 부위를 씻는 게 좋다.

질병청 관계자는 “평소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벌레가 아니다”라며 “조직위원회 차원에서 사전 조사할 때도 몰랐던 예상 외의 문제였던 거로 안다. 개영식 전 초기 참가자들에게서 그런 환자가 생겨 문의가 들어왔고 해당 지역을 방제하라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한창인 4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델타존에서 한 스카우트 대원의 다리가 많은 모기에 물린듯 붉은 상처로 가득 하다. 뉴시스


한동수 잼버리 병원장이 언급한 샌드플라이(모래파리)는 오인된 걸로 보인다. 질병청 관계자는 “리슈마니아를 옮겨 문제가 되는 샌드플라이는 우리나라에 없고 중동지역에서 유행한다”라며 “모래가 많은 곳에 있으니 샌드플라이로 오인됐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오전 여가부 브리핑에 배석한 한동수 병원장은 “샌드플라이라는 파리가 살을 먹어서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있다”라며 “절지 동물이 물면 수포를 형성하는 건 미국, 일본 등 역대 행사에서도 똑같은 패턴”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조직위 측은 ”5월부터 드론 등을 이용해 유층 제거왔고 매일 방제했다”라며 “야영지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로 관리하고 있고 생각보다 모기가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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