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기후 재앙과 종말론
‘기후종말론’이란 논의가 있다. 기후변화가 인류의 멸종을 초래해 머지않아 전 지구적 재앙이 닥칠 거라는 주장이다. 반면 기후변화는 관리 가능한 영역이므로 기후종말론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올여름 지구촌이 겪고 있는 물난리와 폭염 등 이상기후 현상을 보면 기후종말론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미국과 유럽 등 지구 북반구를 달군 기록적 폭염을 비롯해 바다 등 세계 곳곳에서 극단적 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번 여름 일부 기후변화 현상들이 너무나 비정상적이어서 과학계를 경악하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 상승과 남극 대륙의 얼음 감소는 매우 우려스럽다. 북대서양의 7월 해수면 온도는 6월 평균보다 10도나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이런 지구온난화 추세가 이어진다면 산호초 소멸과 빙하 감소에 따른 광범위한 해수면 상승, 아마존 열대우림 같은 중요한 생태계의 소멸 현상 등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피닉스에선 사막식물인 선인장이 집단으로 말라 죽었고 해수면 온도가 38.4도까지 오른 플로리다 남부에서는 산호초가 폐사한 것으로 관측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후 변화는 이제 실존적 위협”이라며 “기후 위기를 부인하는 사람조차도 폭염이 지금 미국인에게 미치고 있는 영향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치 성경의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자연 만물에 대한 대규모 심판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요한계시록 8장엔 ‘일곱째 봉인’ 해제 이후 일곱 나팔을 가진 천사들이 각각 나팔을 부는 장면이 나온다. 첫째 천사가 나팔을 불자 우박과 불이 땅에 쏟아지며 땅의 3분의 1이 타버린다. 수목(樹木)의 3분의 1도 타버리고 푸른 풀도 타버린다. 둘째 천사가 나팔을 불자 불타는 큰 산과 같은 것이 바다에 떨어지면서 바다 3분의 1이 피가 되고 바다에 사는 피조물 3분의 1이 죽는다(7~9절).
그저 기독교 얘기로만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기후 묵시록이 지난해 발표됐다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난 3월 승인한 ‘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인데 그 내용은 구체적이고 종말론적이다. 보고서는 막연히 폭우 폭염 홍수 가뭄 물부족을 우려하지 않는다.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할 때 3억5000만명이, 2도 상승할 때 4억1000만명의 도시 인구가 물 부족에 내몰린다고 경고한다. 이미 세계 인구 절반(40억명)은 물 부족을 겪는다. 빙하가 녹는 속도는 1950~2000년 1.5~2배 빨라졌다. 해수면은 이번 세기 안에 2m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보고서는 1880년을 기준으로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는 시기를 2040년 이내로 전망했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10년쯤 앞당겨진 것인데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이상기후로 볼 때 시기는 더 빨라질 것이 분명하다.
인류는 미증유의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너무 쉽게 절망하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인간은 본성상 이기적이며 악하다는 것을. 1.5도 상승을 늦추기 위해 당장 에어컨을 끄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친환경 제품을 써야 한다.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데 나부터 불편을 감내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후 재앙 피해는 나만 아니면 괜찮고 탄소 절감 노력은 ‘너부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사명과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요한계시록은 공포를 조장하는 책이 아니다. 계시록은 수많은 신학자가 말하는 것처럼 희망의 책이다.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 어디로 가는지를 보여주며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한다. 계시록은 ‘짐승(정치)과 음녀(경제)’로 대표되는 악을 폭로하며 교회의 역할을 주문한다. 교회는 고난 앞에서 자기만 휴거돼 피하지 않는다. 고난에 동참하며 고난을 통과한다. 희망은 여기에 있다.
신상목 미션탐사부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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