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정 기자의 온화한 시선] AI 임영웅이 부른 찬양… 찐 은혜 담았을까
유튜브에 지난 6월 말 공개된 임영웅 찬양이 인기다. ‘트로트 가수가 부르는 은혜로운 CCM’이라는 제목의 영상엔 72만 조회수에 댓글만 4000여개가 달렸다.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찬양사역자 히스윌의 ‘광야를 지나며’와 독일의 본회퍼 목사가 가사를 붙인 ‘선한 능력으로’ 등 6곡을 불렀다. 마이크를 잡고 눈을 감은 채 감정에 흠뻑 젖은 듯한 그의 모습이 화면에 나왔다.
많은 이들이 임영웅의 찬양에 놀라워하면서 기뻐했다. 특히 기독교인 팬 반응은 뜨거웠다. 한 네티즌은 “임영웅의 목소리로 찬양을 듣게 되다니 놀랍다. 더 많은 찬양으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 달라”고 요청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임영웅 찬양을 사람들이 듣고 또 많은 영혼이 주님께 돌아오기를 기도한다”고 응원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찬양 영상은 진짜 임영웅이 부른 게 아니다. 임영웅 찬양을 올린 제작자는 영상 설명란에 ‘본 영상은 인공지능(AI) 기술 지원으로 합성된 음성임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을 적어놨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고 올라오는 댓글 반응을 지켜보자면, 제작자 공지를 보지 못했거나 그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 대다수인 듯했다. “가짜에 현혹되지 말라”는 날 선 댓글이 댓글에 꼬리 물듯 달린다. 합성한 목소리를 뒤늦게 알게 된 한 네티즌은 “본인 허락도 없이 목소리를 훔쳐서 버젓이 진짜인 양 영상 만드냐, 진정한 크리스천이라면 그를 욕되게 하지 말라”고 분노하기도 했다.
이 영상은 임영웅이 크리스천이라는 오해를 하게 했고, 초상권을 무시했다는 점 등 피상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다른 차원의 논쟁도 불거졌다. 임영웅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AI는 분명 하나님이 주시는 감동을 가지고 찬양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혼 없는’ 기계가 전해준 복음 메시지를 통해 우리가 은혜를 받는 건 올바른 것일까.
지난 6월 중순 독일의 한 교회가 예배에서 시도한 AI 목사의 설교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강단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속 목사는 사람 모습이었지만 실제론 생성형 AI인 챗GPT가 작성한 설교문을 읽어내린 기계였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설교는 내용 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AI가 전하는 말씀에 은혜를 받는다는 것에 거리낌을 강하게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감성과 영혼이 없다(There was no heart and no soul)”는 한 참석자의 촌평이 그런 분위기를 잘 전해줬다.
우리에게 은혜를 주시는 것은 하나님이 유일하다. 은혜는 하나님의 주권 안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임이 틀림없다. 하나님은 직접적인 만남을 통하시기도 하고 때론 다른 사람이나 사건을 통해서도 그 은혜를 경험하게 하신다. 삶에서 얻을 수 있는 은혜의 경험은 그 어떤 것이든 소중하다. 그러나 수단(매개체)과 본질(은혜)의 우선순위를 헷갈려서는 안 된다.
한국의 많은 교회가 유행하듯 치르는 전도축제를 한번 떠올려보자. 유명 가수나 배우 등의 초청이 많다.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관심이 높다.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고 은혜를 받았다는 느낌을 경험한다. 이런 행사가 믿지 않는 자들이 교회 문턱을 넘는 역할을 했다는 걸 부인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 같은 행사를 통해 비기독교인들이 복음을 접하고 곧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하나님의 섭리와 강권적인 인도하심으로 참석자 모두가 하나님을 믿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그 자리에 진리의 말씀이 빠져있다면 은혜의 경험은 순간적일 수밖에 없다. 수단만으로 본질에 도달할 수는 없다. 설령 믿음에 가까이 간다고 한들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견고한 말씀이 기초가 돼야 한다. 찬양하는 AI 임영웅 영상의 높은 조회수 현상에서 한국교회의 한 단면이 노출된 것 같아 씁쓸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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